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인 픽앤써머리
픽사에서 창의적으로 신뢰받는 인재로 손꼽히는 (하지만 영화를 감독한 적 없는) 사람이 낸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작품이었는데, 실패했다. 그는 과학의 힘으로 생물 종들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행성에 마지막으로 남은 암컷과 수컷 영원(작은 도마뱀 같은 모습의 양서류 동물)을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 했다. 이 스토리는 <라따뚜이>처럼 도전적이었다. 스토리를 제대로 발전시키기만 한다면 멋진 작품이 탄생할 것 같았다.
이 프로젝트의 실패는 짐 모리스 제작본부장과 내가(애드 캣멀 창업자)픽사가 잇따른 성공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게 되지 않았는지 자성하던 무렵에 찾아왔다. 당시 우리의 고민은 다음과 같다.
1) 제작 과정을 통제하고 제작 효율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관습과 규칙을 만들지는 않았나?
2) 갈수록 무기력하게 타성에 젖어 하던 대로 하는 위험에 처해 있지는 않은가?
3) 제작비가 아무 이유 없이 점점 증가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픽사의 현실에 변화를 주고 초창기에 흘러넘쳤던 에너지를 다시 픽사에 불어넣고자,외부에서 채용한 인력들로 소규모 작품을 제작하기로 했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실험으로 간주했다. 일부 동료는 이 실험을 미심쩍어했지만 실험 동기에는 모두 공감했다. 직원들 눈에 우리의 실험은 마치 재능 있는 음악가 네 명을 뽑아 마음껏 음악을 만들도록 내버려두고 비틀스가 탄생하길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이 프로젝트로 제작하려는 작품의 아이디어는 훌륭했다. 언론 관계자들은 재치 넘치고 엉뚱하면서도 동시에 의미 있고 그럴듯한 아이디어들을 녹여낸 전형적인 픽사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막상 제작에 착수하고 보니 큰 문제가 생겼다. 스토리를 더 진전시키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졌다. 여러 번의 피드백 과정을 거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우리는 초기에 이런 교착 상태를 파악하지 못했다. 경영진이 제작 진행 상황을 파악했을 때, 현장에서는 괜찮다고 보고 했다.
이들은 한 가지 사실을 몰랐다. 망치로 뜨거운 쇠를 여러 번 쳐서 제련하는 것처럼, 영화 제작 초기 2년은 스토리를 혹독하게 테스트하는 기간이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는 추상적인 토론뿐만 아니라 결정 능력이 필요하다.
지원을 위해 투입된 노력한 제작자들이 현장 상황을 보고해 경영진이 마침내 상황을 파악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픽사는 독특한 제작 방식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우리는 독특한 비전을 가진 감독을 믿고 투자했다.
경영진은 감독을 교체해서 작품을 완성하는 안을 고려하지 않았다. 스토리는 감독의 것이다. 그 감독이 없으면 완성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를 폐기했다.
검증 받지 않은 감독에게 미완성 각본을 맡겼으니 처음부터 실패가 예고된 프로젝트이고,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기 쉽다. 하지만 나는 이 프로젝트가 시간과 논을 투자한 값어치는 했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과거 아이디어 사이의 균형을 잡는 법을 배웠다.
이 교훈을 잊지 않고 훗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도입할 때나 기술 공정을 바꿀때 참고했다. 실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실험하지 않고 과거 방식에 안주하는 것을 훨씬 두려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 창의적인 기업이 되려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일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이자 픽사의 창업가 애드 캣멀은 책에서 33년간 픽사를 운영하며 얻은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그에 따르면 어떤 상황에서든 진실하게 말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며 모두가 창작자 마인드를 지켜야 합니다.
그의 주장을 어떻게 믿느냐고요? 개봉 25년이 넘도록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토이스토리>를 보세요. 올여름 개봉한 <토이스토리4>는 전 세계에서 1조 2170억 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애니메이션은 한 사람의 노력으로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감독과 각본가, 프로듀서와 애니메이터, 그리고 이들을 뒤에서 돕는 마케터와 경영진까지 다양한 사람의 고민이 깃든 결과물이죠.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작품의 성공을 위해 문제를 해결하고 과정을 혁신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픽사의 모든 직원은 창작자입니다.
> 솔직함의 가치
> 변화와 무작위성애 대처하는 법
> 잠재적 위험에 대처하는 법
> 시야를 넓히기 위한 시도
>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기 위한 조건
> 배고픈 짐승과 못난이 아기
> 실패와 공포에 대처하는 법
이 책의 목차 중 일부입니다. 픽사는 어떻게 개개인이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자신의 업무에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할까요? 책에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다름을 고민하고 있는 모든 분에게 추천합니다.
지금 폴인픽앤써머리에서 추천하는 도서 4권의 리뷰를 읽어보세요 :)
https://www.folin.co/storybook/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