돈키호테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라만차의 돈키호테. 로시난테를 타고 다 낡은 갑옷과 투구를 걸치고 아무 말 대잔치를 하며 시종 산초를 부리는 건지 산초로부터 부림을 당하는 건지 모를 언행을 하는 남자.
세상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며 기사 체험을 하는 돈키호테와 산초는 마당극에 나오는 가난한 양반과 머슴 같다.
이번 생애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말에 자극받아 <돈키호테> 벽돌 책 깨기 모임에 가입했다. 상, 하권 1,400쪽에 달하는 이야기와 해설집 350쪽까지 1,700쪽을 두 달 동안 완독했다. 2023년 12월 30일 주말. 눈 내리는 아침에 스벅 창가에 앉아 눈 멍 때리며, 마지막 장을 넘겼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경험을 했기로서니 작가는 어떻게 그렇게 방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낼 수 있는지 놀라웠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큰 나무에 의지하는 자 훌륭한 그늘을 얻는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여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너를 덮어주는 자 너를 들추어낸다….”
책 속에는 기발한 속담 격언들이 가득 차 있다.
“세르반테스는 목숨 바쳐 충성했던 조국으로부터 버림받고 중남미로 보내 달라는 두 번의 청
원도 거절당한 채 수치스러운 징발관 일이나 세금 징수원 일로 세상 고생에 이골이 났음에도,
독서와 노예 생활로 배운 박애주의와 이탈리아에서 깨친 인본주의로 자신의 생각을 숙성시킨
끝에 하나로 그릴 수 없는 복잡한 세상을 글로 옮겨 놓았다.”(돈키호테를 읽다, 53쪽)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반성했다. 직장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불만만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시작한 읽기와 글쓰기.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나를 찾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세르반테스처럼 인본주의와 박애주의를 품고 작은 봉사와 공부를 계속 이어갈 것이다. 2024년 새로 작성한 버킷리스트 100개를 보면서, 올해 꼭 하고 싶은 3가지를 엄선하고 그것들을 실천하기 위한 작은 계획과 성취를 이루면서 2024년을 꽉 차게 보낼 것이다.
“돈키호테를 알면 알수록, 우리는 경제와 경쟁 논리 이외에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좀 더 고
귀한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느끼게 된다. 편협하고 이성적인 계산만 할 게 아니
라, 내 이웃을 위한 자그마한 희생을 감수하거나 좀 더 높은 가치를 향해 돈키호테처럼 날아
오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바로 거기에 사람으로서 존재 의미가 있으니.”(돈키호테를 읽
다, 351쪽)
더 늦기 전에 <돈키호테>를 읽었으니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