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도서관을 작업실이라며 출근하던 날. 낯선 이에게 메일이 왔다. 브런치 글을 보고 연락한다는 씨리얼 PD. 망설였다. 아주 잠시. 그리고 나무에게 이런 연락이 왔는데 출연해 보겠냐고 물었다. 좋다고 했다. 의외였다. 마침 동료활동가 교육을 받던 중이었다. 좋아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자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글도 쓴 거 아니냐고 했다. 용기를 얻어 인터뷰에 응했다.
손흥민 선수 축구 경기가 있던 날, 나무와 동갑내기 PD가 함께 축구를 보자며 집에 왔다. 치킨을 시켜 먹으며 두 청년은 친구처럼 농담을 주고받으며 축구를 봤다. 그리고 얼마 뒤 인터뷰 질문지가 왔고 우리는 본격적인 촬영을 했다. 그날은 이 오래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공사기간이어서 두 명의 PD는 카메라를 둘러메고 13층까지 걸어 올라왔다. 낮 최고온도 35도였다.
나만 긴장했다. 나무는 젊은 세대답게 자연스럽게 인터뷰에 응했다. 촬영팀이 가고 나서도 잠시 망설였다. 세상에 얼굴을 공개하는 게 맞을까. 고민도 잠시, 망설여질 때는 처음 마음으로 하는 게 맞았다는 경험을 떠올렸다. 그렇다. '초심'말이다. 세상이 좀 더 좋아지는 쪽으로, 조현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옅어지기를 바라며 시작한 일이다. 죽기 전에 해야 할 말들.
2024년 10월 2일 오후 9시 15분, 영상이 업로드 됐다. 어색했다. 영상으로 내 모습을 보는 것은. 댓글이 달렸다. 응원의 댓글이. 어쩌다 비난의 댓글, 오해의 댓글도 있다. 그래서 글도 쓰고, 출연도 한 것이니 그러려니 했다.
어제 오후엔 나무와 둘이 산책을 했다. 응원 댓글만 알려주었다. (나무는 아직 영상을 보지 못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하루하루 잘 살아보자 했다. 우리들의 퍼펙트 데이즈를 약속했다.
하늘이 푸르다. 오늘도 축복 같은 하루다.
* 함께 고민하고 좋은 영상 만들어 준 씨리얼 임지윤 PD와 제작진에게 감사드린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걸 확인해 준 귀한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