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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J Jun 26. 2024

요주아 키미히의 거취는?

팬데믹의 상처와 깨진 신뢰, 그리고 독일 기자의 인종차별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축구팀 바이에른 뮌헨에는 20

15년부터 함께 해 온 1995년생의 미드필더 요주아 키 미히라는 선수가 있다.


나에게는 일명 우리 미히라고 내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선수 중 하나인데 그렇게 바이에른 뮌헨의 유력한 차기 주장으로 뽑히던 그런 선수가 현재는 클럽과 재계약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아마도 확실한 거취는 유로 2024 경기가 끝나고 결정이 날 거 같다.)


많은 이유들 중 하나가 21년 겨울 코로나 백신 미접종 사건과 클럽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이야기인데 당시 그는 백신 접종을 거부하였고 대중들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비난을 받았으며 선수 자격 이야기까지 운운되었고 결국 압박에 못 이겨 그는 몇 개월 후 원하지 않던 백신 접종을 받게 되었다.


당시 백신 접종을 받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팬데믹이 심해진다는 얘기가 나오며 결국 백신을 맞지 않은 키미히에게도 책임이 있고 그가 예방접종을 했으면 사망자가 더 적었을 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으며 미디어도 키미히의 부모님 댁에 찾아가서 벨을 눌러대고 할아버지의 장례식 때에도 나타날 정도였는데 힘든 시기를 겪을 때에 클럽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신뢰감이 깨졌으며 많이 실망하고 상처받았다고 했다.






한창 키미히의 백신 접종으로 문제가 되던 때 21년 11

월에 나는 당시 뮌헨이 아닌 다른 도시에 거주 중이었는데 마침 바이에른 뮌헨 팀이 내가 거주하던 도시로 원정 경기를 오며 집에서 10분 정도 걸리는 호텔에 묵게 되어서 새 시즌 구단 버스를 구경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이날 구단 버스를 기다리던 중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인터뷰를 당해버렸던 기억이 있다.



사진은 이 날 직접 찍었던 사진들이다.








어느 기자가 내게 다가와서 바이언 팬이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본인의 이름과 소속도 밝히지 않고 인터뷰 승인 여부도 묻지 않고 키미히의 백신 접종 여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하며 다짜고짜 카메라를 들이대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래서 소속이 어디냐고 질문하니 무슨 인터내셔널 뉴스라고 대충 얼버무렸다.


질문 자체가 어떤 대답을 원하고 한 질문인지 너무 눈에 뻔히 보여서 노골적이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이렇게 다짜고짜 인터뷰를 할 거라고 생각을 못 했기에 잠시 당황했기도 했고 불쾌하기도 했다.

마스크를 내리고 인터뷰를 해 달라는 요구에 마스크 내리는 거에 대해 거절했다.


인터뷰 자체도 아예 거절할까 하다가 일부러 키미히의 백신 접종 여부는 본인의 몸이니 키미히 본인의 결정이고 나는 팬으로서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대답했다.


독일 내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어니 뭔가 좀 더 자극적

난 그가 꼭 접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지금 그의 행동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해! 등의 대답을 원했겠지..


내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자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래서 아, 이게 자료화면으로 쓰이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다른 독일인 팬들에게 인터뷰를 하던데 분명 같은 질문을 했을 것이고 이후 좋은 분위기를 보니 아마도 그들은 기자가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 기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뻔한 질문을 던져줬는데도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 따위의 대답을 한 눈치 없는 아시안 정도로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인터뷰가 끝나고 고맙다던가 그런 말도 전혀 없이 그냥 바로 가려던 기자가 갑자기 내게 물었다.


넌 어디서 왔어? 중국에서 왔어?








아니, 난 한국에서 왔어.라고 대답했더니 뜬금없이 내게 너네 아시안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고 하길래 거기서 당황해 버렸다.


응, 우리 눈에는 너네 백인들도 다 똑같이 생겼어라고 대답을 해 줄까 하다가 어이가 없어서 그냥 무시했고 인종차별을 워낙 많이 당해봐서 이 정도 얘기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고 전혀 타격도 없는 수준이었는데..


주변에서 얘기를 듣고 오히려 더 화나서 인종차별 아니냐고 뭐라고 하길래 사실 정도를 떠나서 인종차별하는 발언이나 행동 자체가 안 좋은 건데 싶어서 많은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냥 너네가 그렇지 뭐 말을 말자는 식의 나의 행동으로 인해서 이 사람은 나중에 다른 곳에 가서 다른 아시안들에게도 똑같이 무례하게 행동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과 동시에 내가 얘기를 하고 대처를 했다가는 저 사람이 나한테 어떤 식의 해코지를 할지도 모르는데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냥 기분 나빠도 무시하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고..


남의 나라에 살면서 인종차별에 대해 대응하는 건 참 어려운 문제인 거 같다.


어쨌든 독일에서 본의 아니게 당한 첫 인터뷰는 썩 유 쾌하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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