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로 전자책 하루 만에 쓰기(2)
책 쓰는 작가의 지위가 침몰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경험해 왔던 그 어떤 시대보다도 책 쓰기 쉬운 시대를 살고 있다. 누구나 손쉽게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자신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등 공신은 바로 ‘ChatGPT’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올바른 방향으로 ChatGPT에게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글을 쓸 수 있다.
ChatGPT의 등장과 함께 일어난 변화는 ‘책 쓰기의 탈권위화’라고 말할 수 있다. 책을 쓴다는 행위는 이제 더 이상 작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경험과 노하우 혹은 문학적 상상만 있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조건이 하나 있다. ChatGPT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ChatGPT를 잘 활용할 수만 있다면 책을 쓰기 위해 몇 만자를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 ChatGPT를 통해 문예창작과 또는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지 않은 일반인도 매끄럽게 글을 쓸 수 있다. 글쓰기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라면 책을 출간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유명인사나 CEO들은 대필작가를 고용하여 책을 쓰기도 한다. 대필작가들은 이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글쓰기 기술을 활용하여 작품을 완성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를 통해 유명인사나 CEO들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으며, 독자들은 그들의 성공 비결이나 독특한 시각을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대필작가를 고용하는 것은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일반인들의 경우 대필작가를 고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글쓰기 능력이 부족하다면 자신이 가진 전문지식을 책으로 만드는데 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ChatGPT의 등장으로 인해 이제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자책 형태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해, 글쓰기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전문 대필작가의 도움 없이도 다양한 이야기와 경험이 세상에 전해지게 되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필작가를 고용해도 사실 책을 쓰기 위해서는 책글감을 위한 인터뷰 및 자료정리와 같은 작업은 원작가가 해야 한다. 또, 책초고가 완성되었다고 끝이 아니다. 대필작가가 쓴 원고를 다시 원저작자가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책이 출간될 수 있다.
ChatGPT는 그 어떤 대필작가들보다도 빠르게 원고를 작성해 줄 수 있다. ChatGPT는 사용자의 질문에 따라 글을 작성해 주는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기존의 대필작가들보다 훨씬 빠르게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원저작자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직접 ChatGPT에 전달함으로써 대필작가와 소통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시간과 소통오류를 제거할 수 있다. 작가의 의중을 최대한 반영하여 ChatGPT에게 질문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책 한 편을 뚝딱 만든 것은 굉장히 쉽다. 이로 인해 글쓰기의 진입장벽이 낮아져 더 많은 사람들이 창작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바야흐로 책 쓰기의 탈권위화 시대다. ChatGPT를 통해 책 쓰기의 진입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더 다양한 목소리와 아이디어가 세상에 퍼져나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이제 누구나 자신만의 책을 만들고,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또한,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출판 시장 자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작가들과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세상에 나오게 되면, 독자들은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되고, 경쟁을 통해 도서의 질 역시 높아질 것이다. ChatGPT를 통해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책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서점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혹자들은 말한다. ChatGPT로 개나 소나 책을 쓰게 된다면, '쓰레기 같은 책'들이 범람할 것이라고. 이들은 ChatGPT를 이용한 책 쓰기가 질적으로 낮은 콘텐츠를 늘리고, 글쓰기의 가치를 퇴색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쉽게 쓰인 책들이 시장을 포화시키고 독자들의 선택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의 의견에 나도 일부는 동의한다. 실제로 시중에 나온 ChatGPT 책을 보면, 번역투 문장으로 작성되는 등 기존 도서와 비교해 볼 때 퀄리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책 쓰기라는 진입장벽에 막혀 책출간을 하지 못했던 많은 분들이 ChatGPT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과 지식을 세상에 표출할 기회가 늘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또한 독자 중 일부라도 혹자들이 말하는 그 ‘쓰레기 같은 책’을 통해 인사이트를 조금이라도 얻어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책의 소명이 다한 것을 아닐까? 또한 ChatGPT를 통해 시의적절하게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정보가 빠르게 책으로 유통될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혁신이 아닐까? 혁신 초기의 제품은 문제 투성이다. ChatGPT라는 초기 기술을 통한 제품인 책 역시 마찬가지다. 미숙하고 문제 투성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콘텐츠의 질적인 문제는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