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7월 10일, 285명을 태운 유나이티드항공 232편이 덴버를 출발해 시카고로 향하고 있었다. 햇살이 비치는 화창한 날씨였고, 시속 13킬로미터의 가벼운 서풍이 불고 있었다. 이륙 후 1시간 10분까지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아이오와 상공을 지날 무렵, 기장 앨 헤인즈(Al Haynes)와 부기장 빌 레코즈(Bill Records), 항공기관사 더들리 드보락(Dudley Dvorak)은 기체를 자동항법장치에 맡겨두고 점심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3시 16분, 갑자기 꼬리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며 위로 솟구쳤다가 오른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부기장 레코즈는 조종간 하나를 움켜쥐고 말했다. “제가 조종할게요.” 계기판을 확인해보니 기체의 꼬리 엔진(DC-10기에 탑재된 3개의 엔진 가운데 하나)이 망가져 있었다. 레코즈가 아무리 조종간과 씨름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레코즈는 목소리를 침착하게 유지하려 애쓰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해볼게.” 기장 헤인즈가 요크를 넘겨받으며 말했다. 하지만 헤인즈도 방법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온 힘을 다해 조종간을 당겼지만 기체는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기체는 계속 오른쪽으로 기울었고, 마치 날개 위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꼬리 엔진에 설치된 1.8미터 크기의 팬에 미세한 금이 가 있었다. 엔진 하나를 잃는 것보다도 폭발의 규모가 문제였다. 곧 파편이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날 것이고, 조종사는 더 이상 기체를 통제할 수 없었다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돌발 고장(catastrophic failure)’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항공사는 조종사들에게 돌발 고장에 대비한 훈련을 시키지 않았다. 돌발 고장은 매우 드물게 일어나고, 유압식 주 제어선과 보조 제어선이 망가질 확률은 10억분의 1에 불과했다. 만약 사고가 났다 해도 피해가 치명적이라 생존율이 극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헤인즈는 스로틀을 조작해 오른쪽 날개 엔진의 동력을 높이고, 왼쪽 날개 엔진의 동력을 낮춰 동체의 쏠림을 가까스로 막을 수 있었다. 양 엔진의 추진력의 달라지자 기울어진 동체가 서서히 균형을 찾아 어느 정도 수평을 유지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전히 기체는 말을 듣지 않았고, 아이오와의 하늘 위를 분 단위로 수천 피트씩 오르락내리락하며 가냘픈 종이비행기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헤인즈와 레코즈는 여전히 조종간과 씨름하고 있었다. 승무원들은 승객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분주히 객실을 오갔고, 어느 승객은 성경을 꺼내 읽으며 기도를 시작했다.
통로 쪽 일등석에서는 데니 피치(Denny Fitch)라는 46세 남성이 엔진 폭발 때문에 무릎 위에 쏟은 커피를 닦고 있었다. 피치는 모의 비행 장치 안에서 조종사들에게 비상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훈련 교관이었다. 피치는 승무원을 붙잡고 기장을 돕고 싶다는 말을 전했고,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았다.
통로를 걸어가 조종실 문을 연 피치는 가슴이 철렁했다.
훗날 피치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피치는 게이지를 살피며 원인을 파악하려 애썼다. 이제껏 그는 유압에 문제가 생긴 경우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조종사와 마찬가지로 지금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엔지니어인 드보락 또한 무전기를 붙잡고 유나이티드항공의 정비 팀에게 도움을 구하는 중이었다. 혼란의 도가니였다.
피치는 헤인즈에게 말했다.
헤인즈는 조종간 콘솔에 놓인 엔진 스로틀을 가리켰다. 헤인즈와 레코즈가 조종간을 붙잡고 씨름하는 동안, 누군가는 기체의 수평을 유지하기 위해 스로틀을 조작해야 했다. 피치는 앞으로 나가 조종간 사이에 무릎을 꿇고, 스로틀을 두 손으로 잡았다. 세 사람은 어깨를 맞대고 그 어떤 조종사들도 해본 적 없는 일을 시도했다. DC-10기를 어떤 항법 장치의 도움도 없이 조종하는 것 말이다. 그들은 시시각각 고함을 짧게 내뱉는 방식으로 소통을 시작했다.
헤인즈: 이놈을 어떻게든 밑으로 내려보지요.
피치: 그래요, 그쪽 동력을 약간 높이세요.
헤인즈: (착륙 기어를 어떻게 할지) 의견 있어요? 드보락은 (정비 팀과) 연락 중이에요.
피치: 정비 팀과 말이죠? 기어를 교대로 바꿔보죠.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헤인즈: 기어를 어떻게 내리죠? 의견 있어요?
피치: 그냥 떨어뜨려요. 기어를 번갈아 바꿔봐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착륙 기어의) 문을 내렸나요?
헤인즈: 네.
레코즈: 기체를 멈추기도 어려워요.
헤인즈: 맞아요. 브레이크가 없거든요.
레코즈: 브레이크가 없다고요?
