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지성이면 감천한다.
#함께하면 더 좋을 플레이리스트
<What's My Age Again?>
https://www.youtube.com/watch?v=bXL13mGQ2sc
전라도의 어느 공장에서 소처럼 일하며 지내던 가을날,
도로 위를 달리던 우체부 아저씨를 보고서 갑작스레 크게 한 방 맞은 나는
문득 '사람은 자기 성향에 맞는 걸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하루키가 써냈던 감정과 비슷한 것이리라.
자신이 응원하던 약체 야구팀이 처낸 2루타를 보며 느낀 뜬금없는 감정.
그렇다면 '내 성향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봤더니
1. 조용한 환경. (괴랄한 소음 싫어)
2. 많은 사람과 부대끼지 않는 것.
3. 머릿속에 있는 '무엇'들을 발산할 수 있는 것.
그러다 갑자기, 몇 년 전 배워보려다 만 '도자기'가 떠올랐다.
미적 감각은 무슨 손재주도 없지만 내가 생각했던 그림과 얼추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휴..)
당장 '직장인 내일 배움 카드'를 이용해 전남 광주에서 물레 수업을 시작했다.
일 끝나고 왕복 두 시간의 이동 시간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다시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불타고 있었기에 그냥저냥 다닐만했던 것 같다.
배고픈 나는 밥 냄새나는 곳으로 향하면 뭐라도 얻어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주말을 이용해 도자기로 유명하다는 지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가까운 부안부터 시작해 목포, 강진, 여주, 이천에서 혹시 모를 기회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운 좋게 지인의 소개로 경기도 소재의 업장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3년간의 전라도 생활을 강력히 청산하고 싶었던 나는
뜨거운 마음을 차에 싣고 면접을 보러 갔다.
"이 일을 왜 하고 싶어요?"
조금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푸바오가 말했다.
(사장님은 귀엽고 거대한 스타일이라 앞으로 푸바오라고 칭하겠다.)
그렇게 나는 수습기간 5개월 시작과 동시에 실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작업장 생활을 시작했다.
예년만큼 춥지 않던 올 2월.
퇴사 통보하기, 집 구하기, 주택 대출받기, 이사하기를 통해 거의 반쯤 혼이 나간 채
그렇게 도자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제 이 생활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차근히 적어보려 한다.
그래야 이 찌든 삶이 깨끗해질 것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