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이 인수됐다, 이제 쿠팡을 주목하라
홈플러스에서 물건을 보고 쿠팡에서 주문하면 1시간 이내에 집에 배달됩니다.
스마트폰 화면에서만 보던 쿠팡 로고가 우리 동네 대형마트에 붙어있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2019년 11월 스타트업계 큰 이슈가 터졌습니다. 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2위 사업자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된 겁니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지 일깨워 주었던 배민이 독일계 자본에 인수됐다는 소식은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하지만 인수 전에도 국내 자본만으로 이루어진 회사가 아니었다는 점을 상기시켜 보면 사실 아쉬움이 그리 크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빅딜의 상징성만큼은 무시할 수 없죠.
사람들은 숫자가 커지면 감각을 잃기 쉽습니다. 주머니 속 1000만원은 크지만 1조원은 감을 잘 못 잡는 것처럼 말이죠. 이번 매각에서 배민의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 평가액은 40억 달러(약 4조8000억원)입니다.
4조8000억원. 국내 코스닥 상장사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두 번째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더욱 놀라운 건 이마트 시총이 3조7000억원이라는 점입니다. 쿠팡도 아니고 배민이 이마트보다 시장가치가 높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번 빅딜을 통해 우리는 배달, 물류, IT(정보기술) 전선이 새롭게 구축됐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배민과 요기요의 경쟁 구도는 한순간에 쿠팡과 배민으로 바뀌었습니다. 심지어 혹자는 일본 자본과 독일 자본의 경쟁이라고도 합니다(물론 저는 이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배민의 빅딜이 바꿔놓을 새로운 미래를 함께 그려보시죠.
쿠팡은 IT업계에서도 신화적인 곳으로 꼽힙니다. 소셜커머스로 시작해 어느새 물류 혁신기업으로 변모했습니다.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며 엄청난 성장세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죠. 물론 적자를 보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매출 대비 적자의 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쿠팡은 배민ㆍ마켓컬리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마치 자신을 상대하려면 아마존ㆍ알리바바 정도는 돼야한다는 듯 보폭을 넓혀왔죠. 그래서인지 거리낌 없이 배민과 마켓컬리의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쿠팡의 2019년을 돌아보면 로켓프레시로 마켓컬리를, 쿠팡잇츠로 배민 시장에 진출해, 막대한 자금과 속도로 시장을 잠식해 나갔습니다.
이런 가운데 배민은 인수되기 전 몇 개월 동안 그간 하지 않았던 정책, 이를테면 최소 주문 금액 폐지를 시행한다거나 쿠폰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행보는 배달 업계의 라이벌로 꼽혀온 요기요를 겨눈 마케팅이라기보다 쿠팡잇츠을 겨눈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내실을 키우며 보병처럼 멀리 보고 전진하던 배민은 빠른 기병을 보유한 쿠팡 앞에서는 힘겨운 전쟁을 하는 듯 보였습니다.
배민도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순 없었겠죠. 쿠팡이 배달시장을 치고 들어온다면 배민도 자신들만의 강점으로 쿠팡의 배송시장을 잠식해 나가야 했습니다. 최근 출시한 B마트는 배민의 장기인 배달 시스템과 슈퍼마켓을 연결해, 쿠팡은 할 수 없는 공산품 배달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B마트는 1시간 이내 배달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물품 수(SKUㆍStock Keeping Unit)는 훨씬 적지만, 사람들이 자주 구매하는 웬만한 상품은 슈퍼에 다 있으니까요. 그리고 고객에겐 배송인지 배달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필요한 상품이 빠르게 오기만 하면 그만이죠.
이번 빅딜이 쿠팡에게는 안 좋은 소식일까요? 아닙니다. 쿠팡에게 오히려 희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쿠팡은 지금 추세로 간다면 2020년 중하순 경에 수조원 단위의 투자를 추가로 받아야 합니다. 최근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두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교체했다는 설이 있지만,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가 또다시 투자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입니다.
그러나 저는 쿠팡이 신규 투자를 유치하는 명분은 ‘오프라인 진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년 전부터 주장하고 있는 바죠.
