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7주 차의 즐거움
휴직 4주 차에 접어들면서 에세이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에세이 글쓰기에 집중하니 다른 글을 쓸 에너지를 내기 어려웠어요. 어느새 3주가 지나있어서 후루룩 기록해 봅니다. 지난 3주는 나의 욕구를 세심하게 돌봐주려고 노력했어요. MBTI 검사를 했는데 ESTJ 친선 도모형이 나왔습니다. 이 유형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타인의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받아들이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자신의 욕구를 무시하거나 들어주지 않는 경향이 있을 수 있어서, 나의 욕구도 세심하게 돌봐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의 욕구에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휴직을 결심하게 된 것도 나의 욕구를 들어주는 첫 발걸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에 사랑도 많이 받았지만, 그만큼 차별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기에 억울함이 많습니다. 그 차별과 사랑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지만, 마음의 상처도 깊어서 병이 생겼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병은 다른 병들과 같아서 치유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그 방법을 몰라서 이런저런 삽질을 하고 있습니다. 글쓰기도 그런 과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에세이를 쓰면 내 상처를 들어내는 글이 써집니다. 평소의 나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글을 쓰고 있지만, 그것이 나의 마음 깊숙이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그렇게 밖에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런 상처를 드러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두운 부분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면 안 되기에 상자에 꾹꾹 눌러 담아서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잊어버리고 있었던 상처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고,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아파서 묻어두고 발설하지 못하고 그 주변만 삽질해 왔던 시간도 몇 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상처를 직면할 용기와 힘을 모았던 시기였다는 것을 지금 돌이켜보면서 깨닫습니다. 그러니까 상처에 대한 글을 쓰고 싶은 나의 욕구를 그래도 괜찮다고 그런 글을 써도 된다고 들어주고 있습니다.
마음껏 운동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듯 운동을 다니다가 에너지가 넘쳐서 마라톤 10km 연습을 무리해서 했습니다. 지간신경종이라는 병을 얻어서 한의원으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마치 인생 같아요.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입는 것과 마찬가지 같습니다. 수행가능한 운동 신경 범위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무리했다가 아파서 부상을 입고 휴식해야 하는 현시점이 지금 휴직하고 있는 나의 상태인 것 같습니다. 희망적인 것은 치료를 하면 나을 수 있는 병이란 점입니다. 아파서 쉬는 나를 이뻐해 주는 경험을 하고 있어요. 쉬어도 괜찮다, 아픈 것은 치료하면 낫는다, 더 오래 운동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마음이 편해집니다. 압박하지 않으니, 잠도 잘 오고 스트레스도 쌓이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으니까요.
나의 욕구를 이렇게 하나씩, 둘씩 들어주다 보면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빠르게 알아차리고 그것을 세련되게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도 익힐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