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PM의 사이드 프로젝트 이야기
2020년 하반기, 늘 고민의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던 나는 최근엔 더욱 고민이 많은 시기였다.
코로나 때문에 유학이 생각보다 빠르게 끝나 2020년의 하반기(6개월)가 붕 뜬 상태였고, 그 허망함을 채우기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5개씩이나 하고 있던 나는 내년에 군대를 가기 전 또 다른 경험을 마지막으로 해보고자 평소 흥미를 가지고 있던 회사의 인턴 자리와 다양한 해커톤 행사를 찾고 있었다.
*사이드 프로젝트 : 생업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기획하며 진행하는 것
*해커톤 : 정해진 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작업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 관련 이벤트
이런 나의 마음을 빅데이터를 통해 잘 알고 있던 페이스북 알고리즘 선생님이 나에게 이번에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JunctionX Seoul 2020 참여를 권하여 곧바로 신청서를 작성했다.
어떤 포지션에서 일을 하고, 어떤 툴을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을 위주로 신청서가 구성되어 있었고,
해커톤 경험도 없고 영어도 못하는 나를 뽑아줄지는 미지수였기 때문에 큰 기대감은 없었다.
*빅데이터 : 기존의 데이터 베이스로는 처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
*알고리즘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나 방법
*Junction 해커톤 : 유럽 최대 글로벌 해커톤 행사
사이드 프로젝트 건으로 이리저리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JunctionX Seoul 2020 참가자로 선정됐다는 메일을 받았고 그날 밤 바로 Slack을 통해 팀을 찾기 시작했다. (이 전 회사에서 슬랙을 협업 툴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슬랙을 별도로 공부할 필요 없이 사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 과정에서 조금 불편했던 건 해커톤 소개서와 진행과정이 담긴 PPT자료가 영문 이미지로만 되어있어 텍스트 복붙(복사+붙여 넣기)을 할 수 없었는데 영어를 못하는 나는 모든 이미지를 캡처하여 모바일로 옮겨 파파고를 통해서 이미지 번역을 할 수밖에 없었다.
*Slack : 클라우드 기반 팀 협업 도구이다
- 파파고는 왜 웹 이미지 번역 서비스하지 않는 것인가
- 이때부터 웹 이미지 번역에 대한 필요성이 느껴지기 시작 훗날 트랙 아이디어로 내놓음
- 글로벌한 해커톤이라 할지라도 한국에서 하는 만큼 한국어 번역도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6 PM 11:00 - 10/9 PM 7:00)
우선 좋은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는 Slack 채널에서 최대한 빠르게 자기 어필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나 같은 경우 영어도 못했고 비개발자 직군에 해커톤도 처음이기 때문에 나를 원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고, 누구보다 빠르게 그리고 핵심적으로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중점으로 소개서를 작성했다.
나의 포지션을 비쥬얼/그래픽 디자이너, 소셜 마케터, 프로젝트 매니저, 콘텐츠 스페셜리스트라고 올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TMI인 것 같아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지만 정확히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기에,
소개글의 마지막에는 스타트업 씬의 최고 인터뷰 채널인 EO에 나왔던 나의 인터뷰 영상을 첨부하여 박종원 PR의 화룡정점을 찍었다.
* 소셜 마케터 : SNS를 메인으로 다양한 홍보 플랜을 짜는 포지션
* 프로젝트 매니저 : 하나의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총괄하는 포지션
* 콘텐츠 스페셜리스트 : 영상, 그래픽, 사진 등을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콘텐츠를 만드는 포지션
소개글을 올린 지 10분 정도 지나자 한, 두 명씩 연락이 오기 시작했고, 대부분 '혹시 팀 구하고 계신가요?'라고 질문을 했던 방면에 나의 팀 리더였던 Tillo는 '안녕! 나는 네가 적어놓은 소개를 봤고 좋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고 있어! 우리 함께 그룹을 만들어 보자!'라고 단도직입적이지만 확실하게 나에게 팀을 꾸려보자는 연락을 해줬고, 영어를 못함에도 불구하고 Tillo의 확실함에 이끌려 바로 카톡방에 들어가게 됐다.
