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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담아 본다

by 노연석

요즘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하늘이 아름다워 거의 매일 카메라를 하늘로 향한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 때 “가끔 하늘을 보자”는 말을 하는데 나는 매일 하늘을 바라다 보고 카메라의 렌즈로 담아낸 하늘을 스마트폰 저장소에 저장을 해 두고 매일 아침 인사는 하는 사람들과 공유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푸른 하늘에 떠있는 구름들이 같은 모양을 하는 날이 한 번도 없다. 그래서 매일 보는 하늘이지만 늘 새롭고 지겹지 않다.


우리의 일상도 늘 하늘과 같이 푸른색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하루로 채워지는 구름들은 언제나 다르다. 같아 보이지만 미세하게 다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르다.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각자가 감당해 내야 할 일들을 매일 다른 구름의 모양과 같이 채워나간다.


오늘은 사진을 찍지 못했다. 회사로 출근을 하지 않고 재택을 하다 보니 하늘을 올려다볼 시간이 없었다. 그도 그렇지만 오늘의 하늘은 구름 가득하고 카메라로 담아도 흐리멍덩하게 나오기에 카메라를 들이댈 이유를 만들어 주지 않았다. 늘 하늘이 파랗고 흰 구름들로 채워지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도 먹구름이 끼는 날이 오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먹구름이 낀다고 비가 온다고 세상이 변하지는 않는다. 조금 기다리다 보면 또다시 파란 하늘에 흰구름들을 만날 수 있다.


가끔 나의 하루가 먹구름으로 가득 차게 도는 날에도 비가 하루 종일 내려 우울하게 만드는 날에도 그런 날들이 주는 감정에 빠져 보기도 하고 반대로 즐기다 보면 그런 날들이 있어 파랗고 희고 맑은 날을 맞이할 때 더 반갑고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늘 가득 매워 태양 빛이 새어 나올 틈도 주지 않은 덕분에 따갑지 않고, 조금 더 시원하루를 만날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에 생각나는 파전에 막걸리 덕분에 비에 대한 시름도 잊을 수 있다. 골프의 계절 오늘과 같은 흐린 날씨는 라운드 하기 최적의 날이 되고 따가운 햇살을 잠시 가두고 내리는 비는 대지의 온기를 낮춰 시원함을 가져다준다.


맑고, 흐리고, 궂은 날씨 모두 반복되는 삶에 지루함을 느끼지 말라고, 상황에 맞는 즐거움을 찾아보라고 변화 무상하다. 지루한 삶을 지루하지 않게 하려면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겨내면 더 강해지지 않을까?


오늘은 창문 너머 구름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기는 했지만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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