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살아있던 때 함께 다니던 안경점이 있다. 나는 그곳이 싫었다. 술에 절은 엄마가 혀 꼬인 소리로 안경을 주문하고 안경값으로 매번 실랑이를 벌이던 그곳이 싫었다. 며칠 전, 우연히 안경점 앞에 걸린 점포정리 현수막을 발견했다. 괜한 아쉬움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엄마가 죽고 발길을 끊었으니 꼭 5년 만이었다. 사장님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시력 검사를 마치고 안경테를 고를 때까지도 줄곧. 무거운 적막 속, 그는 가만히 물었다. “어머님은 잘 계시죠? 요즘은 안경 고치러 안 오시네요.” 손바닥에 땀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나를 잊었길 바랐다.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고 휘청이던 여자 옆에서 덩달아 얼굴이 빨개지던 나를 기억하지 못하길 바랐다. “엄마 돌아가셨어요. 5년 정도 됐어요.” 나는 애써 그의 눈을 피한 채 손톱 옆 거스러미를 뜯었다. “그러셨구나.” 잠시 침묵을 이어가던 그는 말했다. “본인 안경은 계속 고쳐 쓰시면서 따님분 안경은 항상 좋은 걸로 해달라고 하셨었어요.” 찢긴 살갗에서 피가 스며 나왔다. 벌어진 피부를 헤집고 또 헤집었다. 나는 역시나 이곳이 싫었다. 나와 엄마를 잘 알고 있는 이곳이, 내가 모르는 엄마까지 알고 있는 이곳이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