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되는 그날의 기억-1
대학 졸업 후 첫 회사에서 10년을 근무하고, 15개월-출산 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12개월-의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첫 아이여서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던 초보 엄마는, 익숙한 방식 대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계획을 세워서 그대로 아이를 키우려고 했다. 그렇게 어린이집 적응도 하루 2시간씩 1주일, 점심 먹고 오기 1주일, 낮잠 자고 오기 1주일을 하고 간식 먹고 오기, 퇴근 시간에 데리러 가는 순서로 내가 생각한 스케줄 대로 어린이집에 맡겼고, 아이가 우는 소리가 원 밖에서 들려도 참았다. 적응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선생님도 어머님 스케줄 대로 하라고 말씀 주셔서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건은 복직하기 하루 전날 발생했다.
복직하기 직전 금요일이라서 남편이 일찍 퇴근했기에 평소보다 일찍 데리러 갔다. 왠지 당황하신 선생님은 아이를 데리고 나오시며, 아이가 팔이 빠진 것 같다며 병원에 꼭 가보라고 하셨다. 점심을 먹으면서 한쪽 팔을 아이가 잘 쓰지 않았는데 잠은 또 잘 잤다고, 간호사 선생님도 보셨는데 괜찮다고 하셔서 전화를 안 드렸는데 혹시 모르니 병원에 꼭 가보라고 하신다.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뒷머리가 쭈뼛 서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단전에서 큰소리가 올라오는 것을 간신히 눌렀다. 아니 그러면 전화를 일찍 주셨어야 하는 거 아니었나? 내가 일찍 올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퇴근 시간까지 아픈 아이를 그대로 데리고 있으려고 하셨나? 온갖 원망의 말들이 목 안에서 메아리쳤지만, 내뱉지 않았다. 이제부터 풀타임으로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밉보이고 싶지 않아서 말을 한번 삼켰다.
15개월이지만 아이가 말이 늦어서 표현이 서툴렀다. 아프냐고 물어도 괜찮다고 하는데 팔을 축 늘어뜨린 채로 사용하지 않는다. 팔을 움직여보라고 하면 또 잘 움직인다. 급하게 소아 정형외과를 검색했지만, 근처에 없다. 소아를 진료 보지 않는 곳이 더 많아서 소아도 진료한다는 병원을 찾아 차를 타고 멀리 나가야 했다. 부랴부랴 도착한 병원에서 엑스레이도 찍었으나 다행히 이상이 없다고 한다. 지금은 놀라서 안 쓰는 걸 수 있으니, 다음날 한번 더 보자고 하신다.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괜찮다는 진단을 듣기 전까지,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있었다. 복직하기도 전에 휴가부터 써야 하는 것인가? 복직을 미뤄야 하는 걸까? 어린이집을 바꿔야 하나? 생각했다가, 우선 아이가 어쩌다가 다친 것인지 경위를 알아야 했다. 선생님의 설명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다. 원장 선생님에게 전화해서 CCTV를 볼 수 있는지 물었다. 저녁에 확인 가능하다고 하신다.
CCTV를 돌려서 확인해 보니 선생님이 아이와 함께 교실을 돌다가 아이가 넘어지기에 팔을 훅 들어서 아이를 잡다가 발생한 일 같다. 점심을 먹는데 축 쳐져서 팔을 못 쓰는 걸 보니 안쓰러워 눈물이 나는 것을 삼켰다. 아이에게 이상이 생기면 당장 전화를 해주셔야 했던 것 아닌지를 차분하게 물었다.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아이가 낮잠을 잘 자서 그렇게 아프다고 생각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선생님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다. 다음부터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연락을 바로 주셔야 한다고 당부드리고 그냥 나왔다. 감정이 요동 쳤지만, 참았다. 그렇게 그날의 일은 덮어졌고, 나는 복직했다.
그때의 나는 복직하기 위해 결정된 사항을 바꿀 수가 없었다. 경직된 사고로 이어진 생각 안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여겼다. 아이에게 미안했지만, 환경이 바뀌어서 받는 스트레스 보다 여기에서 적응하는데 에너지를 더 쓰는 것이 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악은 면했지만, 최선은 아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 휴가를 더 써도 되었다. 출근 전에 팀장이나 인사팀에 연락을 해봤어야 했다. 휴가도 많이 남아 있었으므로, 그 휴가를 더 쓴다고 했어도 회사에서는 납득했을 것이다. 아이를 안정시키고 복직했으면 복직하고 회사를 다닐 때 불안감이 좀 덜하지 않았을까 싶은 후회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