실제로 이미 선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쿠팡의 벤치마킹 대상인 아마존은 이미 홀푸드마켓을 인수(137억 달러 규모, 약 15조5000억 원 )하며 오프라인으로 진출했습니다. 중국의 알리바바도 ‘새로운 유통’을 주장하며 허만센셩 등을 통해 온오프라인 통합을 확대해 나가고 있고요. (중략)
온라인 최강자인 쿠팡과 오프라인 강자 홈플러스가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단숨에 이마트를 넘어서는 온오프라인 통합 유통 공룡이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그 누구도 유통에서 이마트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했지만, 쿠팡과 홈플러스는 단숨에 이마트를 멀찍이 뒤로 밀어버릴 수 있을 겁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홈플러스가 보유한 도심 내 수십 개의 매장을 물류센터로 일부 활용한다면, 쿠팡 프레시와 로켓배송은 날개를 달게 될 겁니다. (중략)
상상해보시죠. 홈플러스에서 물건을 보고 쿠팡에서 주문하면 1시간 이내에 집에 배달됩니다. 스마트폰 화면에서만 보던 쿠팡 로고가 우리 동네 대형마트에 붙어있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위 글은 폴인트렌드 2020. 1월호 중, 박종철 집반찬연구소 대표의 배달의민족 인수, 쿠팡과 홈플러스를 주목할 때 글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잘나가던 외식사업가에서 O2O(Off-line to On-lineㆍ온오프라인 연계) 사업 전문가로. 박종철 대표는 '음식'을 키워드로 거듭된 성공을 일군 노련한 사업가입니다. '산너머남촌' '영월애곤드레' 등 한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던 2016년, '집반찬연구소'를 세우며 온라인 시장에 뛰어듭니다. 메르스 등을 거치며 '오프라인만으론 안된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집반찬연구소는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반찬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시작해 지금은 간편가정식(HMRㆍHome Meal Replacement)으로 상품군을 확장했습니다. 집반찬연구소가 자리 잡기까지, 오프라인에서 잔뼈 굵은 사업가는 완전히 문법이 다른 온라인 시장에 적응하느라 적잖은 에너지를 써야 했습니다.
O2O 사업에 관해 박종철 대표같은 전문가는 찾기 어렵습니다. 그가 하고 있는 사업이 O2O 사업이기도 하거니와 그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완전히 체질을 바꿔본 경험이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박 대표에게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딜리버리히어로(DH) 매각은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었다고 하는데요, O2O 전문가 박 대표는 배민이 아니라 쿠팡과 홈플러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수된 건 배민인데, 왜 쿠팡일까요?
<목차>
1. 배달의민족 인수, 쿠팡과 홈플러스를 주목할 때 : 박종철 집반찬연구소 대표
2. 페이스북은 왜 틱톡을 두려워하는가 : 손재권 더밀크 대표
3. 스토리와 테크의 만남, 인키트와 왓패드는 왜 성공했을까 : 류영호 교보문고 신사업단 부장
4. 2020 금융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5가지 : 이임복 세컨드브레인연구소 대표
https://www.folin.co/storybook/638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시대는 끝났고, 그래서 연간 사업계획을 세우지 않는 기업이 생겨나는 이 시대에 말입니다.
그래서 폴인트렌드는 매달 발행됩니다.
지금 업계와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와 트렌드를 바로바로 전달하려는 겁니다.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쓰고 보고 즐기는, 그러니까 소비하는 모든 것은 라이프스타일입니다.
라이프스타일은 어디에서 시작할까요?
대개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바뀌죠.
아이폰이, 쿠팡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꿨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폴인트렌드는 비즈니스 트렌드에 주목합니다.
그중에서도 기술로 인한 비즈니스 전환(Tech Driven Business Transformation)에 주목합니다.
디지털 기술을 떼어 놓고 비즈니스 트렌드를 논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아이폰이라는 휴대용 PC가 등장하면서 자정이 되기 전 주문하면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생겼고, 그 덕에 우리는 잠들기 전 침대에서 장보기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교수도, 연구원도 아닙니다.
비즈니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건 비즈니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 말입니다.
폴인트렌드가 비즈니스 트렌드를 읽어줄 링커로 업계에서 직접 뛰고 있는 분들을 모신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