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경 넓히기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주변에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혼자가 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에게 다가가면 갈수록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인지 그들도 그런지 모르겠다. 아마도 익숙해짐에서 찾아오는 지루함 때문이 아닐까?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그들에게 다가간 것이지 그들이 내가 필요해서 다가온 것이 아니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들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고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거리가 멀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래도 가끔 내 의견이 필요해서 내 생각이 어떤지를 물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본능적으로 삶의 반경에 있는 것들, 사람들이 지루해지면 재미가 없어지고 그 반경을 넘어서려는 시도를 한다.
회사도 현재 만들고 있는 제품, 서비스에 머무르면 망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계속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만들며 반경을 넓혀간다.
돌아보면 내 삶들에도 그런 일들이 일어났었지만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것은 아니었다.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기도 하고 동요에 의한 것이기고 했다. 동요에 의한 것들은 상대방도 나와 같이 반경을 넓히는 일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렇게 늘어난 반경 안의 것들은 중심으로 갈수록 잊혀 가는 것이 된다. 반경의 가장자리에 있는 것들로 삶을 지탱해 나간다.
너무 큰 반경을 만들 필요는 없다. 지난 것들은 집안 가득 쌓아놓고 버리지 못하는 물건과 같기에 필요 없는 것들은 깔끔하게 정리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삶은 반경의 가장자리에 있는 것들을 추구하며 살기에도 바쁘다. 지난 과거의 삶을 짊어지고 사는 것은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고 무언가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걸림돌이 된다. 정리한다는 것은 손절하거나 이별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 기억 속에 나타나지 않도록 현실에 집중하며 잊고 사는 것이다. 가끔 전화번호부를 열어 이름과 연락처를 봤을 때 "이 사람이 아직도 여기에 있구나. 잊고 산지 10년이 넘었네"와 같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반경의 안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공간과 물건들이 그 안으로 가득하다. 그 안을 채워오고 채워가는 사람은 나다. 누군가 채워주는 것이 아니다. 결국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을 반복하는 주체는 나이고 그 주체는 언제나 혼자다. 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혼자였다. 다만 반경 안으로 끌어 드린 사람들로 인해 혼자가 아닌 것 같은 착각을 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홀로 된 느낌은 반경을 넓혀야 하는 신호와 같다. 반경 안에서 지루함을 없앨 것인지? 반경을 넓히는 일에 도전을 할 것인지? 갈등을 하는 시간이 찾아오지만 본능에 맡기면 된다.
손톱만큼이라도 꺼려지는 것이라면 그 길로 갈 필요가 없다. 마음 가는 대로 가면 된다. 주위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망설이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다. 우리에게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니니 반경을 넓히거나 반경 안의 것을 리뉴얼을 하거나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된다. 삶이 지루해지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