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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츠 리부트 Aug 16. 2024

라캉의 편지 2 - 욕망을 인정받을 때

타인의 욕망을 욕망할 때 우리는 무력감을 느낀다. 

라캉님 제게 답장을 주시다니요. 고맙습니다. 보내주신 편지는 여러 번 읽어보며 저를 다시 되짚어보았습니다. 제가 불안한 것은 제가 너무 완벽하고 이상적인 제 자신의 모습을 그렸던 것 같더라구요.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글도 안 써졌던 것 같아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저는 어떻게 하면 스스로의 생각을 더 존중하고 제 진짜 욕망에 충실할 수 있을 까요? 


  첫번째 편지를 받고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제가 조언드리고 싶었던 두번째 이야기 전하려고 합니다. 지난 편지에서 당신의 불안이 어떻게 생기는지에 대하여 이야기 했다면 오늘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대해서 나눠보려고 합니다. 


지난 편지에서 말씀드린 거울단계는 자기와 자기 이미지 2자 관계입니다. 나와 엄마만 있던 세계에 아버지가 들어와 3자 관계가 됩니다. 아버지는 상징적으로 법과 규칙을 제시합니다. 아이는 언어를 배우고 소통하면서 그 언어로 원하는 것을 요구하게 되지요. 이렇게 아이가 세상의 언어와 규칙을 수용하는 세계가 바로 상징계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욕구와 요구 그리고 욕망을 구분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족한 무언가를 가지거나 간절하게 바라는 것을 욕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욕망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생물학적 욕구와 언어화된 요구의 불일치로 생깁니다. 


 욕구는 생리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말합니다. 생물학적인 존재인 인간은 목이 마르면 물을 찾고 배가 고프면 빵이나 음식을 원합니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타자의 도움을 받아서 채우게 됩니다. 그것을 언어로 달라고 하는 것을 요구라고 합니다.  이런 것들을 원할 때 엄마가 개입해서 채워주죠. 


 욕구를 요구로 전환하고 남은 찌꺼기처럼 여분이 발생하게 되고 이것이 욕망이 욕망이 됩니다. 소외된 욕구는 인간에게 욕망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연인에게 자신의 간절한 사랑을 전할 때 우리는 늘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느낍니다. 온갖 사랑의 말을 해도 마음속에는 부족함이 남지요. 그렇게 발현되지 못한 욕구, 요구하지 못하고 남겨진 욕구가 욕망이 됩니다. 이렇게 욕구와 요구 사이에는 언제나 불일치가 존재합니다.


 아이와 엄마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이는 언어를 배우면서 자신의 욕구를 대타자인 어머니에게 전달하고 응답을 통해 충족시키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욕구가 요구로 전환되면 될수록 아이는 대타자에 대한 의존은 커질 수밖에 없지요. 대타자인 어머니는 아이의 요구를 언제나 만족시켜줄 수 없지요. 대타자인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며 언어로 모든 것이 표현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욕구란 그 성격상 하나가 만족되면 도 다른 욕구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욕구가 요구로 전환되는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타자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의 요구, 즉 그 끝을 모르는 사랑에 대한 무조건적인 요구로 되어갑니다. 하지만 세상 어떤 부모도 모든 욕구의 결여를 다 채워줄수가 없죠. 요구가 충족될수록 더 결핍은 더 심해집니다. 


  주체의 요구는 역설적으로 타인의 응답에 의해 그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타인에게 배운 언어가 내재화 되면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고 있습니다. 내가 욕망하는 타자의 욕망은 나 자신에게는 늘 미지수로 남아있지요. 내가 계속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한 나는 그들에게 인정받기를 욕망하게 됩니다. 당신이이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려고 하면 할수록 다른 사람들의 욕망을 쫓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진짜 나의 욕망은 작아질 수밖에 없잖아요.  


