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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곰 Oct 26. 2019

잔망스런 이야기 25

권유

눈 밑의 기미가 점점 진해지는 것 같아 고민하다 동네 피부과를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기미는 괜찮다고 했다. 오히려 잘못 건드리면 더 진해지는 수가 있으니, 그냥 두는 게 낫다는 것이다. 다행이다 싶어 나오려는데, 의사 선생님이 내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턱에 보톡스를 맞으세요”

  

뭔 소린가 싶었다. 의사 선생님은 각진 턱을 갸름하게 해 주는 데는 보톡스가 딱 이란다. 내 턱을 요리조리 살펴보더니 양쪽에 두 번 정도만 맞으면 충분하겠다나.     


‘헐~ 그래요. 나 사각턱이에요. 그래도 난 모서리 있는, 각 있는 얼굴이 좋아요. 오드리 헵번, 앤젤리나 졸리, 키이라 나이틀리... (아, 다 외국인, 거기다 다 배우...) 도 다 사각턱이어도 예쁘기만 하잖아요!’    


속으로만 외치고.... 그럴 생각 없다며 웃어 보이곤 진료실에서 나왔다.     


왜 사각턱은 퇴치의 대상이자, 치료의 대상인 건가....

댁들이 내 턱 각 잡는데 줄자를 잡아줘 봤어, 모서리를 갈아줘 봤어?

확 찍어버릴라!    




몇 년 동안 다닌 단골 미용실 디자이너가 내 반곱슬 머리를 펴다가 갑자기 그런다. ‘반영구화장(?)’ 시술을 하라고. 그게 뭐냐고 했더니, 아이라인이랑 눈썹이랑 입술에 문신처럼 그리는 거란다. 입술엔 색소 주입도 하고.     


“진짜, 편하고 예뻐”    


본인도 했다며 적극 권한다. 아무리 봐도 예쁜 줄 모르겠다. 물론 반쪽뿐인 내 눈썹이 하루 24시간 온전해지면 사람이 더 꽉 차 보이기야 하겠지만, 이미 많은 어머니들의 눈썹 문신을 접하고 한 번도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지라 확 내키지는 않았다. 그래도 편하기는 할 것 같았다.     


“... 안 아파요?”

“ 좀 아프기는 해, 시간 지나면 희미해지니까, 보수도 해 줘야 하고..”    


헐~ 보수, 거기다가 아프기까지. 위내시경도 마취 안 하고 하는 여자이긴 하지만 그건 좀 무섭다.

그게 더 귀찮고 싫다고 하니까, 디자이너는 영 아쉬워한다. 


그냥, 이리 살다 가련다. 각지고 희미한 얼굴로. 필요할 땐 화장 열심히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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