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평일동안 어린이집에서 엄마 아빠 없이 잘 지내준 2살 아들을 위해 앵무새 카페를 갔다. 앵무새들에게 먹이를 주고, 손과 어깨에도 올려보고 우리는 앵무새들과 많은 교감을 나눴다.
앵무새들과 잘 어울리는 우리 가족이 좋았는지 카페 사장님께서 오셔서 앵무새에 대해 이것저것 말씀해 주셨다. 앵무새의 생김새를 보고 암수를 구분하는 방법, 앵무새 크기별로 분류하는 법, 분류에 따라 가격도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 등등 대형 앵무새는 한 마리에 천만 원도 넘는다고 하셨다. 나와 아내는 생각지도 못한 가격에 깜짝 놀랐는데 그때 처음으로 앵무새가 동물이 아닌 재산으로 보였다. 이때 처음 산업의 입장에서 동물을 보게 된 것 같다.
이제 집에 가려고 나가는 길에 매장 밖에서 사장님이 새들을 밖으로 날리는 모습을 봤다. 신기했다. 왜냐하면 새들이 날려도 멀리 날아가지 않고 2~3미터만 날다가 마는 것이다. 나는 여쭤봤다. 사장님 새들이 집을 알아보나 봐요 멀리는 안 날아가네요? 하고 여쭤보니 사장님께서 활짝 웃으면서 답해주셨다. 얘네 못 날아요. 날개를 잘라 놨거든요~ 날개를 안 자르면 가게를 벗어나 날아가기도 하고 날아갔다 돌아오는 길에 건물에 부딪혀 죽거나 야생동물한테 죽는 경우도 많거든요. 이 얘기를 듣고 나니 우리 가족은 더 이상 앵무새 카페가 좋은 공간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곳은 날개 잘린 새들이 정해진 규칙 안에서 일을 하고, 그 대가로 밥을 받는 노역장 같은 곳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앵무새들에게 안전하고 안락한 보금자리 일수도 있지만 나는 이곳이 변화도 없고 활력도 없는 감옥처럼 느껴졌다. 새들은 날아가고 싶지 않을까? 하늘 높이 날면서 멀리 바라보고 넓은 활동 범위를 갖는 것이 새들인데 과연 안전하고 안락하다고 해서 이 공간을 좋아할까? 나는 아닐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이 앵무새들이 나와 같다고 여겨졌다. 어려서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고민하고 해 보기 전에 부모님이 바라시는 길을 가기 바빴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보려고 하니 그거 해서 먹고살 수 있냐? 그거 해서 네가 성공할 수 있냐? 그거 돈 못 벌어 그거 하지 말어. 뭔가에 도전하기도 전에 안전하고 안정한 길만 가기를 종용받던 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부모님이 원하시던 대로 안전하고 안정된 길로 평범하게 적당히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일하는 순간이 행복하지 않다. 그래서 자꾸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처음부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내가 깨닫고 세상을 탐구하면서 왔으면 참 좋았으련만 그때 안락하게 살고 싶어서 부모님이 지지하는 길을 걸어온 나의 지난날의 선택이 아쉽다. 이제라도 찾아보려 한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남이 알려주는 거 말고 내가 부딪혀서 나에게 맞는지 내가 좋아하는지 내가 어떻게 이윤을 창출할 것인지 고민해보고 싶다. 실패가 두렵지만 죽을 때 그때라도 내 멋대로 한번 살아볼걸 하고 후회할 거 같아서 이제는 내 멋대로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