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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테 Sep 09. 2023

면접 광탈은 오랜만이네 아프다

일본 취업도 쉽지 않다

지금까지 나름 취업자체는 꽤 술술 풀려본 인생이라 이번에도 꽤 여러 요소들로 승산이 충분하다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주 보기 좋게 면접보고 다음날 나는 광탈했다는 메일을 받게 되었다.


더욱 현실에 와닿았던 내 모습이 꽤나 한심하면서, 과거의 한심하게 보냈던 시간의 보복이 이제야 나타나는 것 같다. 아니 보이게 되었다. 나는 어느샌가 낭떠러지 끝에 몰려있었고 그걸 지금까지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면접에 떨어진 이유


과거와 현재의 나에 대한 현실직시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전국에 수많은 취준생들에게 기분 나쁠 수 있지만 나는 내 전공으로 취업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 솔직히 워낙 사람이 필요한 곳이기도 하고 3D업종이라 지금은 더더욱 MZ세대들이 기피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국에서의 취업이라면 지금도 여전히 갈 곳은 많다. 그러나 이것이 일본취업인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첫 번째. 나는 이제 나이가 신입으론 힘들다. 

이런저런 이유들보다 압도적으로 밀리는 건 역시 나이이다. 일본에서 취업하는 나이는 한국보다 훨씬 빠르고 결혼도 한국보다 빨리 하기 때문에 나이 많은 외국인을 들여온다는 건 회사 입장에선 더욱 큰 메리트가 없다면 나 같아도 뽑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경력직으로 지원해도 되겠지만 솔직히 경력이랄 것이 크게 어필하기 힘든 나의 과거는 결국 이렇게 돌고 돌아 큰 타격을 주었다.



두 번째. 너무 안일하고 쉽게 생각했다. 

나는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던 8년 전의 나와 너무나 달랐다. 돌이켜보면 그때도 나이는 일본 신졸인 애들과 비교해도 조금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일도 쉬었고 요리를 그만두려고 했었던 내가 이제 와서 다시 취업을 한다는 건 엄청난 허들이 높아졌다는 걸 몰랐다. 아니 그저 알려고 하지 않았던 거 같기도 하다. 더욱 중요한 건 솔직히 내가 엄청 가고 싶어서 취업하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오랜만에 일본어 회화에 거기다 면접이라 말이 생각보다 나오지 않았다. 또한 회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체크하고 준비하지 않았다. 또한 열의와 자신감 그리고 에너지를 보여주지 못한 것도 큰 거 같다. 애초에 일단 한번 넣어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리 채용을 많이 하는 회사라도 거를 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세 번째.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한심하게도 지금은 남밑에서 일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과거의 나 자신에게 지는 듯한 분한 마음이 들어서 솔직히 과감하게 뛰어드는 게 너무나도 불안하고 망설여진다. 그걸 깨기 위해서 이번에 면접까지 빠르게 진행을 해봤던 것인데, 스스로도 참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에게 주방일은 트라우마 덩어리다. 잊고 싶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이 가득한 시간들이며 그 속에서 참 많이도 좌절했었다. 근데 그걸 다시 또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꺼림칙하고 내키지 않는 게 사실이다. 



중요한 건 꺾여도 하는 마음

지금의 고통이 과거의 시간에 대한 보복이든 더 큰 성장을 위한 고통이든 나아가야 하는 것은 확실하다. 현재 내 상황은 큰 선택지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선택이든 힘들고 괴로울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최대한 맵집을 키우고 결의를 다지는 것뿐이다. 왜 사람들이 자살을 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지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된다. 삶이 텅 비어있고 지나온 과거가 부정당한 것 같고 남은 게 아무것도 없고 이미 돌이키기에 늦어버린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데 나보다 더 상황이 안 좋은 사람들의 고통은 차마 헤아리기가 어렵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하던가 빠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나는 과거의 잘못을 통해 현재를 빠르게 수정하여 나은 미래로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고 슬픔과 고통에 주저앉을 수는 없다 그런 시간이 너무나도 아깝다. 이겨내자 자꾸 이겨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의 아픔이 미래의 행복이라 믿기에


신지테 아카이브: https://litt.ly/sinj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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