(혹시 팀 구하셨나요?라는 질문만 올려놓으면 대화를 길게 해야 되기 때문에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는 게 좋았다.)
당시 팀원은 나를 포함해서 4명이었고 나는 디자인을 할 수 있지만 개발자들의 언어인 코드로 디자인하는 UX/UI 디자이너가 아녔기에 그런 포지션을 맡아 줄 팀원이 필요했다.
때마침 슬랙으로 UX/UI 디자이너인 혜정에게 연락이 왔고, 2팀 정도 컨택을 하고 있다던 혜정 또한 우리 팀의 정보를 보고 함께하고 싶다는 의견을 남겨줬다.
그렇게 프론트엔드 개발자 2, 백엔드 개발자 1, UX/UI디자이너 1, 프로젝트매니저 겸 그래픽 디자이너 1 이렇게 팀 빌드업이 됐고 마지막으로 개발 파트가 중요한 해커톤의 특성을 고려하여 백엔드 개발자인 Tim을 영입하여 6명의 팀이 완성됐다.
*프론트엔드 개발자 : 사용자들이 웹사이트에서 보고 상호작용하는 모든 것들을 개발하는 개발자
* 백엔드 개발자 :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에서 서버 측 개발하는 개발자
* 빌드업 : 무언 갈 쌓아가는 것
개인적으로 UX/UI 디자이너인 혜정이 우리 팀에 참여한 것이 좋았던 이유는 우선 나의 언어와 개발자들의 언어를 연결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마치 아바타에서의 제이크 설리같은 느낌이기도 했고, 정말 심플하지만 트랜디한 디자인을 포트폴리오를 통해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팀빌딩이 시작된 10월 7일부터 해커톤 시작 날인 금요일 오후 5시까지 팀 단톡방에는 생각보다 별 다른 공유는 없었다. 나는 아예 7일부터 우리가 선정한 트랙에 대해서 (마이크로소프트 트랙) 회의를 시작할 줄 알았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해커톤이 시작되면 빠르게 기획하고 개발을 시작하기 위해 팀 빌드업 기간에도 마이크로소프트 트랙의 과제였던 '협업/원격 생산성'을 위한 웹사이트, 앱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고민했고
1. 화상채팅 중 영상, 사진을 자신의 화면에 공유할 수 있고 글을 적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화상채팅앱
2. 웹사이트 화면을 캡처하면 바로 캡처된 화면에 있는 모든 글을 번역해주는 웹서비스
이렇게 아이디어를 미리 생각했었다.
- 내가 만약 리더가 되어 팀 빌드업을 하고자 한다면 혹시 팀 찾고 있나요?라는 질문보다는 함께 팀을 하자고 하는 게 더욱 빠르다는 걸 알게 됐다.
- 온라인 해커톤의 참여자로 선정됐다면 반드시 그날 바로 자기소개서를 올리자. 팀 빌드업 마지막 날에 자기소개서를 올리는 사람도 봤다.
- 백엔드 개발자인 Tim은 JunctionX Asia 2020 Nokia 트랙 1등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 프론트엔드 개발자인 Hieu는 JunctionX HANOI 2018 Tech team&Organizer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10/9 PM19:00 - 23:00)
10월 9일 저녁 DAY1이 시작됐고, 개발자인 Lask가 먼저 동료와 함께 도식을 그리며 한 화면으로 공유할 수 있는 draw.io를 함께 사용하자고 얘길 해줬고, 나는 draw.io의 핵심기능을 계속 만져가며 능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빠르게 다양한 것을 시도해봤다.
