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집을 만들며
아이들이 쓴 글을 정리한다. 자기 글을 워드로 작성하는 일이 4학년 아이들에겐 다소 어려운 일이라 결국 쌓아둔 글들을 문서화시키고 있다. 힘들었던 감정들이 즐거움보다 더 컸던 것 같은데, 아이들의 글을 읽으며 구겨진 감정들이 펴지고 보드라워진다. 아이들의 일상과 생각들이 다가오는 게 즐겁다. 새 학기의 설렘과 눈빛들이 떠오르고, 왁자지껄한 공간 속에 있는 아이들의 말과 웃음들이 떠오른다. 아, 그때 아이는 그랬구나. 새롭게 아이를 읽기도 한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연세가 많으시다. 난 예전에 엄마랑 이모가 통화하는 걸 잠깐 들은 적이 있다. 무슨 내용이냐면 외할아버지 마지막 생일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난 그 말을 듣고 뇌정지가 왔다. 외할아버지가 오래오래 사시면 좋겠다. 지금도 걱정하고 있다. 그 말이 거짓말이면 좋겠다.
1학기 때 썼던 아이의 글을 정리하면서 문득 12월의 아이를 떠올린다. 학예회 전날이었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아이 엄마의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아이는 준비했던 공연을 할 수 없었다. 아이가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어떻게, 얼마나 받아들였을지 물어보지 못했는데 이 글을 읽으니 왠지 울컥하다. 아이가 많이 슬펐겠구나, 힘들었겠구나. 지금 다시 위로가 될지 모르지만, 마음으로 아이에게 위로를 건네어본다.
2024년이 밝았지만 아직 떠나보지 못한 2023년도를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