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프레임

나는 태양

by 노연석

오늘도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나의 하루에 무엇을 채워 넣어야 할지 몰라도 채워지게 되어있다. 내가 계획한 것들로 일부가 채워지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로 채워지고 의미 없이 지나 보낸 시간들은 공백으로 남는다.


이제 월요일을 지났을 뿐인데 무얼 그리 많이 채워 넣은 것인지 화요일 출근길이 힘겹다. 어제의 하루가 그다지 훌륭하지 않았음에도 무겁게 하루를 시작한다.


어제의 그 무언가가 비워지지 않아서일까? 지난 나날들 속에서 비워야 할 것들을 오늘로 가져와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서일까?


그 이유가 어떻든 시간은 조금씩 나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음은 분명하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아직 태양으로 살아야 할 시간들이 많이 남아 있다. 나를 믿고 의지하며 바라보고 있는 해바라기들이 있기에 구름을 걷어내고 어둠을 지나 매일 다시 떠 오른다. 태양 빛이 좀 약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그래도 해바라기들을 익어가게 만들 만큼의 빛을 보내 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태양들이 해바라기를 바라보며 살아간다.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 지치고 힘들어도 비가 오고 구름이 끼어 해바라기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어도 늘 같은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


태양의 보살핌으로 자라나 태양이 되어 해바라기가 태양이 될 수 있게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변화의 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