그와 동시에 아이디어 회의가 시작됐고, 우리는 draw.io를 메인으로 아이디어 빌드업을 했다. 외국인과 함께하고 있었기에 메인을 영어로 두고 나처럼 영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팀원을 위해 한국어 섹션을 따로 만들어서 영어로 쓰인 내용을 번역하여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draw.io : 도식을 손쉽게 그릴 수 있는 사이트
전체적으로 팀원들의 아이디어는 좋았다. 일상에 꼭 필요한 것들이며 마이크로소프트 트랙 과제의 주제인 협업과 원격 생산성을 위한 서비스와도 너무 잘 맞은 아이디어들이 많았다.
1차 제출 (당일 12시까지 러프하게 기획한 서비스를 소개하는 글을 제출해야 했다.) 2시간 전에 이미 나온 아이디어 중 괜찮은 것들을 투표받았고, 혜정이 아이디어를 냈던 음성을 바로 텍스트로 변환하는 서비스를 빌드업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걱정이었던 건 트랙의 마지막 핵심이었던 resposible AI(책임감 있는 AI) 에 대한 주제와 우리의 서비스가 적합한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했다.
*resposible AI(책임감 있는 AI) :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AI 서비스
마감 1시간 전, 우리는 혜정이 얘기했던 음성을 바로 텍스트로 보여주는 서비스와 함께 번역 서비스를 넣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외국인과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가보자고 아이디어가 빌드업이 됐고, 우리는 마감 30분 전까지 이것과 완전 다른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봤다. (팀원 중 한 명은 첫 번째 아이디어로 러프한 기획내용을 정리하고 있었다.)
- Project manager가 해커톤에서 꼭 필요할 것 같진 않지만 또 그 사소한 디테일의 차이가 팀의 흐름을 꽉 잡고 갈 수 있는 묵직한 파도가 될 수 있다.
- 해커톤의 과제에서 얘기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좋다. 이번 마이크로소프트 트랙을 예를 들어, 협업 툴로서 너무 멋진 아이디어일지라도 책임감 있는 AI에 부합되지 않으면 심사위원에게 줄 수 있는 어필 포인트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팀의 구성원은 모두 누군가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있었던 드림팀이었던 것 같다. 운이 좋았다.
(10/11)
그렇게 우리는 짧은 기획 설명을 제출하는 미션 2를 완료하고 곧바로 우리가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들에 대한 정리를 시작했다. 개발자 4명은 이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 프론트엔드, 백엔드쪽으로 어떻게 개발을 시작할지에 대한 회의를 시작했고, 나는 우선적으로 전체적인 디자인 방향을 잡기 위해 우리 서비스의 메인이 되는 화상채팅 인터페이스 창부터 포토샵으로 디자인하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플로우 차트를 기획하고 정리했다.
곧바로 혜정은 피그마를 통해 내가 디자인한 화면을 참고하여 UX/UI 디자인을 시작했다.
*플로우 차트 : 순서도는 워크플로 혹은 프로세스의 흐름을 보여주는 다이어그램의 한 종류
*피그마 : 웹 기반 인 벡터 그래픽 편집기 및 프로토 타이핑 도구
인터페이스 창을 비쥬얼 디자인으로 도출하는 것과 플로우 차트를 기획하고 정리하는 게 생각보다 빨리 끝났고, 그 이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보이지 않자, 곧바로 '기획안 플로우(목차) 기획을 미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천천히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사실 다른 누군가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우리가 같은 생각으로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지는 확실히 모르기 때문에 계속 계속 어떠한 한 파트가 끝나면 공유를 하고 특히나 비쥬얼 디자이너로서 빠르게 무언갈 만들어지면 단톡방에 공유하여 내 생각과 팀원들의 생각을 맞추는 것도 중요한 작업 중 하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사실 기획안을 첫날 새벽부터 준비한다는 건 이르지만 우리 팀은 계속 계속 기획안 내용을 업데이트하며 서로의 생각들과 우리 서비스의 강점, 디자인, 기대효과 등을 공유하고 발전시켜갔다.
