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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용 Sep 15. 2022

두터운 문화적 기억

권월 <은모래해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

2022년 9월. 돌창고 팀원들

"남해는 병원이에요.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는 병원이에요."

돌창고 창립멤버이자 우리 회사의 비주얼 디렉터로 함께하는 스기하라 유타의 말이다. 일본 내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3개월 만에 남해를 찾은 그는 남해를 떠나기 전 돌창고 평상에서 저런 말을 하고 떠났다. 무엇이 그를 치료해 주었을까. 


권월 <은모래해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음악 감상회

이른 추석 연휴 남해 '상주은모래해변' 장소의 풍경을 음악으로 표현한 권월의 앨범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를 진행했다. 눈으로 보던 상주해수욕장의 풍경이 청각을 통해 펼쳐졌다. 30여 명의 감상객들이 왔는데 어김없이 우리 동네 어르신들도 와서 피아노와 첼로 연주를 감상했다.

"상주 해수욕장 갔었지? 송정 해수욕장도 갔었잖아? 수영도 하고, 뛰고, 패싸움도 하고, 핫도그도 사 먹고 팥빙수도 사 먹고. 옛날에는 남해 오는 버스종점이 상주였잖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권월은 <상주은모래비치> 라는 장소를 소재로 8곡의 음악을 만들어 앨범을 발매했고 모든 곡을 이번에 건반과 첼로로 들려주었다. 그의 소리는 우리 마을 어르신들을 70년대, 80년대 상주 해수욕장으로 데려가 주었다. 세월의 흐름에 얼굴은 변했지만 표정은 20대 30대 시절로 돌아가 환호했고 그 시절의 기억을 시원하게 이야기했다. 서울에서 남해대교가 가까워 오면 남해대교를 보기 전, 노량해협을 보기 전에도 그 "갯내음"에 집에 왔구나 라고 느낀다는 남해 사람들의 말처럼 기억은 시각 뿐만 아니라 청각을 통해서도 소환된다.

음악가 권월의 팬으로 부산에서 온 소녀는 고향 남해에 사는 할머니와 동생을 데리고 공연을 찾아 함께했다.

작년에 남해로 이주한 지 얼마 안 된 작곡가이자 피아노 연주자인 권월을 만났을 때 그는 약간 지쳐 보였고 애쓰며 자신의 열정을 어필하며 남해 예찬을 했고 남해와 도시를 비교했다. 엊그제 공연 때 만난 그는 애쓰지 않았다. 남해 보물섬 고등학교, 상주 중학교 밴드부, 아주머니 하모니카 동아리에 소리 내는 법을 알려주며 남해에서 곡을 만들고 있었다. 잿빛의 권월은 이미 초록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남해의 무엇이 어떻게 유타의 몸과 마음을 치료했을까. 본인과 함께 7년 전 남해에 첫발을 디뎠던 그때의 기억, 7년 동안 찾아 헤맸던 지역의 문화적 기억, 그때 만났던 사람들이 지금 함께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 그 두터운 문화적 기억이 그를 치료했을 것이다. 두터운 문화적 기억이 우리를 살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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