헤인즈: (넉넉하지는 않지만) 있긴 있어요.
피치: (멈추는 작업을) 한 번에 끝내야 해요. 단 한 번이에요.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돌려보세요. 왼쪽으로 돌려 공항으로 갑시다. 알아들었죠?
헤인즈: 오케이, 알았어요.
(몇 분 후)
헤인즈: 살짝 왼쪽으로요. 뒤로, 뒤로.
피치: 가능하면 수평을 유지하세요.
헤인즈: 수평, 수평, 착하지…….
드보락: 움직이고 있어요.
피치: 동력 높여요. 더 세게.
레코즈: 동력 높입니다. 최대 추진 중.
피치: 기체 상승 중.
화자 불명: 우향우, 스로틀 원위치.
헤인즈: 왼쪽으로 돌리는 거 가능해요?
드보락: (피치를 향해) 여기 앉아요.
피치: 그래도 괜찮아요?
드보락: 어서 앉아요. 당신이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조종사들이 활용했던 단발성 의사소통을 ‘통지(notification)’라는 개념으로 규정할 수 있다.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다. 감지한 것을 말하고, 그중 하나를 골라내 부각시켜 맥락을 제시하는 것이다.
통지는 소통의 가장 겸손하면서도 원초적인 형태로, 아이의 손짓과도 같다. ‘저기 보세요’라는 명령과 달리, 통지는 ‘여기에 동의하시나요?’, ‘다른 무엇이 있나요?’처럼 무언의 질문을 수반한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노련한 승무원은 분당 평균 20건의 통지를 수행한다. 엔진 폭발 후 급조된 232편의 조종 팀은 무려 분당 60건 이상의 통지로 소통했다.
그들의 소통 속에는 개방형 질문도 들어 있었다. 대부분 헤인즈의 질문이었다. “기어를 어떻게 내리죠? 의견 있어요?” 일반적으로 기장은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비상 상황에서 기장은 지시 태세를 갖추고, 냉정하게 판단하고 역량을 과시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헤인즈가 조종사들에게 보인 모습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기장인 나조차도 지금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어떻게 이 사태를 헤쳐 나가야 하는지 전혀 모릅니다. 좀 도와줄 수 있어요?’
통지와 개방형 질문이 결합하면서 부드럽지도, 우아하지도 않은 소통이 시작되었다. 투박하고 자신감도 없고 같은 말을 계속 반복했다. 언뜻 보면 장애물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손을 허우적대며 어두운 방을 헤매는 사람들 같았다.
아이러니하게도 232편의 조종사들은 부자연스럽고 자신 없는 소통을 통해 그토록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었다. 그들은 두 엔진 사이의 동력을 최적으로 배분하는 방법을 알아냈고, 널뛰는 비행기의 움직임을 가늠했따. 동시에 승무원과 승객, 관제탑, 정비 팀, 지상의 비상 인력들과 소통했다. 그들은 항로를 선택하고, 하강 속도를 계산하고, 탈출 작전을 준비하는 와중에 농담까지 주고 받았다. 그렇게 비행기는 수시티에 근접했고 관제탑의 허가를 받아 공항 활주로에 들어섰다.
몇 분 후, 정상 착륙 속도의 2배, 정상 하강 속도의 6배로 232편은 착륙을 시도했다. 착륙 마지막 순간, 날개 끝이 무너져 내리면서 활주로에 닿았다. 엄청난 충격이 가해져 불길에 휩싸였다.
296명의 승객 중 185명이 생존하고 1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압 계통에 문제가 생기면 착륙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압 문제의 항공기 사고에서 승객이 살아남은 사례가 거의 없었다. 모두가 이처럼 많은 승객이 목숨을 건진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이 사례에서 하나의 묘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 유나이티드 항공 232편 추락 사고는 리더십과 소통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케이스다. 실력을 갖춘 베테랑 조종사들이 모여있던 것도 있지만, 이들이 서로 의견을 조율해 구축한 집단 지성이 사고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작지만 자신을 낮추는 소통으로 집단의 수행능력이 촉발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리더는 스스로 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일하게 하는 사람이죠. 리더로서 일을 잘하는 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일을 잘 하게 하는 겁니다.
그러자면 그 사람이 소속감을 느끼게 하고, 충돌이 일어나는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며, 이들이 협동할 수 있도록 취약성을 드러내는 분위기를 만들고, 나아가 협동이 방향성을 갖도록 미션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관계지향성 성향이라면 이미 최고의 팀을 만들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걸 겁니다. 당신의 관심을 사람에게 있으니 말입니다. 이제 당신은 조직 내 꿀사과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이 책에 언급된 몇가지 조건을 갖추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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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구글을 만든 건 소속감이었다
포포비치 감독에게서 배우는 소속감을 키우는 리더십
자포스에서 찾은 소속감을 부르는 공간의 비밀, 간격과 충돌
오사마 빈 라덴 잡은 네이비실에서 발견한 협동의 비밀, 취약성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책에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습니다. 폴인에서 추천하는 픽앤써머리 도서와 함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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