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박카이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정 Mar 24. 2024

퇴사 취소 사유

한문단클럽 vol.2 240323

제출했던 사직서를 회수했다. 폭풍 같았던 지난 열흘, 일곱 차례의 퇴사 면담 속에서 중심을 잡고 서있기란 참 어려운 일이었다. 견고하게 쌓아 올린 결심은 말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가 표정 하나에 다시 솟아오르기를 반복했다. 회사 밖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물었다.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게 맞느냐고. 누군가는 돈이 전부라 말했고, 누군가는 꿈을 좇으라 말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감정이 우선이라 말했다. 나는 내 감정을 보호하고자 퇴사결심했지만, 꿈에 흔들렸고, 돈에 주저했다. 어지러운 날들 속 내가 끝끝내 붙든 것은 미련이었다. 결실을 맺지 못한 일함께 손발을 맞춰온 사람들대한 미련. 사직서를 제출한 순간에도, 여러 사람과 마주 앉아 이별을 이야기할 때도 나는 바랐다. 한 명쯤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 주길. 나는 것이 사랑이었음을, 불공정한 조직과 불합리한 시스템으로도 덮이지 않을 만큼 커다란 사랑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 사랑을 끝까지 태워보기로 했다. 어쩌면 이 결정이 다시 사직서를 제출하는 일로 마무리될지도 모르겠지만, 미련한 나는 다시 한번 불씨를 살려본다. 부디  사랑이 꺼지지 않길 기도하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