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나쁜 날(?)
2022년 2월경 어머니가 생일선물로 사준 의자가 오늘 바퀴가 부러졌다. 사실 몇달전부터 팔걸이쪽 부품이 망가지기 시작하면서 의자도 어딘가 기우뚱 하다 싶었는데 결국 그날이 왔다.
사실 이 의자는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그리 썩 맘에 들지는 않았다. 내가 어깨가 좀 넒은 편이라 이 의자에 앉을 때마다 어깨 말림이 있어서 굉장히 자세가 좀 불편했었는데, 몇년 쓰다보니 익숙해질때즈음 이렇게 사단이 난것이다.
살면서 생각치 못하게 돈이 들어갈일이 꽤나 많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가전제품들 컴퓨터, 마우스, 키보드등도 몇년에 한번씩은 꼭 사게 된다. 스마트폰만 해도 2년마다 보통 바꾼다는 통계를 보기도 했다.
생활용품등은 말할것도 없고 식비며 가끔 시발비용까지 은근히 지출은 꽤나 하게 된다. 그래도 나는 정말 안쓰는 편이라 9월 가계부를 적어봤더니 온전히 나를 위한 지출은 10만원정도였다. 이렇게 평소 극단적으로 소비를 안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큰 지출을 하게 되는거에 대해 남들보다 스트레스가 큰편이다.
애초에 지금 쓰면서도 생각하고 있지만 보통은 소비를 할때 희열이나 도파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내가봐도 나는 좀 별난놈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느껴지는것은 사실이니 나는 참 피곤하다.
문제는 의자는 고장났고 집에 5만원도 안되는 싼마이 의자를 배송일인 10월 7일까지 써야 한다는것인데, 이 싼마이 의자는 쿠션도 딱딱하여 내 엉덩이는 5분만에 고통을 호소하게 만들었다. 또한 없던 허리디스크를 만들거 같고 승모근과 날개뼈 근육이 지금도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럴줄 알았다면 헬스장에서 등운동은 안했지.. 진짜 분통이 터진다.
나와 비슷한 체형의 친구가 이케아에서 마르쿠스라는 의자를 샀는데 튼튼하고 좋다고 이케아것을 추천했다. 그전에 여러 단톡방과 커뮤니티에서 또 엄청나게 서칭을 하면서 정보를 모으고 하루의 4~5시간을 소비한거 같다. 그러다 결국 이케아를 가서 살까 말까 또 엄청나게 유튜브도 보면서 결국 최후의 최후가서 이케아 위 제품을 구입하기로 했다.
근데 그렇게 정했지만 또 할인을 안받으면 섭섭하니 이케아 할인 받는 방법 뭐 할인코드를 찾아 서칭을 하다 결국 시간만 낭비하고 정가주고 구매했다. 구매를 하고 보니 배송일이 일주일이 걸린다. 내 허리가 일주일동안 디스크 안터지길 바랄뿐이다.
내가 극도로 소비를 안한다는 사실은 위에서 알 수 있듯이 반대로 말하면 나는 정가거부의 삶을 사는 극한의 할인충이다. 할인을 안받으면 뭔가 엄청난 인생 손해를 보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어떤 것을 구매해도 할인을 받아야 구매버튼에 손이 올라간다.
그런 할인충에게 벌이 내려졌다. 요기에서는 할인랭킹이라고 음식점에서 하는건지 요기요에서 임의로 지정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시간내에 정해진 수량으로 할인 판매되는 메뉴들이 있다. 오늘 돈이 좀 들어오는 날이었어서 저녁도 안먹었고 먹을것도 마땅치 않아 찾고 있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순살파닭겨자치킨' 22000원짜리가 총 할인 받아 14600원이 되는 기적을 보니 어느새 나는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평소에 주문도 안해본 그리고 프랜차이즈인지 긴가민가한 마이너한 치킨집이었다. 그저 '치킨 IS 뭔들 맛이 없을까' 싶었고 다이어트 중에 그나마 건강할거 같은 파닭으로 양심까지 지킨 메뉴선정에 오늘도 지리는 소비를 했다는 뿌듯함과 함께 배달을 기다렸다.
