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나름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유명한 말로 시작하는「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있다. 주인공은 안나 카레니나라는 제목답게 안나이지만, 주인공에 필적할 만한 많은 이들이 함께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어서 실질 주인공이 안나가 맞나 하는 중이다. 안나만큼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이는 콘스탄친 드미트리치 레빈인데, 레빈은 농장을 운영하는 지주이자 귀족이다. 러시아 소설답게 등장인물의 이름이 적게는 2개, 많게는 5개까지도 나오는 듯하다. 처음 읽을 때는 으응? 이 사람이 아까 그 사람 같은데 왜 이름이 다르지? 하고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조금 지나면 그러려니 하고 적응을 하고 읽어나가게 된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굵직한 서사는 안나의 불륜이다. 유부녀인 안나는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와 부부관계이고 세료자라는 아들도 있지만 브론스키에 빠져 연애를 시작하고 만다.
안나 카레니나는 총 8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3권으로 분권 되어 있다. 1,2부는 1권에, 3~5부는 2권에, 6~8부는 3권에 들어가 있다. 현재 나는 2권에서 5부 부분을 읽고 있다. 여전히 잘 이해되지 않는 안나의 행동과 그의 남편, 주변 인물까지 복잡한 관계 속을 헤매며 읽는 중이지만 왜 고전인지에 대해 깨달음을 얻으며 읽고 있다.
예를 들어 4부 끄트머리에 진행되는 레빈과 키티의 결혼식에서 사랑에 눈이 멀고 결혼식을 앞두고 황홀한 기분 속에 취해 사는 레빈의 심리상태를 몇 장에 걸쳐 전달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레빈의 기분이 매우 좋다 하다는 문장으로 말하지 않고 여러 장면을 묘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반복되듯 달리 변주되는 내용이었다. 그 부분들을 통해 레빈의 지금 상태가 얼마나 구름 위에 두둥실 뜬 것처럼 사랑에 빠진 남자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레빈을 옆에서 본 것처럼 레빈의 심리가 잘 전달되었으니 말이다.
이해되지 않는 인물들도 물론 많은데 그중에 안나의 원래 남편 알렉세이는 기묘하기까지 하다. 아내의 불륜을 인정하고, 불륜 가운데 태어난 딸아이도 보살펴 주며 아내를 용서하는 그 모습이 상당히 낯설고 이해되지 않았다.
러시아의 역사와 이 소설이 쓰인 배경에 대해 좀 더 잘 안다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은 소설이다. 그래서 소설을 다 읽고 나면 그 부분을 찾아볼까도 싶다. 물론 소설을 읽고 있는 지금 찾아봐도 되지만 그러기에는 소설의 분량이 주는 위압감이 상당하므로 다 읽고 난 뒤에 하고 싶다.
아직 읽지 않은 5부 후반부와 6,7,8부에 이르기까지 어떤 내용이 전개되고 등장인물의 관계와 심리가 어떻게 귀결될지 궁금한 부분이 많다. 독서모임을 통해 함께 읽지 않았다면 읽기가 힘들었을 고전을, 그것도「안나 카레니나」를 함께 읽을 수 있어 귀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