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70년대생, 90년대 학번.. 이 또래들은 지금 우리 사회의 척추를 담당하고 있다. 전보다 에너지는 조금 줄었지만 그만큼 경험치가 쌓였다. 아랫 세대보다는 신중하고, 윗 세대보다는 다이내믹하다. 어디서나 일을 제일 많이 할 나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다음 날 택시를 탔다. 양극화된 정치현실에서 모르는 사람과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마련이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은 나이가 지긋한 기사님이었다.
"큰일이야. 제일 일 많이 하는 세대가 왕따를 당한 꼴이니..."
올해 선거에서 40대는 도드라지게 다른 선택을 했다. 집권 세력의 선거전략이 성공한 것인지, 이대남 이대녀 현상이 뜨거워서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걸음 떨어져서 보면 어딘지 자연스럽지 못한 그림이다. 가장 역동적인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을 하는 40대는 부모세대, 또는 후배 세대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망정 포위되어 버렸다. 이러한 정세는 앞으로 무엇인가 커다란 문제를 만들어내지는 않을까. 선거 다음날 택시 기사님은 뭔가 불길한 예감을 느꼈나 보다.
정치적 세대의 관점에서 6-70대는 전통의 강호다. 40대의 바로 앞선 선배인 86세대는 민주화의 주역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MZ세대는 이번에 정치적 세대로 분명하게 호명되었다. 유독 현재의 40대만 - X세대라는 저가 화장품 마케팅 타깃을 넘어 - 정치적 세대로서 의미를 부여받지 못했다.
어떤 사람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동의 못할 수 있다. 주변인이라니. 단지 일에 바빠, 시간이 없어 눈에 띄게 나서지 못하는 것일 뿐, 다른 사회영역의 중심에 선 것처럼 정치에도 충분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어느 한쪽만 절대적으로 옳을 수는 없다. 소외된 주변인이라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 그 중간쯤에 팩트는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40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어떤 특징이 있을 것이라는 강한 의심은 나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대로 두면 정치적 힘은 86세대에서 40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MZ세대로 넘어갈 수 있으며, 그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직감 같은 것도 있다.
하루 이틀에 정리할 수 있는 생각은 아니다. 40대는 정치적 주변인인지 아닌지, 40대는 정치적 세대라는 관점에서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40대가 주변화되었다면 그 부작용은 무엇인지, 앞으로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40대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나씩 생각을 정리해 보려 한다.