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i Ne, Vietnam
한 회사에서만 직장생활 4년 차.
남 모르는 가슴 아픈 일로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선뜻 내어주신 3주짜리 휴가.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재정비하기에도 바쁜 시간이었지만
여행은 꼭 다녀오리라 다짐했다.
마침 엄마도 일을 쉬고 있던 터라,
백조 모녀는 시간과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처음으로 단 둘이 떠나기로 하였다.
칠 월의 한국은 그동안 느껴본 적 없던 강력한 폭염이 지속되었고,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밖에 나가는 게 두려울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사막 하면 요즘 떠오르는 두바이?
정말 덥다고 알려진 두바이의 기온은 당시 한국의 기온과 비슷했다.
더위 따위는 걱정되지 않았지만
비행기 멀미가 심한 엄마에겐 비행시간이 길어서 탈락
VS
엄마: 휴양지 하면 한국인들이 많이 간다는 다낭?
길 지나가다 아는 사람 마주칠 수도 있을 정도로
휴양지라기엔 관광객들로 붐비는 전형적인 관광지라 탈락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때라 더욱 한적한 곳으로 찾았던 것 같다.
집에서 인천공항까지 2시간
인천공항에서 호찌민 공항까지 5시간 반,
호찌민에서 무이네까지 5시간.
긴 여정 끝에..
베트남 남부 판티엣에 위치한 무이네는
해변가와 모래사구가 함께 존재하는 신비한 곳이다.
무이네는 사막(Desert)보단 모래사구(Sand Dune)라는 단어가 더 적절하다.
무이네의 모래사구는 화이트 샌듄과 레드 샌듄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지프차를 타고 화이트 샌듄에 가기로 했다.
안전벨트도, 창문도 하나 없는 위험천만한 지프차를 타고 말이다.
뻥 뚫린 도로에 쓰레기 하나 없이 깔끔하고,
울타리 없는 언덕에서 자유로이 풀 뜯어먹는 말도 보인다.
풍경은 말할 것도 없이 장관이다.
화이트 샌듄에 진입하자마자
햇빛에 반짝이는 아름답고 고운 모래 빛깔에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이 부시기까지 했다.
예전에 브레드 피트 주연의 '얼라이드'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서로 다른 각 국의 스파이 남녀 부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영화였는데,
대사보다 그들이 앉아있는 사막 배경이 아름다워 눈 여겨보았던 적이 있다.
이 영화 속 모로코의 '에사우이라의 사막'과 굉장히 유사했다.
자연 풍경에만 취해있기에 지루한 사람은 ATV를 추천한다.
액티비티를 즐기는 활동적인 사람이 아니어도
사막의 냄새와 모래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남 모르는 포토존에도 데려다주신다.
화이트 샌듄을 지나 레드 샌듄으로 가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막과 다른 붉은 모래들을 만날 수 있다.
화이트 샌듄은 ATV라면, 레드 샌듄은 모래 썰매다.
모래 썰매는 한 번 돈을 지불하면 무한으로 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요정의 샘물을 샌들을 손에 쥐고 맨 발로 한참을 건너다보면
짜증이 올라올 시점에 마치 걸어오느라 고생 많았다며 우리를 위로하 듯
일명 베트남의 작은 그랜드 캐년이 등장한다.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이름을 새긴 관광객들이 대단하다.
각 국의 언어들이 새겨진 것이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낸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호텔로 돌아와 모래 범벅이 된 몸과 옷가지들을 정리하며
칵테일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한다. (다음 날 하루 종일 고생시킨 문제의 칵테일)
무이네 여행을 마무리하며.
인생이 한 번 뿐이라면 꼭 해봐야 할 경험이 아닐까.
나에게 사막 여행은 무이네를 시작으로 계속될 것 같다.
이 여행의 이야기 끝에는 마음고생이 심해 입맛이 없던 글쓴이가
술병에 장염까지 걸려 해골이 되었다는 웃픈 이야기가 숨어있다.
모녀 단 둘만의 첫 여행에서 술에 취한 딸을 처음 보고
엄마는 몹시, 많이 놀라셨다. 평생 웃음거리가 될 듯하다.
Good Bye, Mui Ne, Viet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