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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용 Aug 01. 2022

당신의 나무로 숲을 만들 거예요

슬로모션: 남해 보호수 展


돌창고 텃밭에 심은 옥수수 모종 200주에서 생산한 옥수수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옥수수를 드릴게요." 

"나무를 그려 주세요." 

"당신의 나무로 숲을 만들 거예요." 


보호수 전시 연계 이벤트로 진행되었다. 일주일간 진행하였고 옥수수 300개가 동나서 텃밭에서 수확한 토마토 한 봉지씩으로 대체하여 행사를 마무리했다. 



소식을 듣고 나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찾아온 지역 친구들도 있었고, 여행객들은 바쁜 일정 속 오랜 시간을 들여 나무 그리기에 열중했다. 특히 50대로 보이는 중년 남성 한 분은 가족들이 가자고 재촉을 해도 얼굴을 파묻고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어린 시절 손수레 끌고 성묘 가던 길에 쉬어 가던 나무를 작품으로 남겨주었다. 



참여한 사람들은 그림이라는 결과물도 중요하겠지만 그리기 위해 나무를 '상상'하는 행위, '손'을 움직이는 행위가 그들을 몰입의 순간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물론 머뭇거리거나 망설이지 않고 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나무라는 소재와 크레파스라는 친숙한 도구도 한몫했을 것이다.



손바닥만 한 도화지에 나무뿐만 아니라 사람과 같은 다양한 요소가 함께 등장해 하나의 장면을 이루고 있다. 그것이 모여 각자의 모습으로 함께 존재하는 숲의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힘든 시기 어렵게 어렵게 시간을 내고 돈을 모아 방문한 사람들이 그린 마음에 글을 덧붙여 그림책을 만들어봐야겠다. 다시 남해를 찾는다면 지금보다는 어린 마음을 발견할 수 있도록. 


"어른들도 처음엔 다 어린이였다.(그러나 그걸 기억하는 어른들은 별로 없다.)"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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