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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르래 Sep 18. 2019

프리타족으로 먹고살 수 없었다.

나의 첫 매거진을 마감하며


항상 여름이 지나고 나면 벌써 한 해가 다 지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올해도 여전히 혼자만의 2019년 여름 장례식을 치르고 가을을 뛰어넘어 겨울을 준비합니다. 9월부터는 책방 알바를 부를 때만 가게 되었습니다. 9월 셋째 주에 접어든 지금 책방에서 일한 시간은 4시간뿐이네요.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돈이 벌 릴리 없고, 좋아함만으로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내년의 벚꽃까지는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갑작스럽게 알바 1개가 사라진 덕분에 적금으로 적금 돌려막기는 계속됩니다.


오늘은 교정을 돌며 학교 영상을 많이 찍어놓을 생각입니다. 책방에서는 틈틈이 영상기록을 했는데, 학교에서는 그럴 틈이 잘 생기지 않아 그간 학교를 잘 둘러보지 못했거든요. 언제 떠날지 모르니 이 시간의 학교의 풍경과 느낌을 담아두어야겠습니다. 하루하루가 아쉬운 이유는 다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조가 모든 게 과거이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교정에서 퇴근길 버스를 기다리며 학교에서 지낸 8개월을 돌이켜봤습니다. 수백 그루의 나무가 있고 계곡길이 있고, 20대의 푸릇함과 생기가 있는. 도서관은 특히 더 사랑하는 공간입니다. 마음이 번잡하다가도 책이 빽빽하게 꽂혀있는 그곳에 들어서면 세상과 단절된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그중 제일 좋은 건 학교, 학생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특유의 분위기입니다. 나는 이 분위기를 사랑했고 사랑합니다. 한때 내가 가졌던 단어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고, 이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때가 주는 설익음을 생각합니다. 


올해 안으로 학교 일과 책방 일을 정리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떠납니다. 이 블로그에 글을 읽는 몇몇 사람들은 프리타족으로 잘 살아내는 나를 기대했을 수도 있지만, 애석하게도 그리 되었습니다. 저로서는 예상했던 일입니다만, 불특정 다수가 찾는 이곳에 나의 나약한 마음과 부끄러움들을 털고 놓고 나니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은 강철 멘털이 되었습니다. 언제나 정신적인 자립을 원해왔고, 오랜 시간이 걸려 그것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주 놀라운 발견입니다. 오늘부로 프리타족으로 먹고살기 매거진을 마감합니다. 이곳에 쓰려고 모아둔 일기들이 차고 넘치지만, 여기에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가벼이 지나간 과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는 저의 글은 계속됩니다. 가끔 생각이 나면 이렇게 살았던 사람도 있었지 들러주세요. 그럼 당분간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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