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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의 평범한 술자리

소주 한잔 하실래요.

by 노연석

월요일부터 바삐 움직이는 회사는 싸늘해진 날씨를 데워 열기를 더한다. 오전 내내 진행된 답답한 회의는 오전에 처리해야 할 일들을 오후로 미루게 하고 덕분에 정신없는 오후를 보내다 보니 퇴근시간이다.


앞자리에 앉아 있는 부장에게 "소주 한잔 하실래요"라고 건네자 흔쾌히 허락을 한다.


월요일부터 술자리는 부담이 되지만 지친 하루에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안주거리 삼아 잔을 기울이기 위해 회사를 나와 주변 상가로 나선다.


계획과 달리 소주 한잔은 막걸리 한잔으로 바뀌었지만 부딪히는 잔마다 걱정거리들을 담아 나눠 마시기도 하고 오늘 하루의 피곤함을 달래 보기도 한다.


언제나 술자리가 그렇듯 안주거리로 올라오는 것은 부서장이다. 부서 인력들의 평균 연령이 50세가 넘다 보니 부서장도 나이 많고 경험 많은 부서원들을 통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 나름의 고충을 안고 지키고 있는 자리이다. 그런 마음도 헤아려 보고 잔뜩 화가 나 있는 고객을 달랠 방법도 이야기하며 술잔을 비워 간다. 부서원들에 대한 이야기로 밤은 깊어가고 정신은 조금 흐릿해진다.


이야기는 정치 이슈로 발을 돌리고 변화무쌍한 주식 시장으로 갔다가 얼마 남지 않은 직장 생활이 정년 연장이 되면 더 다닐 수도 있지 않을까란 주제로 이어지고 직장을 더 다녀하는 이유가 아직 어린아이들이 대학 졸업 할 때까지는 다녀야 한다는 슬픈 이야기로 흐른다. 그렇게 이야기의 흐름을 타고 가다 보니 취기가 많이 올라오고 시간도 적당이 지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가깝지 않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일을 기약하며 자리를 나선다.


그래도 갑자기 권한 술자리에 흔쾌히 응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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