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므니 Jan 31. 2024

재즈

김민철 작가님과 함께하는 <오독오독 북클럽> 첫번째 도서

작가님께 보내는 편지


안녕하세요?

재즈를 들었던 적이 언제였나 떠올려 봤습니다. 찾아서 들은 적은 없었고, 라디오나 상점과 같은 곳에서 우연히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특별히 좋아하는 재즈 음악이나 선율은 없이 재즈풍의 음악이 들려오면 막연히 아, 재즈구나 하는 정도였지요.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작가님이 말씀하셨던 것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어요. 재즈음악이 하나도 나오지 않지만, 작품 전체에서 재즈를 연주하고 있다는 말씀을요. 주인공은 분명히 있지만 등장인물 각자의 삶에서 재즈를 연주함을 느끼고 재즈를 풍겼던 그들을 들었습니다.


'나'인 화자를 찾기 위해 많이 살펴보았고, 몇 번이나 앞의 내용을 뒤적여가며 놓친 것이 없었는지 되돌아가서 읽기도 했습니다. 결국 '나'를 찾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그 덕분에 등장인물의 발자국과 숨소리를 더 쫓아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재즈에서 말하는 큰 줄기가 결국은 '사랑'이라고 느꼈어요. 트루벨 할머니가 손녀에게 흘려보냈던 사랑. 골든그레이가 차마 어찌할 수 없어서 살려 주었던 길가의 여인이 낳은 아이를 기르게 했던 것도 결국은 사랑. 앨리스 이모가 도카스를 거두어들여 키운 것도 사랑. 앨리스가 바이올렛을 품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것도 결국은 사랑이라고요. 서로가 서로에 대한 연대를 이루며 사랑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했고 물려주었고, 들려주었죠. 그래서 사랑이라는 음악이 재즈의 선율이 되어 큰 줄기를 이루며 변주를 하게 되었고요.


정치적으로도 혼란스럽고 여전히 암울했던 흑인들의 그때 그 시절에 그래도 그들을 버티게 했던 것은 서로에 대한 동지애로 발현되는 사랑이 아니었을지 감히 추측도 해 보고요. 조의 그러한 행동에도 바이올렛을 버티게 해 주었던 것은 사랑이었다고 생각되고요. 그 사랑의 선율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기에 슬프게도, 밀애와 같이 은밀하기도, 마주치고 싶진 않지만 갈망하기도 하며 다양하게 연주가 되더군요.


토니 모리슨이 이 소설을 쓰게 된 인사이트를 주었던 실제 사건이었다고도 보이는 흑인 여자의 이야기인 도카스의 이야기에서 많은 물음표가 생겼어요. 도카스가 진정 사랑했던 이가 조였을까? 그래서 조를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던 것일까? 많은 물음표 속에 도카스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화자인 '나'는 이 사랑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하고 말이죠.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독백과 같은 말이 도카스가 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죠. 조가 도카스를 유혹했지만, 도카스는 그를 진정 소유할 수 없다고 느껴 밖으로 도는 사랑을 선택하고자 했으나 마지막은 역시 조를 사랑한 것이었나 하고 말이죠.


재즈의 선율처럼 얽히고 설킨 이야기가 말끔히 풀어지지 않아 책을 다 읽고서도 책이 끝난 것인가 마지막 장을 몇 번이나 읽어야 했습니다. 작가의 말을 읽고 옮긴이의 말을 읽고, 오독오독 북클럽 메일을 아껴두었다가 가장 마지막에 읽었어요. 완독 후 김민철 작가님의 말씀을 듣고 싶었거든요.


각 인물 별로, 사건 별로 정리하고 정리한 작가님의 고심한 흔적을 읽으며 저도 결론을 내리고 싶어 졌어요. 그럼에도 가장 행복했던 인물은 바이올렛이라고요.

저도 작가님과 같은 페이지에 인덱스를 해 두었거든요.

'원하는 대로 살 수 없다면, 그런 세상이 무슨 소용이지?' 트루 벨 할머니가 바이올렛을 목화 따는 곳으로 보냈을 때 거기서 조를 만나고 드디어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대로 살기를 선택했던 젊은 날의 바이올렛을 만났을 때요. 후에 어떠한 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어도 그때는 원하는 대로 살기를 선택했던 찬란한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종국에는 내 것이라는 인생을 망쳐버렸다고 했지만 다시 자신의 삶을 찾을 거라는 희망이 느껴졌거든요.


여러 번 되돌아가고, 표시해 두고 저도 작가님처럼 인물들의 관계도를 그리며 읽으며 완독을 했어요. 뿌듯하기도 하고 북클럽 시간이 더욱 기대됩니다.

혼자였으면 도전하지 않았을 책을 읽게 되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다양한 오독들의 향연을 기다리며,

므니 드림.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내가 즐겨보는 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