나와 같은 할인충이 많았는지 배달은 꽤나 시간이 걸렸고 예상시간에 거의 다왔을때에 맞춰서 기가막히게 배달이 되었다. 대충 1시간 기다려서 받았다. 그렇게 받은 치킨은 열어보니 문제가 있었다. 바로 주문한 메뉴가 아닌게 와버렸다.
나는 곧바로 치킨집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얘기 했다. 나이가 지긋이 든 남자사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사장님 000인데 배달 받은 음식이 잘못온거 같아서 확인 하려고요'
사장: '예? 아이 XX 배달을 또 잘못갖다 줬나 보네 (궁시렁궁시렁)
나: '저 이거 어떻게 할까요?'
사장: '다른집이랑 바뀐거 같으니까 바꿔 가져가라고 얘기할께요'
나: '??? 아니 그럼 저희가 다른집 간거를 받아서 먹으라는건가요? 그건아니죠'
사장: '저 일단 다시 전화할께요'
(잠시 시간이 지난 뒤)
원래 내가 받아야 했던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다. 나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결국 음식을 2개나 받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나: '사장님 제가 주문한 배달이 와서 결국 2개 받았는데요? 이거 나머지 하나 어떻게 할까요?'
사장: '아이 XX 왜 배달을 저기로 가고 하..(혼자 궁시렁)'
나: '짜증나는건 알겠는데 이거 어떻게 할까요?'
사장: '전화 줄테니까 기다리세요'
(잠시뒤 모르는 한통의 전화가 걸려옴)
배달기사: '저 배달기사인데요 000맞나요?'
나: '예 저희 집에 배달하나가 잘못왔는데 이거 어떻게 할까요?'
배달기사: '아 거기로 갔구나 예 알겠습니다' (끊음)
나: '???'
그 뭐냐 머피의 법칙이라 하던가 의자 다리가 부셔지는거부터 시작해서 하루 종일 뭔가 좋은일보다 안좋은일이 많이 생겼다. 일단 사장과 배달기사는 전화 예절부터 고쳐야 할거 같다. 요즘은 다 자기 할말만 하고 어이가 없었는데 특히 사장은 이게 손님에게 할 태도와 말투인가 싶다.
결국 나머지 하나는 그냥 문앞에 내놨고 배달기사가 와서 알아서 찾아 간거 같다. 그리고 가게 사장도 결국 따로 또 통화가 오지는 않았다.
우선 비쥬얼부터가 정량이라고는 하지만 박스에 저렇게 주니까 양이 엄청 작아보였다. 정가주고 샀으면 환불요구를 했을것이다. 그리고 파닭의 소스는 일반적으로 겨자든 와사비든 해서 새콤달콤한 맛이 있는데 첫맛이 쓴맛이다. 달콤함은 있는데 새콤함은 없으며 이렇게 맛없는 파닭소스는 처음먹어봤다. 그리고 문제의 치킨도 예전에 치킨집을 해서 직접 염지까지 했던 경험이 있어서 바로 알아차렸다.
거의 상하기 직전의 닭고기를 튀겨서 줘가지고 퀘퀘한 시큼한 상한고기 냄새와 맛이 확느껴지면서 도저히 못먹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상한거까지는 아니니 맛이 없다고 컨플레인 걸기도 애매하고 참 다시는 처다도 안볼 가게다 싶다.
오늘 경험으로 깨달은건 '너무 할인을 좋아하지 말자'와 '적당히 돈과 시간을 빨리 타협하고 할일을 하자'이다. 원래 하려고 했던 것들의 절반밖에 못하고 하루의 시간을 이렇게 낭비하니 오늘같은 날이 나는 가장 빡치는 날이다.
그러나 멘탈을 부여잡고 또 내일을 위해 더이상 고통은 내가 멈추고 자야겠다. 고통을 받는것도 주는것도 '나'니까 나는 더이상 고통받지 않기로 했다. 그래 오늘은 운수좋은 날 액땜 잘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