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기억 더듬기
매일 직장에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오늘은 집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하지? 고민을 했다. 예전에는 분명하고 싶은 게 많아서 리스트를 작성했는데 지금은 왜 안 하지? 아직도 번아웃처럼 몽롱하게 있다 잠드는 게 맞을까? 서울에 거의 평생을 살아오며 지하철을 매일 타게 된 대학생 시절부터 생각을 해보았다.
학생인 시절에 모두가 놀라겠지만 전공책을 한 장씩 찍어서 사진첩에 두고 확대해서 읽으면서 등교를 했다. 서서 읽던 때가 많아 대부분 원서보다는 한글로 된 책만 공부하며 등교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자투리 시간에 잘 활용했던 것 같다. 밀리의 서재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첫 달 무료 이벤트를 가입하고 아무도 포스팅하지 않던 시절에 별로 없던 서재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을 미친 듯이 읽었었다. 달에 5-6권을 읽었으니 1시간 등교시간을 참 알차게 보냈다.
군대에서는 나만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매일 일기를 썼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훈련소 첫날. 분명하게 '국방부의 시계는 흐르겠지?'라고 쓰면서 잠을 억지로 청했던 기억이 난다. 전역 후 지금은 쓰는 날이 귀할 만큼 하루하루 흐르는 대로 살지만 네이버 캘린더는 15년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그날 일정을 적어놓았다. 지금은 3년 간 미친 듯이 빠져있던 모바일 게임을 거의 청산하고 다시금 밀리의 서재를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덕분에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시간 활용을 조금이나마 커버하고 있다.
요즘 유튜브, SNS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와 챌린지와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미라클 모닝, 절약, 투자(경제적 자유)였다. 어느덧 뼛속까지 직장인이 되어버린 나도 껄무새처럼 그때 할걸, 살걸을 외치며 살고 있었다.
나는 과연 제대로 지내고 있던 걸까?
오랫동안 고민하던 질문이 다시금 튀어나왔다. 평범하게 지내고 있지만 평범하지 않다는 말을 늘 들어온 나를 오늘도 다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답 또한 알고 있었다. 열심히 살아왔고, 우여곡절도 분명 있지만 제대로 지내고 있었다고, 하고 싶던 많은 일들은 거기서 나온 불안이 대부분이었으며 일부만 선택적으로 실천했을 뿐이라고.
고민 끝에 악필인 나를 대신해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며 내가 어떤 경험들을 했는지 적어보기로 했다. 12년도에 네이버 블로그로 여행일지를 작성하라던 어머니의 말이 기억이 난다. 선견지명이 분명히 있으신 분이다. 이젠 여행으로도 돈을 벌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소셜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행 글 써야지 나도 엄청 재미나고 기억에 남는 경험들이 많은데...'라고 외치던 자신에게 그간 부족했던 행동력을 불어넣어 보고자 한다.
에어비앤비 광고처럼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가 하고 싶어 살아보았고, 사람내음을 좋아하는 스스로를 위해 관광객이 가지 않는 길로 가보고, 지구촌이라는 단어처럼 옛날에는 힘들었던 만남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부족하지만 기억을 더듬으며 그때 그 아인 이런 세상을 보고 경험했다는 것을 공유하고자 한다.
재미나고 유쾌한 말투로 적어보려 하겠지만... 직장 생활과 기술 리서치의 여파로 문체가 딱딱해진 아쉬움을 뒤로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