이건 해커톤 참가자로 확정됐을 때부터 의문이었으며, 6명의 팀원이 꾸려졌을 때 내가 질문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 애들아 우리 정말 48시간 자지 않고 하는 거야? '라는 질문에 확실하게 대답 해준 사람이 없어서 조금은 두려웠기에 금요일 저녁 전까지 잠을 잤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우리는 자지 않았는가? 아니다.
아침해가 뜨기 전 기획안 1차 초안이 완성됐던 새벽 5시 즈음 우리는 조금의 숙면이 필요하다고 누군가 얘기했고 모두의 동의하에 오전 11시 30분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잠에 들었다. 그렇게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한 아이디어 빌드업과 그것을 도출해나가는 첫날의 과정이 끝이 났다.
다음 날 오전 11시 30분에 우리는 다시 해킹을 시작했다. 개발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애즈가 지원하는 기능을 이용하여 우리 서비스의 메인 기능을 구현하고자 일을 진행하고 있었고 그런 과정 속에서 48시간 안에 실제 서비스로 우리가 생각한 전부를 보여줄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플랜 B로 혜정은 프로토타입 영상을 만들기로 했고 나는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같은 서비스 구현 영상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즈 : 2010년 시작된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플랫폼
*프로토타입 : 정보시스템의 미완성 버전 또는 중요한 기능들이 포함되어 있는 시스템의 초기 모델
내 스킬들이 정말 해커톤과 적합하다고 생각한 건 바로 이렇게 서비스 구현 영상을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인데, 최근 클래스101 수업 준비와 모션그래픽 포트폴리오 준비로 연습했던 영상 관련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되어 무리 없이 포토샵, 일러스트, 프리미어 프로, 애프터 이펙트 프로그램으로 3시간 만에 영상 초안을 만들었고, 화상통화에 보이는 캐릭터들이 말을 하면서 이후에 고개를 끄덕이는 디테일 등 추가적인 내용은 이후에 팀원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수정해나갔다.
영상을 카톡방에 업로드하고 팀원들의 칭찬이 쏟아짐과 동시에 또 내가 할 일에 공백기가 생겼다. 온라인 해커톤의 단점이 여기서 드러나는데, 자신의 일이 붕떴을 때 팀원들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얘길 하지 않으면 아무도 내가 일을 하고 있는지 쉬고 있는지 자고 있는지에 대한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팀원들에게 실시간으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내용을 업데이트해주자라고 얘길 하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다양한 일을 하고 있던 나는 카톡방을 통해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오늘 내로 할 일에 대한 내용을 전달했다.
아무래도 6시간만 자고 빡세게 일을 했기 때문에 저녁시간 즈음에 피곤이 밀려왔다. 팀원 중 한 명이 우리 잠깐 저녁시간에 몇 시간만 쉴까?라는 얘길 했고 모두가 빠르게 동의를 하고 우린 5시부터 3시간 동안 휴식시간을 가졌다. 아마 팀원들 모두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잠을 잤을 거라 100% 확신한다.
다시 일어나서도 이것저것 체크를 하면서 지금까지 업데이트된 내용을 기반으로 기획안을 재수정했고 빠르게 마지막 날 새벽이 다가왔다.
- 해커톤을 하는 중이라면, 개발 용어나 디자인용어를 상대방이 알지 못해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주면 좋다. 그래도 지금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
- 개발을 하는 것만큼 비쥬얼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우리 서비스를 어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대게 해커톤이라 함은 개발자를 메인으로 빌드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쥬얼적으로 어필하는 팀을 찾기가 드물다.
- 중간중간에 결국 휴식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결국 뇌가 활성화돼야 빠르고 정확하게 작업에 몰두할 수 있으니.. 48시간 내내 해킹을 하는 것은 비추!
(10/12)
새벽부터는 기획안 디벨롭에 관련된 작업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개발자 3명은 개발 마무리 단계를 진행 중이었으며, 혜정은 자신이 피그마로 디자인한 ux/ui를 프로토타입 영상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계속 진행했으며, tim은 나와 같이 기획안에 메인으로 붙어 영문으로 조금 더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담긴 내용을 구성했다.
