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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필리아노 Aug 26. 2024

오해와 진실

낯선 사람에게서 전화가 오고 있었다.


휴가 중이었기도 하지만 난 모르는 전화는 잘 받지 않는다.


사실 휴가 중이고 회사에서 골치 아픈 일들이 있던 터라 회사에서 오는 전화였어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잠시 후 전화기에 부재중 전화 메시지가 뜨고 전화에 대해서 잊어버렸다. 4시간쯤 지나 운전을 하고 있는데 같은 번호로 다시 연락이 왔지만 여전히 나는 받지 않았다.


그런데 누구인지 궁금해져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최근 연락처에 뜬 전화번호를 선택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수화음이 잠시 들리다가

"야! 네가 오지 않으면 어떻게?"

순간 나는 고등학교 동창인가? 생각을 했지만 아니다. 계속 수화기 너머에서 들여오는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의 상황을 보니 내가 나가는 모임의 동갑내기 친구였다.


"어, 휴가 중인데 지금 집으로 가고 있어. 근데  시간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최선을 다해서 가 볼게"


"아, 휴가구나. 알았어. 천천히 와"

"그래"


이 친구와 동갑내기이고 편하게 말을 놓는 사이였지만 전화번호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전화를 끊고 나는 다시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행했다. 시간에 맞춰 모임에 나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모임 시간이 1시간 미루어졌다는 연락을 받아 여유롭게 짐 정리를 하고 쉬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뒤집어 놔서 몇 통의 전화가 그 친구에게서 와 있었지만 전화가 온 줄 모르고 있다가 깜짝 놀라며 전화를 걸었다.


"야! 나 간다"

"응, 간다니 어딜 가?"

"어 이 모임 탈퇴다."

그 친구는 모임에서 탈퇴를 하겠다는 의사를 던졌고 한참을 불만을 토로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이게 문일인가 싶었지만 나는 모임 장소로 갔고 그 상황은 모른 채 하고 있었다. 그 모임 리더 간에 말다툼이 있었고 과거에 있었던 불만을 꺼내어 전투의 무기로 사용을 하고 전장에서 철수를 했던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양쪽의 이야기는 서로에게 잘못이 없다는 걸로 결론이 나게 마련이다.


나, 자신을 방어하다 보면 내 입장에서만 상대를 바라보고 나를 지키려는 본능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모임 러더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모임 시간이 변경이 되어 메시지를 보냈지만 읽지 않아서 전화를 했었는데 수화기 너머 주변 환경 좀 시끄러워 전달이 잘 되지 않자 목소리를 높였는데 상대방이 듣기로 화를 내는 것으로 오해를 한 모양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비슷한 상황으로 누적된 불만들이 터져 버린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임계점에 도달하고는 하는데 폭발하기도 하고 다시 숙으러 들기도 한다.


어쨌거나 서로 간에 분명히 오해가 있어 발생한 일이지만 한 사람이라도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면 그걸로 끝이 난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이런 일들은 늘 일어난다. 폭발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의 극복은 대화로 풀어야 하지만 맨 정신에 대화로 연결하지 못하다 술자리를 빌어 대화를 열고 이야기를 하지만 아주 좋지 않은 방법이다.


술자리에서는 서로 간의 불편한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은 진실되지 않을 수도 있고 풀어지는 가 싶다가도 다시 "나는 그런 마음이었다, 상대도 나도 이런 마음이었다" 라며 이야기를 하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는 일이 경험상 더 많았다.


대화의 창을 여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그런 자리가 만들어지더라도 정말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경청을 하지 않으면 진전 생기지 않는다. 특히 술자리에서는 더 그렇다.


서로 간의 오해 그 뒤에 숨은 진실. 어쩌면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더라도 다 꺼내 놓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평행선을 걷다 결국 이별이라는 갓을 맞이하게 된다.


그 친구는 떠났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처음 나에게 전화를 해서 모임에서 보자고 했지만 그날의 전화가 인연의 마지막이 되어 버렸다.


두 사람은 각자가 가진 입장을 이야기할 뿐 오해의 에 숨은 진실을 꺼내 들지 않은 채 다시 만나지 않을 사람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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