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12월의 어느 날, 제 인스타그램에 로맨틱한 제안 하나가 도착합니다. 연말 느낌 물씬 풍기는 공간에 둘러앉아 함께 와인을 마시고, 준비해 온 책 한 권씩을 선물하자고요. 발신인은 집 앞의 작은 서점. 저는 그 광고에 걸려들고 말았습니다. 와인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궁금했거든요. 우리는 처음 본 사이답지 않게 끝없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자연스럽게 다음 달에도, 그다음 달에도, 모임은 이어졌습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요. 그사이 저는 이 인연에 꽤 깊이 빠진 모양입니다. 첫 만남부터 함께했던 모임원이 앞으로는 참석하기 어렵겠다는 소식을 전해온 날부터 마음 한 구석이 괜스레 허전한 걸 보면 말이죠. 하지만 저는 아름답게 떠나보내는 척을 해보려 합니다. 늘 새로운 영감을 제공해 주었던 그의 빈자리가 못내 아쉽겠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라고 누군가 그랬으니까요.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더 행복합시다. 그리고 언제든 놀러 오세요. 자리가 부족하면 제 자리라도 내어 드릴 테니. P.S. 한 달에 한번 열리는 ‘책과밤’에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관련 문의는 ‘무슨서점’으로! 원래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 잊는 것 아니겠습니까, ㅇㅅ님? (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