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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 Apr 30. 2022

출근길

출근길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마 전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지만 27살이 되면 사회생활을 해야지, 하고 막연히 생각하곤 했었다. 그건 아마도 우리 아빠가 나를 27살에 처음 봤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또는 27이 26과 29의 중앙 즈음에 있는 숫자이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26살은 한국 사회에서 남자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기에 (주관적으로) 조금 빠른 나이로 느껴졌고, 29살은 (역시 주관적으로) 조금 늦다고 느껴졌다. 어쨌거나 27살은 사회생활을 시작하기에 꽤 적당한 나이처럼 보인다. 나에게는.

 내가 출근해야 할 곳은 서울 서초구에 있다. 양재역에서 내려서, 마을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걸리는 위치에 있다. 서초구는 굉장히 발달되고 세련된 도심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내가 출근하는 곳은 산자락에 맞닿아 있어서 새소리가 들리고 푸른 식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곳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환경이 마음에 든다. 사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을 좀 더 선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회색 빛의 도시에서 살아간 기간보다, 자연을 뛰어다니며 수렵 채집인으로서 살아간 기간이 훨씬 길기에 우리의 유전자는 자연에 가까운 환경을 좀 더 친숙하게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나는 내가 출근할 곳의 환경이 좋다. 하지만 양재역에서 이곳까지 마을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출, 퇴근 시간마다 이 마을버스가 금방이라도 터져나갈 것처럼 가득 차는 것은 예삿일이다. 게다가 운전 스타일이 헤비메탈에 가까운 운전기사님을 만나기라도 한다면, 넘어지지 않기 위해 파도 위의 서퍼처럼 애를 써야 한다(물론 서핑처럼 즐겁지는 않다). 그리고 그러한 만원 버스 안에서는 카드를 찍고 내리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나는 내릴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는 버스 기사님들이 많다고 느낀다. 그래서 미리 하차 태그를 해두어야 마음이 편하다. 사람들을 헤집고 뒷 문으로 가서 카드를 꺼내 하차 태그를 찍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한 손은 어딘가를 잡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가 말한 것은 내가 만원 마을버스를 싫어하는 이유의 일부분일 뿐이다. 

 적어도 몇 년을 오갈 출근길이 고되다는 사실은 꽤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다가, 마을버스 대신 자전거를 타는 것을 생각했다. 서울의 공공 공유 자전거 서비스인 따릉이가 일 순위였다. 모바일 앱으로 이용권을 결제하고, 서울의 이곳저곳에 위치한 따릉이 정거장에서 따릉이를 픽업해서 이용하고, 따릉이 정거장에 반납하면 되는 서비스다. 따릉이를 타게 되면 일단 자전거를 구입하는 초기 투자비용이 없다. 그리고 따릉이는 공공 서비스여서 이용 요금이 싼 편이다. 장기 이용권을 구입할수록 이용권 가격은 체증하며 낮아지는데, 1년권은 3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또한 공유 서비스인 만큼 소유로 인한 리스크들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따릉이를 제대로 반납하고 나면, 분실 위험 등에 대해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따릉이는 꽤 인기가 많아서 타고 싶을 때 못 타는 경우가 있다. 출근 시간 양재역 주변의 따릉이는 금방 매진되는 편이다. 절반 정도의 경우에 나를 위한 따릉이가 한 두대 남아있지만, 다른 절반의 경우에 따릉이 정거장에 따릉이가 없어서 허탕을 치곤 한다. 그래서 지금 자전거를 하나 살지, 아니면 이용할 수 있는 따릉이가 없는 경우에는 그냥 마을버스를 탈 지 고민 중이다. 자전거를 하나 사게 되면, 양재역 주변의 거치대를 이용할 생각인데, 어린 시절 자전거를 많이 도난당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좀 걱정이다. 자전거를 구입하는 초기 비용도 좀 부담스러운데, 그래서 요즈음 당근 마켓을 들락날락하는 중이다. 

 따릉이를 타고 일터로 가는 기분은 꽤 좋다. 요즈음에는 날씨가 좋아서, 특히 더 야외에서 자전거를 탈 맛이 난다. 나의 힘으로 시간을 컨트롤한다는 느낌도 좋다. 마을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속도나 루트를 내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아직까지는 꽤 좋은 느낌이다.

 2시간이라는 출퇴근 시간이 아깝다. 할 수만 있다면 그 시간을 명상이나 운동에 사용하고 싶다. 하지만 당장에 그럴 수는 없기 때문에, 그 시간들이 단지 '버려지는 시간'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이런저런 해법들을 고민해보고 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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