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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민 Apr 14. 2020

내일은 선거다. 누가 이기는지는 관심이 없다.

반민주적 공천제가 지탱하는 아저씨 신분정치, 이번 선거가 마지막이어야한다

내일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그래서 선거에 대한 글을 쓰려다, 나는 선거를 누가 이길지 딱히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 정치의 문제점은 진보가 보수를 이기거나 보수가 진보를 이기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집권을 누가 하는가가 아니라 정치를 누가 하는가가 문제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치인은 직업이 아니라 계급이다. 우리 사회는 어느때보다도 다양한데, 정치를 하는 사람은 꾸준히 똑같다: 20대 국회의 당선 당시 평균 나이는 55.5세, 남성이 83%였다. 평균 재산은 41억원으로 부유한 편이였고, 직업은 공무원, 교수, 법조인, 언론인, 정당인 등 통상적인 화이트칼라 직종 출신이 90%에 육박했다. (공개적인) 성소수자, 탈북민, 다문화인 등은 단 한명도 없었다.


늙고 잘나가는 아저씨들이 조금 젊은 잘나가는 아저씨들에게 물려준다. 혈통이 관여하지 않았을 뿐, 조선시대 양반들과 다를것이 없는 계급사회다. 동인과 서인, 노론과 소론처럼 본인들에게는 무지 중요하지만 국민 생활과는 별로 관계없는 예송논쟁, 이념싸움에 목숨거는 것까지 꼭 빼닮았다.


그 아저씨 계급사회의 핵심에 공천제가 있다. 전 세대의 아저씨들이 다음 세대에서 정치할 아저씨들을 마음대로 고른다. 가끔씩 청년이나 여성같은 불청객(?)이 끼더라도 그것은 그들의 입맛에 맞는, 아저씨 헤게모니에 불만을 갖지 않을 사람들 뿐이다. 사천만에서 두명으로 가는 병목은 꽁꽁 틀어막으면서 마지막에 후보가 되는 둘 중에서만 마음대로 고르라고 하는건 조삼모사지 민주주의가 아니다.


아저씨에 의한, 아저씨를 위한 정치는 편협할 수 밖에 없다. 전국민의 관심이 n번방 사건에 쏠려있는데 왜 정치인들은 그게 뭔지 제대로 설명도 못하는가. 왜 공수처는 무엇을 내주더라도 관철해야 할 숙원사업이고 차별금지법은 나중에 생각하면 되는 작은 문제인가. 자동화시대에 대한 해답은 왜 정부가 일자리를 “만드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는가. 인권으로 까야할 북한을 왜 마르고 닳도록 색깔론으로만 까나.


80년대에 세상을 배워 80년대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는 아저씨들이 정치 권력을 독점하고 놓지 않기 때문이다. 80년대의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80년대의 문제만 생각하는 정치는 미완성이라는 이야기다. 똑같은 편협함을 공유하는 그들만이 움직이는 세상에서, 그 중에서 운동권 출신 아저씨들이 권력을 잡느냐 공안검찰 출신 아저씨들이 권력을 잡느냐는 상대적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물론 둘 중에서 도덕적 우위를 따지자면 전자겠지만, 민주화의 공은 역사책에서 평가받을 일이고 직면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청년과 여성, 그리고 지금은 고려대상조차 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정치에 올바르게 반영되기 위해서는 공천제가 사라져야 한다. 애매한 비례순번 한번 주고 어차피 다음 선거에서 지역구 공천 안줄 청년정치인, 여성정치인이 몇백명이 나와도 본질적인 문제는 그대로다. 아무리 이번에는 지역구에 청년과 여성을 우선공천 하겠다고 해도 믿어서는 안된다. 아저씨들의 관용에 의존하는 것으로는 결코 아저씨 신분사회를 종결지을 수 없다.


공천제가 존재하는 민주주의는 미완성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한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공천제를 고집하는 정당은 국고보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지역구에서 당적과 주소지만 맞는다면 전국민 누구든 도전할 수 있는 경선이 치뤄져야 한다. 당에서 후보 추려서 판 짜놓고 하는 가짜 경선 말고, 진짜 오픈 프라이머리 말이다.


동시에 당의 조직 지원에 의존하지 않아도 참신한 정치 신인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역시 유연화 해야한다. 스타트업 세계에서 디스럽터들이 변화를 이끌듯, 창의적인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돈을 모을 수 있도록, 투명성이 확보되는 범위 내에서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


까마득히 어려워 보이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우리가 원하고, 설득하고, 요구한다면 할수있다.  75년 전에는 나라도 없었고 33년 전에는 민주주의도 없었는데, 4년만에 이게 안될까. 이번선거에서 누가 이기는지 나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나의 유일한 바램은 내일이“인재영입” “컷오프” "공천불복" “전략공천” 같은 말을 들어야 하는 마지막 총선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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