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than Jun 21. 2020

나의 사회적 위치와 수준


올해 대학교 4학년이 됨과 동시에 취업 준비생이 되었다. 작년 새로운 분야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누구나 그렇듯 처음에는 의욕과 열정이 넘쳐 욕심을 부리기 마련이다.  욕심과 열정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자기 객관화와 방향성이 없다면 그때부터 문제가 발현되기 시작한다.


나는 처음에 데이터 분야 쪽에 관심이 생겨 소프트웨어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데이터 쪽에도 데이터 과학, 데이터 분석, 데이터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스와 같이 다양한 직군이 존재했고, 직군 이외에도 이미지, 자연어, 시계열, 음성 등 도메인도 정말 다양하기 때문에 방향성을 잘 정하는 것(모든 것을 잘할 수 없기 때문에)이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작년까지 각 직군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했고 방향성에 대해서 방황만 했지 제대로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올해 초 나의 상태는 "이도 저도 아닌 상태"였고,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을 받아줄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불행 중 다행으로 최근 시작한 스터디와 개발자 글쓰기 모임에서 다양한 직군의 현업자분들을 만나게 뵙고 피드백을 받으며 올해 3월부터 방향성을 조금씩 잡아가기 시작했고, 지금은 "백엔드 엔지니어" 직군을 준비 중에 있다. 처음에는 데이터 분야 쪽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해 "백엔드" 직군으로 가는 것이 어찌 보면 뜬금없어 보일 수 있지만, 데이터 엔지니어 직군의 경우 주로 경력직을 선호하고, 백엔드 직군을 수행하다 자연스럽게 커리어를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백엔드 엔지니어 데이터 엔지니어 두 직군 모드 데이터를 다룬다는 점에서 상충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인 거 같다. (데이터 엔지니어의 경우 무엇보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본 경험이 압도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경력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거 같다.)


이렇게 공부 시작한 지 1년 만에 겨우 방향성을 잡고 현재 공부를 시작한 지 몇 개월이 지났고, 최근 1달 전부터 인턴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을 시작으로 평소 관심이 있던 기업은 열리는 족족 지원을 했고 현재 총 7 곳을 지원했고, 5곳은 현재 떨어진 상태이다. 개발 직군은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코딩 테스트 비중을 많이 둔다. 특정 기업들은 서류 전형과 코테를 같이 보는 경우도 있고, 코테를 통과해야 그때 서류를 보는 기업도 많다. 떨어진 5곳 중 1곳은 서류 탈락이고 나머지 4곳은 모두 코테에서 탈락을 했다. 알고리즘의 중요성은 많이 듣기 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매번 미뤘고 그 대가를 치른 것이다. 사실 서류 작성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던 거 같다. 나는 전과를 했기 때문에 졸업 학기까지 전공을 18학점씩 꼬박꼬박 들어야 했고, 그로 인해 4학년임에도 타이트한 학기를 보내고 있다. 그래도 인턴이 간절했기에 시간을 쪼개며 지원을 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방향성 없이 보낸 시간이 길었고, 개발 직군 입사에서 중요한 알고리즘 공부를 꾸준히 안 했기에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도 떨어지는 과정 속에서 실망과 박탈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인 거 같다. 주변에 같이 지원한 분들 중 합격한 사람이나 유명한 기업에 이미 정규직으로 합격한 분들을 보면 박탈감은 더욱 심해졌고 자연스레 나와 비교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의 사회적 위치와 수준에 대한 고민하기 시작했다.



파레토 법칙

 - 전체의 부의 80퍼센트를 전체 인구의 20퍼센트가 소유하는 부의 분배 구조에서 발견한 법칙으로, 80대 20대 법칙이라고 한다.

- 이런 불평등한 분배 원칙은 정부 형태를 막론하고 지금까지 연구된 모든 사회에서 적용되는 듯하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 인구, 천체의 질양, 단어의 빈도에도 적용된다.  이 원칙은 간혹 마태의 원칙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장 가혹한 가르침이라 여겨지는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파레토 법칙을 자연과 생명체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12가지 인생의 법칙 - 31page>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불평등"하다.  상위 20퍼센트가 나머지 80퍼센트를 지배하는 구조이고, 이 구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 그래서 20퍼센트가 누구냐에 따라 세상은 많이 바뀔 것이다. 그리고 상위층에 있을수록 안정감을 더욱 많이 느끼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계획에 집중한다. 또한 더 큰 만족을 위해 작은 만족을 참을 수도 있다. 즉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상위층일수록 비교적 행복한 삶을 살고 계속해서 발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상위층은 부의 관점에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생각과 감정이 감지하지 못하는 인간의 뇌 가장 깊숙한 곳에는 아주 원시적인 계산기가 하나 있다. 우리가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서열을 차지하고 있는지 정확히 추적하고 관찰하는 장치이다."

 <12가지 인생의 법칙 - 40page> 


인간의 뇌는 자신의 서열과 위치를 추적하는 장치가 존재하고, 은연중에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판단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나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나 스스로의 위치를 판단하고 있었고 불안감이 커지고 있었다. 좋은 기업을 간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하는 것은 사실이다. 좋은 기업(좋은 기업이라 함은 조직 문화와 회사의 규모 모두 포함한 것)에 가면 좋은 리더를 만날 확률도 높고, 좋은 조직 문화에서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받으며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고, 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시스템을 직접적으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 기업에 따라 추후 이직의 성공률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좋은 기업을 가고자 싶은 욕심이 컸다. 하지만 그런 좋은 기업이 실력이 부족한 나를 뽑아줄 이유와 가능성은 없었고 떨어지는 과정 속에서 나의 위치가 추락함과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취업이 안 되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부족한 실력의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바뀌면 되는 문제이다.


최근 낙관이랑 긍정의 구분을 하기 시작하면서 결과를 무작정 낙천적으로 받아들이고 회피하기보단 고통과 불안감을 느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기독교인이라 예상치 못하고 기대하지 않은 결과에 대해 불안감을 느낄 때 "다 주님의 뜻이 있다."라고 생각하며 의지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의지할 곳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좋지만 무분별하게 의지하면 안 된다. 예상치 못하고 기대하지 않은 결과를 준비하는 과정 속에 정말 내가 충분한 시간적 투자와 올바른 노력을 했는지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문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지금 내 실력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꾸준히 제대로 노력한다면 무조건 바뀐다는 확신이 있다. 그리고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결과에 대한 핑계와 회피는 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이후 변화한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