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립 Dec 11. 2022

인생을 견디는 체크리스트

그런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있나요?

 나는 인생이 갑자기 힘들게 느껴질 때, 스스로 점검해보는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아직 20대인 내가 이런 체크리스트를 관리하는 까닭은, 스트레스에 유독 취약한 몸과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기억하기로는 초등학교 5학년 무렵부터 불안장애 증상이 있었다. 또 체형은 매우 마른 편이라, 살 좀 찌워야겠다, 라는 말을 듣는 것이 예삿일이었다. 그 밖에도 여러 이유 때문에 나에게 삶을 살아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에게서, 내가 꽤 안정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호숫가의 오리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항변한다. 실제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마 이러한 노력들이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이 글을 보고 "이런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쓸데없는 글이군"과 같은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더라도 머릿속에 있는 체크리스트를 글로서 잘 정리해보는 기회가 될 것 같다.


1. 최근 평균 7시간 이상 잤는가?

잠은 보약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지만, 사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8시간 정도는 자야 몸이 완전히 개운해진다. 보통 아침 6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8시간을 자려면 저녁 10시에 자야 한다. 하지만 직장인으로서 9시간의 근무 시간과 왕복 2시간 반의 출퇴근 시간을 견디고 나면, 좀 더 많은 자유로운 저녁 시간을 갖고 싶어 진다. 10시는 분명 잠들기 아쉬운 때다. 최대한 11시에는 자려고 하며, 12시는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 마그네슘-칼슘-비타민D 복합 영양제도 자기 전에 먹는데, 꽤 효과가 좋다. 그리고 평일의 부족한 잠은, 보통 주말에 늦잠, 또는 낮잠을 자서 채우는 편이다.


2. 혹시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른가?

나는 직장에서 '간식 귀신'이라고 불린다. 내 서랍에는 각종 간식들이 많이 있다. 나는 배가 고프면 머리 회전이 잘 안 되는 편이다. 당이 떨어지면 몸과 마음이 쳐지기 때문에, 그럴 때면 서랍을 열어 간식을 꺼내곤 한다. 가능한 건강한 간식을 먹으려고 한다. 지금 회사 서랍에 있는 것은 저당 단백질 바와 견과류, 고구마 말랭이 바이다. 주로 인터넷에서 "건강 간식"을 검색해서 한 번에 많이 주문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먹는 편이다. 한편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즉 목이 마르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지곤 한다. 직장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 집중해서 하다 보면 몇 시간 째 물을 마시는 것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1~2시간에 한 번 정도는 꼭 물을 마시려고 한다. 쉬는 시간을 겸해서, 언제 물을 마셔야지, 하고 정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유산균을 매일 먹고 있고, 화장실은 잘 가는가?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유산균을 한 알씩 먹는다. 나에게 잘 맞는 유산균을 먹고, 변을 잘 보는 일은 육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굉장히 유익하다. 여러 연구들이 건강한 장이 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왠지 우울하고 불만이 많은 시기엔 유산균 섭취를 빠뜨렸던 적이 종종 있었다. 주로 J사의 250억 유산균을 해외 직구해서 먹고 있다. 광고는 아니고, 그저 내가 이런 글을 보게 되면 "저 사람은 무슨 유산균을 먹는 것일까?" 매우 궁금했기 때문에 적은 것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잘 맞는 유산균은 많은 사람들이 먹는 유산균과 다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먹는 한 유산균은 나에게 잘 맞지 않았다. 지금 먹는 유산균은 2달 분에 5만 원 정도로 비싸지만, 내 건강의 기반 시설에 투자한다고 생각하며 매번 구입하고 있다.


4. 운동을 3일에 한번 꼴로 하고 있는가?

나는 3일에 한 번 정도 꽤 강도 높은 운동을 하지 않으면, 조금 우울해진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운동한 날을 기억해두고, 3일이 지나기 전 꼭 운동을 하려고 한다. 최근에는 점심에 회사 체력단련실에서 운동을 한다. 그리고 가끔 저녁에 친구와 탁구장에 가서 탁구를 치고, 주말에는 시간이 허락하면 플x풋볼 서비스를 이용해서 풋살을 한다. '몰입'에 대한 방법론으로 유명한 황농문 박사님에 따르면, 정신적인 몰입을 위해서 신체적인 운동은 굉장히 중요하다. 운동은 집중을 위한 신경전달물질을 충전해주고, 충분하고 깊은 수면에 들기 위해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박사님은 매일 30분, 땀을 흠뻑 흘릴 수 있는 다소 과격한 운동을 하는 것을 추천하신다.


5. 일상생활에 명상이 있는가?

내가 이전에 쓴 글에서 밝혔듯이 나는 "위빳사나 명상"을 한다. 몸의 감각과 호흡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며, 혐오와 갈망으로서 반응하지 않는 것을 수련하는 명상이다. 이 명상은 꼭 10일 코스를 가서 배워야 하며, 자세한 사항은 "담마코리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명상을 아침, 저녁 1시간씩 총 두 시간을 수행하려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루 2시간을 내는 것은 그 자체로 쉬운 일이 아니며, 또 동상처럼 앉아 있는 것은 그 나름대로 고역이다. 하지만 매일 꾸준히 하다 보면 점차 쉬워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명상이 있는 삶이 좀 더 평화롭고, 안정적임을 느낀다. 설명하기는 좀 어렵지만 한동안 명상을 하지 않으면, 삶이 점차 힘들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출근길에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임에도 불구하고 차가 지나가는 경우 명상을 하지 않을 때는 바로 화가 난다. 하지만 명상을 꾸준히 할 때는 보다 여유롭게 받아들이게 되고, "좀 천천히 가지 뭐~"라고 생각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식이다. 앞서 말했던 4가지 체크리스트에 비해, 명상은 누구에게나 맞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실제로 위빳사나 명상을 경험하고,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나는 이 명상을 통해 삶에서 많은 이로움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삶이 많이 바빠지더라도, 나를 보살피는 시간으로서 2시간을 꼭 마련할 생각이다.


앞서 언급한 것들은 고속도로와 같은 국가 기반 시설처럼, 내 삶을 지탱하는 요소들이다. 달리 말하면 불행해지는 것을 막아주는 한계 저지선이기도 하다. 나의 체크리스트가 누구나에게 같은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불행 방지 체크리스트"를 가질 필요는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보살피지 못하면 그 누구도 보살필 수 없기에, 자신을 보살피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출근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