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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OH Dec 22. 2023

불가피하게 떠남

매우 급하게 결정한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


제 아무리 명상을 하고 요가를 하고 책을 읽고 발버둥을 쳐도 호르몬이 줄줄 나를 곤두박질치도록 바꿔놓는 그 위대한 힘(?)을 당할 제간이 없었다.

직감과 육감이 동원되는 솔직한 느낌이다. 의지를 북돋우는 갖가지의 방법이나 자기 회복의 도구들이 무색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겠다.


사람이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원하면 만나고 원하지 않으면 만나지 않는 사람에 대한 구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좋은 사람이지만 좋은 사람도 각자의 소리를 내는 마당엔 그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과 반응하는 것 또한 나의 몫이었다. 나이가 주는 무게, 역할이 주는 무게, 타인의 무게, 그 모든 것에서부터 한 발 벗어나면 어떨까를 내내 생각한다.

낯선 곳에서 숨 쉰다는 것.

역할과 의무에서 며칠만이라도 완전하게 떨어져 나가 있길 소망한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쓴 파스칼 메르시어 인터뷰했던 말을 빌려온다.


"불가피하게 떠남"


자기 내부에 설정한 경계와 상치되는 몇몇 소망 앞에서 주춤거리는 동안 우리는 감정적인 성숙을 경험합니다. 충동을 못 이기고 쉽사리 무릎을 꿇는 사람의 삶은 뭔가 잘못되기 마련이지요.
"이건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일이야"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규범을 갖지 못한 사람입니다 자아정체성을 확립할 수도 없고요.
그러니까 '불가피하게 떠남'이란 다시 말해 나의 어떤 부분을 다른 것으로 변화시키고 싶은 깊은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새롭게 도달하고 싶어 하는 그 상태도 결국은 의무, 가능성, 불가능성의 경계를 지닙니다.

파스칼 메르시어 인터뷰 중



열심히 살지라도 관성이 탄력을 받으면 에너지 는 생성 이전에 이미 소진을 야기한다.

어떻게 해도 충전이 다 되었다는 초록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나의 모든 상황을 버리고 떠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이어리에 이미 빽빽이 들어앉은 스케줄과 미래의 시간이 돈으로 환산되는 기댓값 모두를 내려놓지 않으면 관성이 만들어내는 "매번 같은 나"로 살 것이다.

과감히 떠나 있어야 한다.

누구에게는 쉬운 휴가일 수 있겠으나 내게는 절박한, 간절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낯섦을 감수하고서라도 떠나야 하는 "불가피한 떠남"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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