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선생님 한마디
휴직 3주차인 이번주에는 잠을 잘 못잤다. 화요일에 10키로 마라톤 연습한다고 1시간 30분 동안 걷다 뛰다 하고 왔더니 너무 피곤했는지, 이틀을 잘 못잤다. 그리고 목요일 낮에 낮잠을 4시간 자고 일어나니 그제서야 몸이 개운하다. 그래서 다시 또 저녁에 10키로를 걸었더니 밤에 잠이 잘 안왔다. 잠이 안오길래 핸드폰 게임을 했다. 퍼즐 맞추는 게임을 좋아한다. 팡팡 폭탄이 터지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요새 하고 있다. 새벽 2시까지 그거 하느라 잠을 못자고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사실 그런 나를 비난 하는 목소리가 내면에 있었다. 잠을 잘 자고, 잘 쉬어야 하는데 이렇게 허송 세월이라니! 게임하고 허송 세월 보낼 바에야 생산적인 일을 해야지! 하는 비난의 목소리가 같이 울려서, 게임을 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안되겠어서 2시에 일어나 일기를 썼다. 지난 주 내내 게임시간을 줄이자. 라고 아쉬운점을 적은 것이 보인다. 어제도 그런 시간이였다.
잠을 못잔건 내가 자처한 것이니 오늘의 루틴은 지켜야 한다. 합기도장에서 운동하는 날이니까 미루지 않고 다녀왔다. 다녀와서 1시간을 또 게임하고 놀다가 간신히 일어나 씼고, 점심을 챙겨먹었다. 설거지는 귀찮아서 미뤄두고 심리 상담센터와 신경정신과를 다녀왔다. 의사 선생님께 잠을 잘자다가 이번주는 못잤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 날도 있고, 아닌날도 있는거죠.”
선생님의 한마디는 굉장히 힘이된다. 나는 이상이 생긴걸까봐 겁이 났었는데, 그런 날도 아닌날도 있을 수 있다는 말에 완벽한 루틴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를 깨닫고, 마음이 편해졌다. 핸드폰 게임하느라고 어제도 두시에 잤다고 했더니,
“꿀잼이였겠네!”
하셔서 웃음이 났다. 굉장히 나이가 많으신 분이신데 꿀잼이란 표현을 사용하시다니 어색하면서도 나의 일탈을 인정 받은 것 같아서 안심이 되었다. 거의 2년째 상담을 받고 있기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계신 관점에서 이정도의 일탈은 당연하다는 지지의 말씀이 힘이 되었다. 맞아. 나 좀 놀아도 괜찮아. 지금 노는 시간이잖아. 하고 어깨의 긴장을 내려 놓았다.
마냥 노는 것이 불안해서, 노는 것도 업무 마냥 종이에 할일 리스트를 작성해두고 하나씩 지워가며 일주일을 보내고 있었다. 그게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압박이 되고 있었다. 지금은 잘 쉬어야 할 때인데, 나는 또 할일 리스트로 나를 들볶고 있다. 할일 리스트는 꿀잼인 정도로만! 관리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