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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곰 Oct 29. 2019

잔망스런 이야기 26

스피드

버스 승강장 긴 의자에 혼자 앉아있었다. 남자애 하나가 오더니 옆에 앉았다. 순간 쏜살같이 두 배는 큰 녀석이 날아와 그 남자애 위에 앉는다. 내가 보자, 아래 깔린 애만 어색하게 웃고, 위에 앉은 녀석은 콜라를 벌컥벌컥 마셔댄다.     


“... 자리 넓은데, 왜 거기 앉아?”

“... 친구예요. 친구...”    


뭔 상관이냐는 눈빛과 함께 귀찮다는 듯 내뱉고는, 아래애를 일부러 더 뭉갠다. 또 깔린 애만 어색하게 웃는다.     


‘나중엔 저 친구가 너보다 더 클 수도 있어, 자식아....’


이제 막 중학교 1, 2 학년이나 됐을까 싶은 녀석을 보면서 뭐라 더 말하기도 그렇고 해서, 버스가 오나 보는데, 녀석이 다 마신 콜라 캔을 발로 휙 차 올렸다. 몇 방울의 콜라를 나에게 튕기고 공중으로 붕 뜬 캔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로 앞 보도블록에 떨어졌다.     


“... 주워. 어디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

“...”

“주우라고!”

“! 아, 이따 가져가려고 둔 거예요. 잠깐...”

“주우라고!”

“...”    


말없이, 날 노려본다. 나도 지지 않고 노려본다. 녀석은 마지못해 거의 눕다시피 몸을 뒤로 젖히더니, 캔을 발로 찌익~ 끌어온다. 아래애는 호떡 신세다. 캔을 끌어 온 녀석은 나를 계속 노려본다. 아래애가 이젠 불안한 웃음을 짓는다.     


“꼭 가져가”    


마침 온 버스에 타면서 녀석을 보고 말했다. 그때까지도 녀석은 날 노려본다. 하필 버스가 오는 바람에 못 된 녀석을 더 가르치질 못했다. 어디, 저런 호적에 이유식 냄새도 안 가신 녀석이 못 된 것만 배워가지고, 말이 안 되지. 캔 주워가는 거 까지 꼭 확인했어야 하는데...  버스 배차간격이 워낙 길어야 말이지..     


‘깡!’    


뒤에서 캔을 차는 소리가 세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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