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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발적아싸 Sep 26. 2023

내 감정이
내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  

감정이 항상 옳지는 않다

최근 드라마 '무빙'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아내와 드라마 '무빙'을 보며 맞아 우리도 남산에서 데이트했었는데 하니 아내가 갑자기 오빠 우리 남산돈가스 먹으러 가자. 우리 그땐 그거 안 먹었잖아! 하고 얘기했고 나도 맞아 그거 안 먹었네 가자! 얘기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주말에 남산으로 놀러 갔다. 투정 부리는 아이를 억지로 태워 남산에 도착하자 시간은 벌써 2시 30분이 넘었다. 줄 서서 기다렸다 밥을 먹기에는 너무 배고프다. 우리는 그냥 주차되는 아무 집에나 들어가 먹기로 한다. 케이블카에서 가장 가까운 돈가스 집에 주차를 하고 들어가 식사를 한다. 


다행히 돈가스는 주문한 지 5분도 안 돼서 나왔다. 그런데 그냥 식은 돈가스 맛이다. 어떤 특별한 것도 없다. 돈가스는 질기고, 수프는 그냥 오뚝이 수프.... 값은 비싼데 맛이 없다. 드라마에 나온 그 시대에는 먹을게 별로 없었나 보다. 아니면 원조가 아니라 그런 거든지. 


어쨌든 우리는 식사 후 비싼 유료주차를 하고 케이블카를 타기로 한다. 오늘도 제법 사람이 많다. 줄이 길다. 우리 앞에는 일본인 가족이 서 있었다. 그들을 보자 갑자기 혐오감과 적대감이 들었다. 


5초 후 나는 깜짝 놀랐다. 그들은 나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인데 나는 왜 그들에 대한 분노를 느꼈을까? 그들은 나에게 어떤 해도 끼치지 않았는데 나는 왜 그들을 보고 화가 났을까? 생각해 보니 최근에 본 영화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에 대한 영화라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처음으로 내가 느낀 감정이 내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 나에게 주입한 감정이 나도 모르게 내 것처럼 튀어나오는구나. 내게서 생긴 것이 아닌데 느낄 때는 내 감정처럼 느끼는구나.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나로부터 비롯됐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 


내 생각, 기호, 감정 모두 온전한 나의 것이 아닐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감정이 항상 옳지는 않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 


이 경험은 내게 특별했다. 왜냐하면 나는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연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정에 끄틀리지 않고 중도를 유지하는 연습. 불교에서는 수행이라고 얘기하는 이 연습을 하면서 늘 생각했다. 


불안하고, 외롭고, 고독하고, 답답하고, 무기력한 이 감정들은 매일 느껴지는데 이런 감정들에 반응하지 않는 게 잘하는 걸까? 이 감정들을 알아주고 달래줘야지 좋은 감정으로 변하는 건 아닐까? 


이 질문에  위의 경험이 답이 됐다. 감정이 항상 옳지 않기에 그것을 따라가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구나. 왜곡된 지침으로 길을 찾아가면 도착하여 깜짝 놀랄 수가 있다. 장애물도 있고 위험도 있었지만 지침을 따라 목표한 곳에 도착했는데, 내가 오려고 했던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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