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인에서 일대일 커리어 코칭을 하며 제가 놀라는 점은, 고민을 안고 찾아오는 분들이 대부분 그 회사의 ‘핵심 인재’라는 것입니다. 인사 관리를 한 줄로 표현하자면, 회사에 맞는 사람을 잘 채용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잘 내보내는 것이 될텐데요. 반대로 잘 맞는 사람, 일을 잘 해온 사람의 퇴사는 회사로써는 손실이 클 것입니다. 성장에 대한 갈증, 왜 회사에서 잘나가던 이들이 이직을 결심하고 저를 찾아왔을까요? 그들이 회사에 말하지 않는 진짜 이유를 50여 차례의 코칭을 돌아보며 정리해보았습니다.
A씨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2년 연속 조기 특진을 한 고성과자였습니다. 직장 생활 15년만에 총괄 팀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사원ㆍ대리 시절, “왜 집에 안가냐”는 이야기를 밥 먹듯이 들었다고 합니다. 야근도 누군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강한 책임감과 일을 제대로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일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습니다. 회사가 조직 구성원을 신뢰하지 않고,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사실 사소했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직장 평가 사이트에서 이 회사에 대한 악평이 올라왔다는 거에요. 회사 측은 누가 그 글을 썼는지 색출하기 위해, 때아닌 감사를 벌였다고 합니다.
정기 휴가도 반납하고 일만 했던 A씨는, 이 때문에 법인카드로 야근 식사비를 결제한 내역에 대해 건건이 소명 자료를 썼습니다. 계속된 야근에 지쳐 9시 5분에 출근한 적이 딱 2번 있었는데, 이것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텅빈 모니터 화면을 소명 자료로 채워 나가다, A씨는 퇴사를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보상 없이 숱한 야근을 했는데 두 차례의 5분 지각에 해명서를 썼지요.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끼면서 더 이상 버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핵심 인재가 회사에 말하지 않는 진짜 이직 이유 첫번째는, 구성원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없는 조직입니다. 레이 달리오는 그의 책 <원칙 Principles>에서, 사람들은 종종 “결정권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라는 더 중요한 문제를 무시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만 집중하는 실수를 저지른다고 말했습니다. 조직의 일이 잘 돌아가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이 그 일을 책임질 사람을 이해하고, 신뢰하는 것 아닐까요.
B씨도 A씨 못지 않은 고성과자였습니다. 퇴근 뒤에도 회사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일을 정말 좋아했었다고 말했습니다. B씨의 상실감은, 윗 직급으로 갈수록 ‘실력’을 키우긴커녕 ‘사내 정치’에만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에서 시작됐습니다. B는 회사의 ‘말 뿐인 인정’이 지친다고 했는데요. 아무리 일을 잘해도, 그해 승진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고과는 성과와 별개로 책정되었다고 합니다. 현업과는 거리가 먼 임원들이 낙하산 인사로 내려오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이 회사에서는 아무리 일을 잘 해봐야 소용이 없고, ‘사내 정치’를 잘해야 인정받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문제는 저는 사내 정치를 할 시간에 제 실력을 키우고 싶다는 거에요.
해외 마케팅팀을 총괄하던 B씨는 이 일을 하는 것이 자신의 진짜 실력과 별개인 것 같다는, 그래서 불안하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대행사와 팀원들을 관리하는 일만 하느라, 정작 자신의 실력은 퇴행하는 것 같다면서요.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고 진짜 실력을 벼리고 싶다며 조언을 구하러 온 B씨는, 결국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나기로 결심했습니다.
핵심 인재가 회사에 말하지 않는 두번째 이직 이유는 ‘성장’입니다. 특히 지금같은 저성장 국면에서 개인의 성장은 더욱 간절한 이슈입니다. 회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현실, 회사가 개인을 지켜줄 수 없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나 스스로 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렬해집니다. ‘열정’이 없어 퇴사와 이직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력을 뾰족하게 만들 수 없는 회사에서 버티는 것에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혁신하며 성장할 수 있는 회사가 더 좋은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 곳이, 지금 당장은 안정적이지 않고 척박하며, 모험이라 불리는 일이라 하더라도요.
또 다른 핵심인재 C씨가 이직을 고민하는 이유는 보수적인 조직 문화였습니다. IT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C씨는,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 서비스를 하는 회사에서 좋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거라 기대 했는데요, 회사 문화를 보며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답정너 상사와 수직적인 의사 결정 구조가 혁신을 하기 어렵다고 느낀 거죠. 특히 오랫동안 이 회사를 이끌어 온 리더들이 새로운 기술 변화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불안감이 심해졌습니다. ‘좋은 복지와 편안한 분위기의 늪’에 빠져 더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이렇게 멈춰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C는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회사니까 우수한 선후배들이 많아요. 시대가 어떻게 바뀌는지도 알고 있구요. 문제는 실력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의사 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정작 트렌드를 모르는 임원들이 주요 결정을 내리는 걸 보며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핵심 인재가 이직하는 세번째 이유는, 수직적 조직 문화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왜 수평적 조직 문화를 중시할까요. 그들이 자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여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이들은 진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엔 수평적 조직 문화가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기존 사고 방식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혁신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죠. 이들은 임원이 아니라, 실제 일할 사람들과 사용자들의 지지를 얻어야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기도 합니다. 경험이 많고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님을 이미 체감하고 있습니다.
저는 일대일 커리어 코칭을 통해 핵심 인재들의 솔직한 이직 사유를 들으며, 이들과 함께 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투명한 공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직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왜 이 일을 하며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지 투명하고 지속적으로 공유해야 합니다. 경영진들의 결정이 잘못됐을 수도 불완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고, 조직에 속한 구성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 신뢰하는 것이 기본으로 선행되어야 합니다.
회사의 지표를 정직하게 공개하고, 구성원들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회사의 정보가 일부에게만 편중될 때, 회사 소식을 외부 뉴스로 들을 때, 사내 정치가 난무하기 시작하고 조직 구성원들은 불안감을 느낍니다. 이런 회사를 그들은 떠날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경영진이 밀레니얼 세대의 조직 충성도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에 앞서 경영진이 스스로 물어야 할 것은, 우리는 밀레니얼들을 얼마나 신뢰하며 그들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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