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대흥사에 머물다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떠나면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떠나왔다. 그러나, 어디를 가나 따라다니는 스마트폰은 여전히 나와 세상을 연결하고 있었다.
나는 자연 속으로 들어오며 세상과의 연결을 잠시나마 끊어 보려 했지만 스마트폰과 함께 들어오는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온 세상은 초록으로 가득하고 하늘은 어느 때보다 더 파랗게 물들어 있는 풍경에서 나는 자연을 바라보며 망중한에 빠져 그 순간만은 온전히 세상을 다 품고 있는 것 같았지만,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 한 통은 내가 빠져든 세상을 와장창 부숴 버리고 말았다.
평화로운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었는데… 스마트폰이란 문명의 도구가 내가 만든 세상을 황폐하게 만들어 회색빛으로 물들여 버렸다.
나는 왜 떠나 온 것인가라는 의문을 나 자신에게 던져보지만 답을 얻을 수 없다. 고민 끝에 찾은 정답에 가까운 답은 스마트폰 오프가 아닐까?
세상과의 단절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중 연결되지 않았으면 하는 존재들은 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대로 그 연결은 끊어지지 않았다. 다시 돌아가야 할 그곳이지만 굳이 떠나온 이 시간만큼은 연결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그것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연결이 된 다는 것이 불쾌하고 불편하게 만들어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아가 출현하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나는 세상 어떤 곳보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다시 방황이라는 익숙함을 만났다.
소중한 시간들이 산산이 부수어져 버리고 황금 같은 시간을 잃어버렸다. 그러니 내가 택해야 할 정답은 역시 스마트폰 오프다.
내가 원할 때가 아니면 다시 세상과 연결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스마트폰을 오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