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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le Apr 07. 2023

뜻밖의 여행

개인의 서가를 넘어 타인의 세상 속으로 

길을 걷다 절대 지나치지 못하는 장소가 있다. 책이 모여 있는 곳. 특히, 약속이 생기면 근처에 서점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꼭 30분 정도 먼저 도착해 눈으로라도 책들을 스캔하곤 한다. 익숙한 대형 서점에 들어서면 그날 감성의 온도에 따라 자유자재로 공간을 날아다닌다. 책도 읽고, 문구도 구경하다가 배가 고프면 밥도 먹고 차도 마실 수 있는 대형서점은 그런 점에서 나에겐 놀이공원과도 같다. 가끔 반차를 내고 여유롭게 즐기는 오후의 서점은 언제나 달콤하다.


모든 것이 다 있는 대형 서점 탐험도 물론 좋지만 언제부턴가 거대한 문화자본 없이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지역과 상생하는 작은 책방들이 하나둘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수익 창출을 우선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한 자리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취향과 소신을 담아 책방을 꾸미는 사람들. 그들은 세상에 ‘독립’적이면서 다양한 세대와 저마다의 방법으로‘소통’하고 있다.  어느 평범한 일상 속 우연히 맞닥뜨리는 작은 공간과의 조우는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처럼 뜻밖이지만 그만큼 더 반갑다.

생각해 보면 동네서점은 나의 유년의 기억과 가까이 맞닿아있다. 집 근처에 있던 ‘지산문고’는 주인분이 인정한 나만의 지정석이 있을 정도로 친근한 장소였다. 아빠와 함께 쪼그려 앉아 누가 먼저 삼국지 전권을 독파하는지 했던 내기, 친구들과 함께 다이어리 부록을 받으려 매일 들렀던 잡지코너, 한 달에 한번 나에게 허락된 한 권의 책을 고르기 위해 고심하던 순간들 그리고 작은 내 손 위에서 펼쳐지던 세계를 이해해 보려 부단히도 애쓰던 추억이 그 공간 속에 녹아있다.


그래서 소소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수호하고 가꿔가는 공간들을 더 찾아보기로 했다. 수익성 문제로 오래 그 장소를 지켜내지 못하는 서점이 늘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차별화된 테마와 분야를 전문적으로 소개하고 알리는 귀한 서점들이 동네 곳곳에 숨어있다. 때론 작은 골목길 숨바꼭질 하듯 숨어있어 찾기 어렵고, 소박한 스케치북과 같은 평범한 공간이지만 책방지기의 오늘의 책장엔 즐거운 채움이 넘쳐난다. 정성이 묻어나는 소품부터 지기의 가치관이 담긴 큐레이션까지 세심히 들여다보면 어느새 서가는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다.

대지의 생명이 움트는 봄,  종이 냄새 가득한 서점을 찾아 나서는 뜻밖의 여행을 시작했다. 소박하지만 저마다의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자 누군가의 영혼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반짝이는 공간들을 소개해 보려 한다. 언젠가 나도 책을 통해 세상에 말을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만큼 책을 매개로 소통하고 그 고유한 이야기들을 써내려 가고 싶다. 늘 나에게 끝없는 경이와 동경을 느끼는 책들의 살아 숨 쉬는 공간 속에 더 가까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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