이 날은 거의 막바지 단계이기 때문에 딱히 나머지 인원들이 함께 기획안에 붙을 필요성이 크게 없어서 (기획안 텍스트의 수정과 디자인 수정만 필요했기 때문에)
4시부터는 자신의 일을 끝난 친구들이 한 명씩 자러 갔다.
새벽 5시쯤에는 tim과 둘이서 기획안 작업에 집중했다. tim은 조금 더 나은 영단어와 문장 구성을 계속 계속 고민했고 나는 추가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획안 내용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프로토타입을 디자인화 해서 넣는 것과 우리가 메인으로 쓴 마이크로소프트 애즈 기능들에 대한 페이지 등)
그 과정 속에 '1등 안 하면 조금 서운하겠다', '1등 얘기하면 1등 못할 것 같으니깐 언급하지 말자'라는 농담들이 오갔다.
기획안 내용 수정을 먼저 마무리한 tim이 먼저 잠을 자러 떠났고, 디자인을 수정하고 PNG로 파일을 뽑아서 다시 PDF로 합치는 과정을 반복하던 나는 거의 오전 7시가 다돼서야 모든 게 마무리가 됐다.
혹시나 잠에서 깨질 못할까 봐 마지막 날을 위한 킷을 정리하고 파일도 정리해서 단톡방에 공지를 띄운 뒤에 잠에 들 수 있었다.
만나기로 했던 오전 11시가 됐고, 모두가 다 함께 기획안 수정 작업에 몰두했다. (나는 12시에 일어났다.)
혜정은 프로토타입에 대한 글을, 개발자들은 기능 파트에 대한 글을 업데이트했고 전체적인 내용을 영문화로 바꾸는 작업을 계속해서 tim이 핸들링을 해줬다.
12시부터 나는 draw.io를 통해 업데이트되고 있는 글을 바로바로 디자인에 방영하여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2시 50분 아슬아슬하게 모든 작업이 끝났고 우리는 draw.io와 구글 문서로 정리해둔 마지막 과제 내용들을 Juntion 웹사이트에 옮겼다.(팀 리더인 Tillo가 구글 행아웃 발표하기를 해서 다 함께 제출 화면을 지켜봤다.)
어떻게 하면 빠르고 효율적으로 비쥬얼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48시간 동안 했더니 머리가 정말 아팠다. (생각을 많이 해서 머리가 아픈 적은 처음이었음)
오후 3시에 마지막 과제 제출이 끝난 뒤 트랙 위너 발표는 6시였기에 그전까지는 쉬기로 했다.
팀원 중에 가장 늦게 잠에 들었던 나는 누구보다 빨리 잠에 들었다.
카톡 - 카톡 토로톡톡 톡 카톡!
5시 30분쯤이었을까, 카톡 알람이 너무 많이 울려서 나는 급한일이 생긴 줄 알았더니 우리 팀이 마이크로소프트 트랙 위너로 발표됐다는 소식을 슬랙을 통해 공지가 됐다는 얘기가 오갔다.
기분은 너무 좋은데, 내 머릿속의 피곤함과 어벙벙함이 그 행복을 따라가질 못했고, 정말 반쯤 혼이 나간 상태로 팀원들과 행복을 나누던 때에 PT발표 영상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오거나이저로부터 받게 됐다.
올 8월부터 클래스101 뱃지클래스를 위한 촬영/편집을 직접 해왔던 나는 기획안에 있는 영문 내용을 팀원들에게 그대로 읽어서 녹음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빠르게 기획안 디자인 + 녹음파일로 PT 영상을 만들었다.
영상 중간에는 직접 만든 서비스 구현 영상을 넣은 덕분에 다른 트랙 위너 팀들의 영상보다 조금 더 알찬 PT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5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1시간 만에 PT 영상을 완성시키고 당일 저녁에 친구와 약속이 있었던 나는 홍대에서 강남으로 출발했다. 6시 30분부터 7시까지는 4개의 트랙 위너의 PT발표가 진행됐고, PM 혹은 팀 리더가 직접 발표했던 다른 팀과는 다르게 우리 팀만 사람의 얼굴 없이 글과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는 PT를 준비했었다.
