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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르래 Jun 25. 2019

랜선 북토크 1부 (독립출판물 기획의 방법)

첫 번째 북토크를 마치며

안녕하세요.

어찌저찌 <나의 불행이 나의 위로가 될 때>가 세상에 나와버렸습니다.

저는 북살롱 부산에서 나의 철책 만들기 워크숍 4기 수업을 듣고 책을 내게 되었고, 이렇게 북 토크까지 하게 되었네요. 오늘은 옆에 계신 두 작가님들과 함께 독립출판물 기획의 과정과 편집, 유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또 어떻게 책을 쓰게 되었는지, 책을 쓴 후 삶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제 첫 번째 북 토크인 만큼 부족하지만 모쪼록 양해 부탁드립니다.


독립출판물의 기획이란 것이 사람에 따라 그리고 장르에 따라 범위가 광범위한 만큼 정답이 없기 때문에 오늘 제가 하는 말들은 참고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첫 번째 순서 특히 기획파트는 때려 죽어도 맡고 싶지 않았는데, 북토크 파트 분담을 나눌 당시 제가 충무로에서 막걸리 두 통을 시원하게 마시고 있을 때라 문자를 늦게 본 죄로 이렇게 첫 번째 순서를 맡게 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 말은 시간이 없을 거 같아서 하지 않았고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 말 안 하고 여기에 씁니다. 여기는 시간 제약이 없으니.)


먼저 책을 어떻게 기획했느냐에 앞서 나는 왜 글을 쓰는 걸로 멈추지 않고 책을 냈어야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책을 만든다는 건 글보다는 내 안에 있는 응어리 같은 게 튀어나와야 하는 작업입니다. 저는 방송작가 생활을 잠시 했었고 지금은 몇 년째 작사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원고를 쓸 때는 DJ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로 글 써야 했고, 작사를 할 때는 아티스트의 언어로 노랫말을 써야 합니다. 항상 남을 위한 글을 써오던 저는 문득 이 모든 게 허무해졌습니다. 매일같이 글을 쓰는데 나를 위한 글은, 내것은 없다니. 컴퓨터 바탕화면을 정리하며 휴지통에 넣고 삭제만 하면 사라지는 글이 안타까웠습니다.

나도 나만의 것을 갖고 싶었습니다. 사물의 형태를 가진 손으로 만져지는 물성을 갖춘 나만의 것. 그중 저에게 제일 접근하기 쉬운 매체가 책이었기 때문에 나는 책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책을 만들기 위해 제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글감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저는 이제껏 써왔던 일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온전히 내가 나를 위해 쓴 글이니까요.

그리고 책은 제목이 있고, 목차가 있고, 가격도 있습니다. 책을 잘 만들고 마지막으로 가격을 정하는 것까지도 기획의 일종인 셈이지요.


제 책을 보신 분들이 저에게 하는 공통된 말들 중 하나는 책의 제목이 가장 공감 간다는 말이었습니다.

내 일기를 관통하는 한 단어. 그것은 바로 '불행'이었고, 저는 그 불행을 제목으로 쓰기로 한 것이지요.


사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불행 어디까지 가봤니?"였습니다. 이 문장은 제가 2011년 방송작가 아카데미를 다닐 때 라디오 코너를 만들어 오라는 선생님의 미션으로 만든 라디오 코너 제목이기도 합니다. 그 시절 "여행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카피가 유행을 했었고, 저는 가장 먼 불행으로 여행 간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코너를 만들어내고 말았습니다. 불행이란 것이 나에게는 슬프기도 하지만 남에겐 묘한 위로를 주기도 하거든요. 그때 선생님께 칭찬을 받은 저는 "불행"이란 것이 꼭 나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미 불행은 수많은 콘텐츠가 되어 우리 주위에 자리 잡고 있다는 거 아시죠? 인간이란 본디 남의 불행으로 위로받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때로는 우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가 쟤보단 낫지... 이런 못된 의도는 아니었고 나의 불행에 누군가 공감해주길 위로받길 바란 것이 핵심입니다. 정말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목차를 정해 볼까요?

저는 일기를 내기로 했기에 사실 목차를 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워크숍 수업 때 주제별로 소제목을 나눠보라는 과제를 받았습니다. 저는 과제가 주어지면 또 맡은 바 열심히 해야 하는 모범생 콤플렉스가 있으므로 일기를 주제별로 분류하고 소제목도 짜갔지요.


1장 나는 왜 불행해질 수밖에 없었는 가에 대한 이야기

2장 사랑에 대한 짧은 글

3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낸 나의 소중한 하루


이렇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1,3장은 수필의 형식으로 글이 분류되었지만, 2장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 만 큰 왜 그리 짧은 글들로 엮였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아주 쿨하고 구구절절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게 글로서 표현된 거 같습니다. 제 스스로도 굉장히 놀랐고 재미있는 작업이었답니다.


그렇게 글감을 갈무리하고 저는 워크숍 수업에서 알려줬던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고, 유튜브로 독학을 해서 인디자인에 글을 앉혔습니다. 이제 교정을 하고 인쇄소에 맡기고 유통만 하면 끝. 고지를 눈앞에 두고 저는 갑자기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말았습니다. 우울증은 무기력을 동반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동시에 이 책을 만들지 않으면 이 우울에서 벋어 날 수 없을 거 같은 불안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지막까지 제가 마무리 짓지 못한 이 책을 출판사에 넘기는 자비출판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맙니다.


-우당탕탕 자비 출판기는 길고 억울하고 돈과 관련된 문제라 여기선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책이 인쇄되어 나온 뒤 책 100권은 출판사를 통해 팔렸고 , 책 100권은 제가 스스로 독립서점, 동네서점에 입고를 했습니다만, 출판사에서 팔린 책들은 정산을 한 푼도 못 받고 있고 오히려 독립서점, 동네서점에 입고한 책들은 정산이 잘 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가격을 정하는 것까지 기획의 단계라고 했지요?


제가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고 동기부여를 가장 많이 받은 책은 김봉철 작가의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입니다. 저는 그 작가님의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먼저 알게 되었는데, 솔직한 그의 이야기는 언제나 내 마음을 울리곤 했습니다. 여전히 저는 그 작가님의 팬이기도 합니다. 갑자기 왜 가격 이야기하다 이 이야기가 나왔냐면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는 15,000원입니다. 그래도 나도 나의 불행을 쓴 이 일기를 15,000원에 팔고 싶었습니다만, 저는 김봉철 작가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했기에 천 원 깎아 14,000원에 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고도 안타까운 것은.. 제가 책방에서 일하며 잘 팔리는 책들을 보니 10,000원짜리 책이 제일 잘 팔립니다. 저는 저의 치부책을 써냈기 때문에 나의 치부를 너무 싸게 팔고 싶지 않다. 나는 내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14,000원 이란 금액으로 내길 잘했다.라고 스스로 위로를 해보지만.. 자비 출판하며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종이의 두께와 10,000원 이상의 팔리지 않는 책들의 현실을 느끼며, 만약 조금이라도 내 책을 사람들에게 팔고 싶으신 분들은 비즈니스 마인드를 장착하시어 8,000~12,000원 사이의 책을 만드시라 전하고 싶네요.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 2부 나는 왜 글을 쓰기 되었는가, 그리고 책을 낸 뒤 달라진 나의 삶이 이어집니다.

언제 이어질지는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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