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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May 29. 2024

유년2

애쓰는밤 240523

최근에 내가 몰랐던 엄마의 사랑을 마주하게 되어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엄마가 죽고 나는 종종 예전에 엄마가 했던 행동들에서 사랑을 발견하곤 한다. 예컨대 내 안경은 항상 거금을 들여 맞춰주고는 정작 본인의 안경은 몇 년째 고쳐서만 쓰셨던 일, 술에 취해서도 주말이면 보고 싶다고 전화를 걸었던 일, 반장이 된 딸내미를 잘 부탁한다며 식당 앞치마도 벗지 못한 채 쭈쭈바를 한 아름 사들고 학교에 찾아왔던 일, 가끔 엄마의 집에 찾아갈 때면 내가 문 앞에서 돌아서리란 걸 알면서도 꼭 토종닭을 사다가 닭볶음탕을 끓여두었던 일. 나이를 먹어서인지 엄마가 죽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여전히 나는 엄마가 밉고 원망스럽고 한심하지만, 그럼에도 내 유년에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간다. 그게 이제는 더 이상 나에게 상처 줄 수 없는 엄마를 미화하기 위해서인지, 불쌍하기 짝이 없는 나의 어린 시절을 쓰다듬어주기 위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나쁘지 않다.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들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티가 나는 것 같다. 나는 술독에서 태어난 순간부터 그런 사람이 되긴 어려운 팔자였음을 안다. 선천적으로 사랑받는 재능은 없지만 덕분에 후천적으로 사랑을 발견하는 노력에 꽤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인생 목표는 곱게 늙는 거니까 유년의 불행과는 상관없이 꼭 인상 좋은 할머니가 되어야지. 그러려고 열심히 엄마의 사랑을 찾아 기억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니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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