물론 직접 얘기하는 것과 음성만 나오는 PT는 장단점이 있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서비스가 다른 팀들의 서비스보다 훨씬 더 글로벌한 사회에 필요하고 임팩트가 있는 아이디어가 담겼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큰 걱정은 없었다.
PT가 끝나고 구글 설문지를 통해 마지막 투표가 시작됐다.
우리 팀 투표 순번이 1번이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트랙은 1번 트랙이기도 하고 가장 제너럴한 미션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투표를 할 때도 1번이라는 혜택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들 누구를 뽑을지 모를 때 그냥 1번을 투표할 때가 있지 않는가)
막 투표를 시작할 때 나는 강남에 있는 친구 집에 도착했고, 3일 동안의 썰들을 친구가 준비해준 파스타와 함께 풀고 있던 도중 전화가 울렸다.
'TEAM WECO의 박종원 님이시죠? WECO가 최종 우승자로 선정돼서 슬랙에 보내드린 ZOOM 링크로 팀원 모두 들어와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너무 축하드려요!'
최종 발표 후 바로 우승자 인터뷰가 있기 때문에 트랙 위너 발표처럼 최종 우승자를 미리 알려준 것이다.
이번에도 카톡방으로 팀원들에게 정말 믿기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폭풍 카톡을 보냈고, 결국 우린 트랙 위너와 동시에 파이널 위너 (최종 우승)을 하게 됐다.
온라인이라서 그런지 실제 해커톤 최종 우승 때보다는 실감이 나질 않았다. (물론 오프라인 해커톤 참여 경험은 없지만..)
온라인 해커톤은 마치 대학 과제를 하는듯한 느낌이었지만 유학의 실패와 이것저것의 일들로 증명하지 못했던 나의 능력을 해커톤을 통해 증명을 하게 된 것 같아 너무 기뻤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을 빨리 찾고 그걸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능력은 어느 곳에서든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증명들, 펀딩 7억 달성과 유료 어플 2위 달성 그리고 해커톤 최종 우승으로 또다시 나의 증명 기록함에 하나의 성과가 반짝반짝 빛나게 됐다.
이번 해커톤을 통해 확실하게 얻은 건, 군대를 다녀온 뒤 회사에서 2년 동안 일을 해보고 창업을 하게 될 나의 모습에서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1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꼭 사용해야 하는 여행 앱 서비스
2 한국 전통을 재해석하여 만들어 낸 명품 제조업 브랜드
3 한국 맞춤형 VR, AI 서비스
이 3가지는 내 인생의 디폴트 값으로 군대에 있을 때도 항상 고민해볼 예정이다.
그리고 이 시대의 많은 젊은 기획자들과 프로젝트 매니저 혹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희망하는 모든 청춘들이 함께 힘내고 연대하여 더 멋진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힘냈으면 좋겠다. 그런 커뮤니티도 언젠간 꼭 만들어야지!
군대는.. 1년에 3~4명만 뽑는다던,, 카투사보다 경쟁률이 높다는 육군 그래픽 디자이너병을 지원했다.
이번 모집은 단 1명만 뽑고, 1차 면접을 1순위로 통과되고 현재 2차 면접 이후 최종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다.
혹시나 내가 합격을 하게 된다면 그래픽 디자이너병 준비에 대한 이야기도 곧 브런치에 올릴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나와 함께 해준 우리 팀 Tillo, Hieu, 혜정, Tim, Lask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그들이 나를 자랑스러운 팀원으로 생각해주길 바란다. Thanks !!!
아래는 내가 이번 해커톤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간단하게 볼 수 있는 표다.
글의 UX/UI 디자이너로 소개된 혜정님의 해커톤 후기는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부 https://brunch.co.kr/@marinearchive/3
2부 https://brunch.co.kr/@marinearchive/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