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줄리썸머 May 05. 2023

만나지 못해도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학부모 상담

처음 고전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가장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나의 아이와 함께 고전을 읽고 잘 키우고 싶다는 생각말이다.


줄글 보다 만화책을 더 좋아하고, 엄마와 무언가 하는 게 신나는 일이기만 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 아이만 데리고  1:1로 고전 문학을 읽고 나눈다? 그 당시 나에게는 꿈과 같은 , 아니 어쩌면 꿈보다도 더 크고 엄청난 일이었는 지도 모른다.


아이의 조리원 동기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평소 열심히 배우고 부지런히 실천하며 바쁘게 사는 나에 대해 믿음이 있었던 엄마들은 흔쾌히 승낙을 해줬다. “언니가 선택한 거라면 얼마나 좋은 프로그램이겠어요.”


지금 생각해 봐도 참 고마운 일이다. 아이들의 소중하고 귀한 시간을 매주 나에게 할애해 준다는 것이 웬만한 신뢰와 믿음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 아이 그룹을 시작으로 고전수업을 시작한 지 꼬박 3년이 되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수들로 아이들에게 사과를 한 적도 있고, 스스로 이불킥을 하며 자괴감에 빠진 적도 참 많았다. 하지만, 날마다 날마다 생각해 봐도 수십 번 수백 번 생각해 봐도 너무 잘한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가 참여자로 함께 해보니 이렇게 좋은 수업을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리가 없어. 아이들에게 도움이 안 될 리가 없어.’하는 마음의 소리가 점점 커져서 밖으로 퍼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믿고 맡겨주며 아이들의 잠재적 성장을 기다려주시는 학부모님들도 계시지만, 힘든 시간들 정체된 구간을  넘어오기가 벅차 실천을 미루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난 안다. 1년 2년 3년 아이들마다 아웃풋까지의 시간이 차이가 있겠지만, 반드시 나타난다고! 그러니 열심히 믿고 응원해 주며 기다려주면 된다고 말이다.


3개월에 한 번씩 학부모님들과 스케줄을 잡아 상담전화를 한다. 고전 책을 읽고 나누는 것에서 시작하여 아이의 생활습관, 가정에서 양육하고 지도하는 부모님들의 가치관, 앞으로 도와주어야 할 부분들까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양한 꽃을 피우며 서로 가까워진다.


이번주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했다.


“선생님, 만나 뵙지 못해도 제가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 그 어떤 말보다도 감사하고 기쁘네요. ”

“저 눈물 날 것 같아요.”


“아이가 갑자기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선생님이 정말 멋진 것 같아. 라고 하던데요!“


어머님들을 통해 건네들은 이야기들이 모두 모여 나에게 엄청난 용기를 심어준다.


이틀 내내 머릿속을 맴도는 말이었다.

 “어머님 저도 그래요..”

‘부족하지만 저를 믿고 아이의 소중한 시간과 마음을 할애하여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마음이 이상했다.


엄마는 엄마로 선생님은 선생님으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아이가 무탈하고 덜 힘들게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끈끈한 마음을 끌어당겨준 것 같다.


아이들이 오지랖이라고 좋아하지 않아도  설사 조금씩 눈치를 봐야 할지라도 멈추지 않고 계속 관심의 눈초리를 보내보려고 한다 것 말이다!


지나가는 듯 무심하게 툭,

그렇게 잘 해낼 줄 알았어요!

힘들면 조용히 이야기해 줘요.

비밀로 할 자신 있어요.

이렇게 바쁜 시간 쪼개서 책을 읽고 수업에 함께 해 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라고 말이다.


“修己以安人 수기이안인”

자신(己)을 수양(修)하여(以) 남(人)을 편안(安)하게 해야 한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자신을 닦아서 남을 편안하게 해 준다는 수기이안인이 되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도 잘 이해하기 힘들고 어려운데 남을 편안하게 해 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나를 닦고 더 닦아서 ‘가까이에 있을 때나 멀리 있을 때에도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 하고 생각하면 떠오르는 그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열심히 열심히 쉬지 않고 나를 닦아야 되겠지만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픈 날은 밥 안 할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