대타자의 욕망 혹은 대타자에 대한 욕망은 필연적으로 대타자의 인정을 전제로 합니다. 그러므로 욕망은 인정에 대한 욕망이며, 욕망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언어에 의존해야만 합니다. 결국, 인정의 욕망은 타인이 부과하는 상징계의 법을 수용하면서, 타자의 인정을 매개로 시작됩니다. 인정이 욕망의 본질이 아닙니다. 자신의 존재실현과 관계가 없게 됩니다. 인정의 욕망이 커지면 커질수록 제가 제시하고자 하는 순수한 개인의 욕망은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시절 친구들에게 인정받기 위하여, 그 그룹에 끼고 싶어서 친구들의 욕망을 내것으로 착각하고 들어주려고 하기도 하죠. 또 나의 쓸모를 끊임없이 증명하기 위해서 애씁니다. 내 쓸모를 증명하다보면 내가 소진되고 어느순간 무기력에 빠지게 됩니다. 

 

대상이나 타자의욕망에 집착할 때 나의 존재가 사회적으로 연결되기는 하지만 전체를 대변하지는 못합니다.  타자의 욕망을 통해 지향해야 할 점은 무엇일가요. 타자의 욕망 자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인정을 원하는 것 같지만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사실, 숨겨져 있는 진짜 욕망의 본성입니다. 기만적인 것을 걷어내면서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소외되는 부분을 찾아 나가려는 노력을 해야합니다. 




  지금 당신이 욕망하는 것들을 나열하고 그 중에서 타인이 욕망하는 것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보세요.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진정으로 본인이 원하는 것들만 놔두고 나머지는 버려보세요. 그러면 진정한 자기 자신의 욕망과 만날 것입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하게되는 기쁨을 누려보세요. 


 

인간의 욕망은 대타자의 욕망입니다. 두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말 그대로 태타자가 욕망하는 어떤 것을 욕망한다는 말입니다. 또 하나는 대타자를 대상으로 삼는 욕망이란 뜻입니다. 어떤 사람을 원하는 것이죠.   대타자의 욕망을 자신의 목표로 삼는 것입니다. 그 사람을 잃기 싫어서 그 사람의 욕망을 내것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인간의 욕망은 대타자의 욕망이다’ 라는 말은 욕망이 순수하게 주관적인 갈망이 아니라 대타자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욕망이 구성되는 것을 ‘욕망의 인정’과 ‘인정의 욕망’의 용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인정받을 때 비로소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의 욕망이 기준으로 삼는 것은 언제나 대타자의 욕망이었습니다. 기존의 가치관을 수용한다는 것은 타자의 욕망을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직장인들도 회사와 상사의 욕망을 받아들여야 인정받을 수 있고, 부모나 상사 또한 다른 사람의 욕망을 받아들여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사회의 법규와 기존의 가치관을 수용하면서 이미 타자의 욕망대로 살아가는 삶이 시작됩니다. 타자의 욕망을 받아들이며 부모의 가치관이 내재화됩니다. 언어로 표현되는 것들을 상징화하면서 언어체계 속에서 소통하기에 우리는 더욱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언어로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없기에 결핍이 생깁니다.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요구를 계속 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타자에게 인정받으려고 합니다. 자신의 욕망을 인정받으려면 타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욕망을 봐야 합니다. 인정받기 위한 욕망이 타자의 욕망을 수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사회화 되는 과정에서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가치나 믿음에 의해 부모에 의해 주입되기도 하고 주변의 친구나 상사에 의해 여향을 받기도 했을 것입니다. 


 

당신이라는 사람, 개인 자체가 원하는 순순한 욕망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러려면 타인의 욕망을 제거해 나가면서 나의 욕망을 지켜야 합니다. 타자의 욕망을 구분하고 걷어내고 그 자리에 내가 원하는 나의 욕망으로 채워야 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엄마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그 옛날 어린 아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면화된 타자의 욕망을 따라 살아가는 것은 진실로 내 삶이 아닙니다. 

나 자신의 욕망을 찾아 나의 욕망을 펼치세요.


-파리에서 자끄 라캉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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