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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OH May 01. 2024

유이와 은아

육아와 성장

유이는 딸이고 나는 유이 엄마다.

딸아이의 이름과 내 이름을 나란히 놓아보고 싶다.

내게는 큰 아이를 키운 경험, 둘째 아이를 키운 경험 두 케이스 밖에 없으니 자식을 키우다가 느끼고 경험하는 것들이 엄청난 비중으로 다가온다.


유준이는 주로 양육의 첫 경험을 느끼게 해 주어 특별하다면 딸 유이는 나를 보게 하는 색다른 경험으로 날 놀라게 하곤 한다.


어릴 적부터 잠들 때 손을 간지럽혀 주길 동생이나 엄마에게 자주 요구했다. 이상한 습관이지만 간지러운 촉감은 퍽 나를 평온하고 안정되게 해 주었는데 촉감으로 오는 안정감의 일종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유이가 말을 하고부터 "엄마 손 가지러 줘~" 나와 똑같이 하길래 깜짝 놀랐다. 가르쳐 준 적도 없고 이런 것이 유전이 될 리가 있나? 싶다. 옆으로 잘 때 한쪽 손이 나도 모르게 꺾인 걸 보고 남편이 엄청 놀랐더랬다. 근데 나는 그게 편한 자세다. 유이가 그러고 잔다. 이러니 이 아이를 보고 있자면 새삼 독특한 즐거움이 있다.


내가 클 때 자라는 환경이 그리 넉넉하지 못해서 부모님께 원하던 것을 계속적으로 요구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나의 기억과 우리 부모의 기억이 다를 수 있다) 그래도 하고 싶은 거나 가지고 싶은 걸 집요하게 마음에 두며 괴로워하던 일이 있었다. 그런 자신을 못마땅해했던 것도 기억나고 말이다.

우리 유이야 가능한 원하는 일은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내가 중간에 커트해도 순둥(?) 아빠를 통해 원하던 일을 쟁취하고 만 사연을 종종 귀에 들리는 걸 보면 기질도 나를 퍽 닮은 것 같다. 소유욕이나 욕구의 충족의 문제는  "애들이 다 그렇지~"하면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아이 성격을 보면서 저기 저쯤 내가 보인다고나 할까.. (지금은 아니다! 아닌 것 같으면 접근하지 않고 포기도 빠르다 마음 다스림의 결과라고 우기고 싶다^^)


말투나 억양도 그렇다. 무의식적 습관적으로 쓰는 말을 본인이 인지하기란 쉽지 않으나 항상  빨리 깨닫도록 만드는 이 있었으니 그 사람이 바로 딸이다. 내가 저런 말을 저런 상황에 저런 뉘앙스로 쓰는구나.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확 끄집어내어 주는 사람! 사람이 자기 객관화가 그렇게 힘들다고 하는데 나는 우리 유이 덕분에 꽤 자주 내 모습을 알아차릴 수 있다. 한 집에서 살고 서로 주고받는 영향력이 큰 나는 양육자니 어느 집이든 그럴 수 있다. 그래도 나는 다른 집의 경험은 모르겠고 우리 집에서의 첫 경험이 놀랍다.


2014년생 아이는 197*년생 나의 음악 세계로도 제법 쉽고 즐기듯 들어오는데 그것도 놀라서 자주 감탄을 낸다. 나도 패티김이나 김추자 산울림 같은 가수와 세대로는 한참 후 세대이다. 그러나 그들의 노래에 감동의 전율을 느낀다. 은퇴를 선언한 패티김이  최근 불후의 명곡에서 무대를 가진 적이 있다. 난 패티김의 노래들을 사랑한다. 그런데 그 무대를 보고 있던 아이의 눈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음률에 리듬에 가사에 제법 감동을 한 모양이다.

그리고는 질문을 해 온다. "엄마 눈물로 쓰인 편지를 눈물로 지운다는 말이 무슨 뜻이야?" 그 말의 뜻을 정말로 알고 싶어서 묻는 건지 그냥 한 번 물어보는 건지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러니 노래가 너무 감동적인데 저 부분에서 막힌다고 했다. 주화법이 직접화법인 당시 초등 2, 3학년쯤이었던 유이에게는 다소 어려움으로 다가가는 구절이었으리라.


이런 식이다. 내가 좋아하는 올드한 가수나 노래를 이 아이는 매우 관심 있어한다. 아이돌의 리메이크 곡도 원가수의 오리지널 버전의 노래를 꼭 듣기를 원한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가수가 그녀의 취향에 엇나간 적이 없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요즘 아이돌이 예쁘긴 하나 멤버의 이름을 외우거나 얼굴을 구별해 내거나 하는 일은 내게 버겁다. 속사포 랩 같은 가사를 뜯어 이해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간혹 어떤 한 소절이 꽂히거나 리듬이 꽤 마음에 든다 하는 곡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건 죄다 우리 딸아이가 좋아하는 노래 안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노래 듣는 취향도 판박이다.


표정 짓는 방법, 행동과 흥이 많은 것과 관심사가 다양하다는 것, 좋아하는 색도 영화의 눈물 포인트도 그렇다. 일일이 이야기되지 않은 많고 사소한 부분에서도 그녀와 나는 닮은 구석이 참 많다.

부모 자식은 원래 닮는 거라 하면 할 말 없지만 그 "부모 자식 간 닮음"이 내 일생에 나의 경험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벅차다.


분명한 건 유이와 나는 다른 사람이고 다른 개체다. 이런 닮음으로 감정 이입이나 몰입해서 네 삶 내 삶에 혼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 엄마가 책을 읽는 이유기도 하다. 그와 별개로 유전자건 그 어떤 거에서건 나와 상당히 비슷한 한 인간을 만난다는 건 그로써 큰 기쁨이자 감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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