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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okie Run Jan 10. 2022

WLB을 찾았는데 행복하지 않다.

나의 직장인 자아가 괴로워하고 있다

25살부터 29살까지 컨설팅 회사에서 평일에서 주말까지, 새벽에서 새벽까지 일을 하던 내게, WLB이 주어졌다.


현재 회사는 9시부터 5시까지 근무하면 된다. 점심은 11-2시 사이에 한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퇴근시간 이후, 또는 연차 사용 시 업무 관련 연락은 긴급한 게 아닌 이상 오지 않는다.


업무도 여유롭게 할 수 있다. 컨설팅 회사에서는 하루가 주어졌을 만한 자료조사를, 현재 회사에서는 1-2주를 준다.


업무 시간에 카톡을 하고, 인터넷 서핑도 한다. 친구들과 몇 주 후의 약속까지도 편하게 잡는다. 퇴근 시간을 넘겨서 일해야 하는 날은 매우 드무니까.


회사명이 궁금한가?

당신도 지원해서 이 회사에 오고 싶나?

이런 회사가 바로 우리 MZ 세대가 원하는 직장인가?


글쎄.

나는 이런 삶이 이상하다.

그리고 괴롭다.


업무를 체계적으로 구상해서 진행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일까?

내가 혼자 만들어서 가져 가는 결과물이 항상 최선이다. 부장님도, 상무님도 인풋이 없다. 그나마 인풋이 들어오면, 누가 봐도 방향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이 분야를 모르는 사람마저도 왜 그렇게 하냐고 물어볼 정도로.


내가 120%를 해도 OK고,

내가 40%를 해도 OK다.


일을 잘하면 반응은 시기와 질투로 되돌아왔다.


여기에서 지금은 퇴사한, 이전 팀장님의 비교 평가도 한몫했다.

팀장님이 “쟤가 일하는 것 좀 보고 배워”라고 다른 팀원들에게 뭐라고 했다고 한다. 그것도 여러 번. 그때 그 비교 평가가 다른 과장을 성장시키는 데 좋은 동력이 되었다며 자랑스러워하셨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듣고, 팀워크에 절대 안 좋은 방법이라고, 그만 하시라고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팀원들과 나의 사이를 갈라놓은 팀장님은 퇴사했고, 그때부터 팀원들은 나를 대놓고 따돌리기 시작했다.


새로 입사하신 상무님도 한몫해주셨다. 이전 팀장님의 퇴사 후 나의 새로운 매니저가 된 부장님이 작성하신 자료를 내용 정리가 잘 안 됐다며 내게 업무를 다시 시키셨고, 그에 대해 부장님이 알게 되셨다. 그리고 언짢아하셨다, 당연히.


부장님이 점점 내게 일을 안 주시기 시작했다.

겨우 일을 받아도 잡일만 받는다.

  

이제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게 나대는 것만 같아 입을 꾹 다문다. 틀린 말이 들려도 난 아무것도 모른다. 입을 꾹 다문다.


그런데 속이 곪아간다.


현재 내 삶에서 나를 정의하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직장인'인데, 직장인으로서의 나는 외롭고, 괴롭다.


업무 시간을 밀도 있게 보내고 싶다.

인재 밀도도 높았으면 좋겠다.

같이 아이디어를 나누고 성장하며

같이 즐겁게 일했으면 좋겠다.


나의 직장인 자아가 눈을 뜨고 나서 가장 정신이 맑을 첫 8-9시간 동안 일에 에너지를 쏟아붓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며 직장인으로서 무언가를 해냈으면 좋겠다.


WLB이 있으니 다른 취미를 찾아보려 해도 독서도, 운동도 한계가 있다.


흔히들 간은 집에 떼어놓고 출근하는 것이라 하는데, 그렇게 해보니 혼이 나가 동태눈이 되어간다.


이런 회사에 이렇게 다니다가

결국 쓸모 없는 사람이 되는  아닐까?


그래서 다시 한번 이직 시도를 하고 있다. 이직 시도를   1년이 되었는데도 이직의 문이   열린다. (중간에 쉬었다가 최근에 다시 시작했는데 여전히 힘들다).


내가 먹고 살 방법은 찾아야 하는데,

내가 살아온 32년보다 더 많은 날들을

계속해서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이게 맞을까?


아님, 어쩌면 나는 조직 생활에 안 맞는 걸까? 대학원에 가서 새로운 길을 찾아보거나, 전문직이 되어서 언제든 옮겨 다닐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까?


모르겠다, 방황한다.


어찌 되었든 확실한 것은, 현재 나의 직장인 자아는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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