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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현 Feb 22. 2021

살이 찌는 한의학적 원인에 대해

살찌는 체질

'한의학적'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제일 먼저 할 것은 한의학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다. 아마 나만큼 한의학에 대해 열심히 고민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한의사니까.


이야기를 시작하기전에 한의학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먼저 진행해야겠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은 한의학 비전공자일테니 말이다. (만약 한의사시라면? 창피하니까 여기서 그만 읽으셔도 됩니다.)




한의사로서도 "한의학이 무엇인지"를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아마 한의학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각자의 전공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이 가능한지 생각해보자.


"한의학"이라고 하면 대중적으로는 크게 아래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 같다.


명확히 설명은 못하겠지만 무언가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브랜드

혹은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미지의 의학기술

몸에 부담이 가지 않는 자연스러운 치료방식

유기적이고 전체적인 사고방식

비약물, 비수술적 치료방법


아마 이런 키워드들은 한의학 그 자체를 설명한다기보다, 한의학에 대해 소비자들이 바라는 점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겠다.


'한의학'의 정의를 위와 같이 분류해서 생각할 수 있다.


임상적 정의; 행위의 주체가 누구인가?

임상이란 실제 진료현장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진료 현장에서는 전통적인 '한의학' 영역 뿐 아니라 서양의학적 지식, 대체의학, 개인적 경험을 모두 통틀어서 사용하게 된다. 일단 결과가 나와야하기 때문이다.

보통 '플라시보 효과'라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높지만, 실제 임상에서 플라시보 효과를 얼마나 잘 일으키느냐도 그 사람의 진료 실력이라고 볼 수 있다. 로컬에선 잘 고치면 장땡이다. 즉, 임상적으로 보는 한의학이란 한의사가 사용하는 모든 치료적 기술과 그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론(인체관과 생리, 병리를 포함하여)을 총칭한다. 학문 그 자체보다 누가 사용하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추나치료'의 정의에서 보다 극명하게 나타난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 또는 신체의 일부분을 이용하거나 추나 테이블 등의 보조 기구를 이용하여 환자의 신체 구조에 유효한 자극을 가하여 구조적·기능적 문제를 치료하는 한의학 수기요법(手技療法)이다."

쉽게 말해 카이로프랙틱이건 정골의학이건 마사지이건 한의사가 치료적 목적을 가지고 행하는 수기요법은 '추나'로 정의하는 것이다.


학문적 정의; 오랜 기간을 거쳐 검증된 방법인가?

한의학은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발전해온 의학이다. 독자적인 인체관을 중심으로 병리현상과 치료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어있는 학문이다. 한의학이 현대에까지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그것이 대부분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동원리는 수천년에 걸친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다.

여기서의 검증이란 온전히 과학적인 방법을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쌓인 세월과 케이스 숫자가 증명하는 '작동성'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어떠한 증상들의 집합에 대해 특정한 치료방법이 동작하는가?"를 중점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여기서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보다 기술이 먼저 발전하게 된다. 우리는 '정교하지 않은 이론체계'가 있더라도 '기술'만은 가져다 써야한다. 이에 대한 이해는 아래 포스팅을 보면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https://omdgaba.tistory.com/99




다시 "살을 빼는 한의학적 방법"이라는 본제로 돌아가보자.


'한의학적'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보자.


학문적으로는 오랜 기간 사용해온 것이 한의학적인 것이다. 그런데 비만에 한해서는 전통적인 한의학적 치료 원리라는 것이 크게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비만'이라는 것 자체가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관성있게 비만에 대해 이야기하는 학파나 서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한의학 서적인 황제내경에서부터 조선시대의 사상체질에 이르기까지 비인(肥人), 수인(瘦人)이라고 하여 살이 찐 사람과 마른 사람을 구분하여 치료하고자 하였으며, 병의 진행과 원인 역시 다를 수 있다고 언급한다.


이러한 내용들을 모아보면 아래의 내용으로 수렴하게 된다.


'비만'의 한의학적 원인 (전통)

생활습관의 문제 : 과식(과식고량후미), 활동량 감소

신진대사의 문제 : 기허(기능 저하), 내상칠정(기능 교란)

노폐물의 문제 : 담습(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독소')



그러나 임상적으로 작동하는가?



한의학 문헌에 남아있는 '비만 치료의 흔적들'을 우리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현대 상황에 얼마나 알맞은지는 의문이다.


오해하지 말자. 한의학적 치료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치료를 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방법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임상적으로 정밀하게 작용할 것이냐는 다른 문제다.


살을 빼달라고 온 환자가 스트레스 사건으로 인한 폭식증 이후 '체중 낙인(weight stigma)'으로 스트레스를 꾸준히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쳐보자. 이 사람에게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증상들(칠정상이라고 한다)을 치료하는 한약을 쓰면 살이 빠질까?


아마 이 질문에 한의사가 아닌 분들은 대답이 어려울 것이다. 내 대답은 'NO'이다. 스트레스로 살이 찐 사람에게 분심기음, 소요산, 육울탕 등을 쓴다고 살이 드라마틱하게 빠지지 않는다. 이것은 내가 짧다면 짧은 4년간의 임상에서 경험한 것이다. 다른 분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열심히 살을 빼던 사람이 정체기가 찾아왔을 때는 '칠정상'의 처방으로 정체기를 해소할 수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잠시 호흡을 끊고 다음 편에는 '왜 현대의 비만은 전통 한의학적 방법만으로 빼기가 어려운지'에 대해 짧게 다루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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